책과 삶

지정학 요충지 한반도서 대륙·해양세력이 펼치는 동아시아 제국의 ‘열국지’

서영찬 기자

▲ 동아시아, 해양과 대륙이 맞서다…김시덕 지음 | 메디치 | 383쪽 | 1만6000원

[책과 삶]지정학 요충지 한반도서 대륙·해양세력이 펼치는 동아시아 제국의 ‘열국지’

한반도는 언제나 지정학적 요충지였나. 책은 이 같은 문제 제기에서 출발한다. 한반도는 통념과 달리 오랫동안 유라시아 동부의 변방에 지나지 않았다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한반도가 지정학적 요충지로 떠오른 계기는 임진왜란이다. 중국 영향권에 있던 한반도에 일본이라는 해양세력이 부상하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해양세력의 부상과 대륙세력의 맞대응으로 동아시아 역사는 요동쳤다. 책은 그 격랑의 동아시아사를 종횡무진한다.

임진왜란 이후 불붙은 한·중·일 삼국지는 18세기 후반 러시아가 가세하면서 열국지로 변했다. 그리고 포르투갈, 네덜란드를 위시한 서구 해양세력은 동아시아 각축전을 복잡다단하게 만들었다. 오키나와, 대만, 쿠릴 열도 등 섬을 무대로 한 이권 다툼이 표면화됐다. 센카쿠나 독도 분쟁에서 보듯 이런 역학 관계는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다.

동일한 사건일지라도 체험한 사람마다 달리 해석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역사도 마찬가지다. 한 가지 시점으로 역사를 보면 한 면만 부각되기 십상이다. 여러가지 시점으로 역사를 봐야 그 실체에 좀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다.

이 책도 다각적 시점으로 동아시아 역사를 바라본다. 그래서 인도, 태국, 류큐, 아이누족 등 한반도 전근대사를 이야기할 때 홀대받는 지역을 아우른다. 또 문순득, 조완벽, 다이코쿠야 고다유 같은 이름도 생소한 각국 표류민도 무게감 있게 다룬다. 다각적 시점으로 동아시아사에 접근하려는 노력이 돋보인다.

아편전쟁이 중국만의 사건이 아니었듯 난학이나 도쿠가와 막부의 가톨릭 탄압도 한반도에 영향을 끼쳤다. 해양세력과 대륙세력은 서로 충돌하고 협력하기도 하면서 오늘날까지 왔다. 한·중·일 근대사는 실타래처럼 얽혀 있다. 한 쪽 끝만 잡아당기면 실타래는 되레 더 엉킨다.

저자는 동아시아 역사를 사유할 때 선과 악이라는 이분법적 태도를 버리라고 말한다. 다각적 시점은 그래서 중요하다.

임진왜란과 일제 치하의 한국사를 온전히 이해하려면 한국인의 시점 한 가지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이 점은 중국인과 일본인의 경우에도 똑같이 적용된다. 한·중·일이 서로 타자의 시점으로 역사를 바라볼 때 갈등과 오해도 해소할 수 있다. 그래야 자학적 사관에 빠지지도 않고 자민족 우월주의 사관으로 이웃을 겁박하지 않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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