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기자 보고 반갑게 “헬로” 상인들 “제재 풀리면 물가안정”
달러 유입 기대감… 곳곳에 문닫은 환전소도
거리엔 칠이 벗겨져 시멘트가 그대로 드러난 건물들이 보였다. 버스는 유리창이 깨진 채로 시내를 달렸다. 화폐 가치가 2주 새 10% 가까이 오르자 문을 닫은 환전소들도 있었다. 거리 곳곳에는 이슬람혁명을 기념하는 대형 벽화들과, 아야톨라 호메이니와 현 최고지도자 알리 하메네이의 사진들이 나란히 걸려 있었다. 시민들은 “물가가 안정되지 않겠느냐”는 기대감을 보였으나, “가진 자들에게만 이롭지 않겠느냐”는 냉소적인 시선도 적지 않았다. 6일 찾아간 이란 수도 테헤란의 표정에서는 ‘여전한 경계심 속 기대감’이 느껴졌다.
이날 정오 무렵(현지시간) 테헤란의 이맘호메이니 국제공항에 도착해 헴맛 거리를 지나 도시 중심가로 향했다. 택시기사에게 핵협상이 타결됐으니 살림이 나아지지 않겠느냐고 묻자, 세부 이행계획이 확정되는 6월 말까지 아직 남았다면서도 “외국에서 상품들이 들어오면 물가가 안정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경제 제재 해제에 대한 기대감으로 들떠 있는 이란인들이 6일 테헤란대학교 근처 엥겔럽 광장을 활기찬 표정으로 활보하고 있다. 테헤란 | 남지원 기자 somnia@kyunghyang.com
시내에서는 샌드위치 한 개가 3만5000리알(약 1200원), 콜라 한 병이 1만리알에 팔리고 있었다. 대도시치고는 여전히 싼 편이지만 지난해 인플레이션율이 40%에 육박하는 등 금수조치 때문에 몇 년간 물가가 껑충 뛰어올랐다. 샌드위치를 팔던 상인은 “제재가 풀리면 샌드위치 값이 더 떨어질지도 모른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하지만 거리에서 만난 파르허드(37)는 “6만5000리알이었던 닭고기가 지금은 9만리알인데 핵협상을 했다고 해서 얼마가 좋아지겠느냐”며 시큰둥하게 말했다.
그래도 거리에는 활기가 넘쳐 보였다. 빌딩들은 보수공사가 되지 않아 버려진 건물들처럼 낡았지만, 테헤란대학 앞 엥겔럽 광장을 비롯한 번화가에는 반팔에 청바지 차림의 젊은이들이 넘쳐났다. ‘무타윈’이라 불리는 종교경찰이 복장을 단속한다지만 분주히 걸어가는 여성들의 옷차림은 아주 심하게 규제받지는 않는 듯했다. 서점이나 카페, 옷가게는 손님으로 붐볐다. 외국인인 기자가 홀로 돌아다니는 것을 본 노점상들과 행인들이 “헬로” 하며 반갑게 말을 걸어오기도 했다.
이란 남부에 사는 레자(34)는 노루즈(전통 설)를 맞아 아내, 딸을 데리고 테헤란에 들렀다. 그는 “10년 넘게 지내온 힘든 시간이 끝날 수 있으니 핵합의는 축하할 일이지만 아직 좋아하긴 이르다”고 말했다. “하산 로하니(현 대통령)는 좋은 대통령이지만 전임자가 문제였다”며 미국과 불필요한 대립을 일삼았던 강경파 전 정권에 대한 불만을 드러내기도 했다.
핵합의를 앞두고 이미 2주 전부터 리알화가 뛰었고, 증시는 벌써 활황세다.
지난 주말 테헤란 증권거래소의 주가지수는 3.1% 상승했다. 환전소 중에는 환율이 급변동하면서 문을 닫은 곳도 있었다.
암시장에서 리알화 가치는 달러당 3만4000리알에서 3만1000리알까지 올라갔다. 현재 3만2500리알 선에 멈춰 있는데, 수출업체가 타격을 입을까봐 정부가 조절에 나섰기 때문이다.
하프테티르 거리의 환전소에서 달러를 리알로 바꿔달라고 했다. 환전소 직원 사이드는 “달러값이 이달 안에 3만리알까지 떨어질 테니 갖고 있으면 지금 팔라”며 귀띔해주기도 했다. 그는 “핵협상은 모두 쇼(show)”라며 “고위층이 환차익으로 돈을 벌 뿐, 수출하는 사람들은 더 죽을 맛일 것”이라고 말했다.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으나, 국제사회 복귀를 앞둔 이란의 사회 분위기는 이미 변화의 흐름을 타고 있는 듯했다. 이란 정부는 지난 4일 여성들도 대형 스포츠 경기들을 관람할 수 있게 허용하기로 했다. 이란 여성들은 그동안 국가대표 축구경기 등 대형 스포츠 행사 때 경기장에 갈 수 없었다.
이란 에너지와 시장을 노린 움직임도 벌써 일고 있다. 테헤란타임스 등 현지 언론들은 경제의 훈풍을 홍보하는 기사를 내보내고 있다. 이란국영해운회사(NITC)는 제재가 풀리는 순간 이란 유조선이 유럽 항구에 들어갈 수 있도록 유럽국들과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국영 프레스TV는 핵협상이 끝나자마자 몇몇 국가와 기업에서 이란 석유부에 투자 제안이 들어왔다고 보도했다. 미국 선박이 입항할 수 있도록 이란 측과 해운회사들이 대화에 들어갔다는 얘기도 들려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