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 기로에 선 이란
국제사회에서 고립돼 35년을 보낸 이란은 지난 2일 핵협상 타결로 변화의 기로에 섰다.
이란에 대한 경제·금융제재가 풀릴 것이란 기대감에 테헤란 시내 주요 호텔은 이미 핵협상 타결 전부터 서방 기업인들로 북적거리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전했다. 국내 이란전문가인 한국외대 이란어과 유달승 교수는 “서방 기업들의 진출 정도가 이란 정부의 경제개방 폭을 가늠할 수 있는 지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서방 기업들이 이란에 많이 진출하면 이란 정부가 시장의 요구에 따를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로하니 “핵합의 타결 준수할 것”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이 지난 3일 이란 테헤란 사다바드궁에서 열린 뉴스브리핑에서 핵협상 타결 내용을 준수하겠다는 뜻을 밝히고 있다. 테헤란 | AP연합뉴스
서방과의 관계 개선, 경제개방에 나선 하산 로하니 대통령의 노선을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가 암묵적으로 지지하고 있는 것도 변화의 큰 힘이다. 한국외대 이란어과 장병옥 명예교수는 “하메네이도 경제 문제를 일단 풀어야 한다는 필요성을 느끼고 로하니를 지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1997~2005년 대통령을 지낸 개혁파 모하마드 하타미가 서방과의 관계 개선에 실패했던 것과 달리, 하메네이의 지지를 얻고 있는 로하니는 현 기조를 계속 밀어붙일 수 있다”고 전망했다. 정치지형의 변화도 이란이 앞으로 변화해나갈 것을 짐작하게 한다. “로하니는 이미 중도파와 개혁파뿐만 아니라 일부 보수파까지 포괄하는 정치세력과 연대하고 있다”며 “내년 총선과 2017년 대선에서는 보수개혁의 틀이 아니라 개혁·개방의 속도를 둘러싸고 광범위한 새로운 연대의 틀이 형성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란과 미국의 관계가 복원될 가능성은 적지 않지만, 핵 문제만 풀린다고 당장 관계가 정상화되는 것은 아니다. 유 교수는 “미국 보수파가 이란에 품은 두려움의 근본 원인은 테헤란 미 대사관 인질사건”이라며 “미국과의 관계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이란 정부가 공식적으로 이 사건에 대한 입장을 표명하는 단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만약 이란이 고립을 끊고 서방과 접촉을 늘려가더라도 이슬람 신정체제 자체가 근본적으로 바뀔 가능성은 극히 낮다. 유 교수는 “현존하는 이란의 정치집단은 모두 신정체제를 옹호하고 있다”며 “하지만 하메네이의 건강이 좋지 않은 데다 국민들의 하메네이 지지 여론도 예전 같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에 최고지도자의 지위와 역할에 대한 광범위한 논의가 확산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