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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제재 아랑곳 않는 부자동네… ‘테헤란의 청담동’ 가보니

입력 2015.04.07 21:07

수정 2015.04.08 1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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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헤란 북부 페레시테 거리는 서울의 청담동이나 가로수길 같다. 지난 6일 저녁 페레시테 거리의 10층짜리 쇼핑몰에 들어서자 여기저기 누더기처럼 낡고 허름했던 시가지와는 전혀 다른 별세계가 펼쳐졌다.

에르메스, 돌체앤가바나, 펜디, 몽블랑 등 유럽 명품 매장이 화려한 샹들리에가 달린 계단 옆으로 이어졌다. 스페인 브랜드 로에베 등 한국에 아직 없는 명품 매장도 눈에 띄었다. 입생로랑과 디올이 입점해 있는 향수 매장 한복판에는 1450만리알(약 50만원)이라는 가격표가 붙어 있는 향수가 진열돼 있었다.

지난 6일 저녁 페레시테 거리의 10층짜리 쇼핑몰. 히잡을 쓴 여성들이 고가의 수입 향수들을 둘러보고 있다. 테헤란 | 남지원 기자

지난 6일 저녁 페레시테 거리의 10층짜리 쇼핑몰. 히잡을 쓴 여성들이 고가의 수입 향수들을 둘러보고 있다. 테헤란 | 남지원 기자

시내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8층에는 이란 전통요리와 프랑스 요리 등 각국 음식을 파는 고급 레스토랑이 성업 중이었다. 페르시아 레스토랑에는 혁명으로 무너진 파흘라비 왕조 직전의 카자르 왕조를 상징하는 그림이 걸려 있었다. 아야톨라 호메이니와 알리 하메네이의 사진 패널과 이란-이라크전을 기념하는 벽화가 가득한 시내 중심가와는 완전히 다른 분위기다.

쇼핑몰에서 나와 월세가 2500달러에 달한다는 고급 빌라들 사이를 걷다 보니 스웨덴 의류 H&M 간판과 이탈리아 일리커피 로고가 눈에 보였다. 시내에서 맥도날드나 스타벅스조차 찾아볼 수 없는 폐쇄적인 이란에서도 부자들에게는 경제제재가 비껴가는 듯 했다.

대리석이 깔리고 샹들리에가 달린 테헤란의 고급 쇼핑몰. 테헤란 | 남지원 기자

대리석이 깔리고 샹들리에가 달린 테헤란의 고급 쇼핑몰. 테헤란 | 남지원 기자

고급 매장들은 두바이 등 가까운 중동 국가의 기업들이 에이전트 계약을 맺고 이란에 지점을 내는 방식으로 운영된다고 한다. 손님들은 이란의 사업가나 임대업자, 부유한 외국인들이다. 한 가게 점원은 “아직도 이란에 남아있는 일본과 유럽 기업인들이 자주 찾는다”고 귀띔했다.

빈부격차는 역설적이지만 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까지 집권한 개혁파 정권이 남긴 부작용이다. 에너지 시장이 일부 개방되고 달러가 들어오던 시절, 개방의 혜택을 특정 엘리트층이 독점했던 것이다.

2005년 보수 강경파 마무드 아마디네자드가 낡은 점퍼를 걸치고 ‘서민’임을 내세워 대선에서 승리할 수 있었던 것도, 신흥부유층에 대한 국민 반감이 컸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아마디네자드 집권 뒤에는 군부와 결탁한 또다른 부유층이 득세했다.

테헤란의 또 다른 부촌 엘라히에의 노천카페에서는 7일 팝송이 흘러나왔고 젊은 여성들이 머리카락을 살짝 드러낸 채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테헤란 | 남지원 기자

테헤란의 또 다른 부촌 엘라히에의 노천카페에서는 7일 팝송이 흘러나왔고 젊은 여성들이 머리카락을 살짝 드러낸 채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테헤란 | 남지원 기자

돈 있는 사람들은 사회적 제약도 덜 받는다. 테헤란의 또다른 부촌 엘라히에의 노천카페. 그리스풍의 대리석 기둥과 분수 장식으로 화려하게 꾸며진 카페에서는 팝송이 흘러나왔고, 히잡으로 머리카락을 전부 가리는 대신 머리띠처럼 살짝 두르기만 한 여성들이 저마다 명품가방을 테이블에 올려놓고 앉아 수다를 떨고 있었다. 발목을 드러내거나 찢어진 청바지를 입은 젊은 여성도 많았다.

“시내와 달리 부촌에서는 종교경찰의 단속이 매우 느슨하다”고 카페 점원은 말했다. 트렌치코트에 무릎까지 오는 치마를 입고 검은 스타킹을 신은 여성 앱서네(28)는 “이란의 모든 사람들이 자유롭지 않다는 생각은 아직도 중동에서는 낙타를 타고 다니는 줄 아는 서구의 착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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