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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르반드 유원지는 젊은이의 해방구… 물담배·홍차 즐기는 연인들 ‘까르르’

입력 2015.04.08 22:08

수정 2015.04.09 2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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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경찰도 안 건드리는 테헤란의 ‘홍대 거리’로

여전히 보수적이지만 시민 “이란, 변하고 있다”

이란 테헤란의 가장 북쪽, 엘부르즈 산맥이 시작되는 산중턱에 다르반드 유원지가 있다. 밤이 되면 조명이 화려하게 켜지고 테헤란의 야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20만리알(약 7000원) 정도면 허름한 천막 아래 있는 소파에 앉아 시내를 바라보며 몇 시간이고 물담배와 홍차를 즐길 수 있다. 7일 찾은 다르반드는 젊은이들의 해방구였다. 손을 꼭 잡거나 팔짱을 낀 연인들이 깔깔거리며 거리를 지나다녔다.

미국 포틀랜드에서 사진을 공부하고 돌아온 소헤이(29)는 이곳에서 젊은 연인들의 사진을 찍어주는 아르바이트를 한다. 검은색 야구모자를 뒤집어쓰고 바쁘게 움직이던 그는 “자유를 갈망하는 것은 인간의 본성이 아니겠느냐”며 “종교경찰도 이곳은 건드리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언젠가 이란이 좀 더 개방된 사회가 되면 이란 전역이 이곳 같은 분위기가 될 거라 생각하고, 그러길 바란다”고 말했다.

테헤란 북부의 유원지 다르반드 거리에서 7일 여성들이 새점을 치며 즐거워하고 있다. 종교경찰이 여성들의 복장 등을 단속한다고 하지만, 이곳에선 야경을 즐기며 자유롭게 친밀감을 표시하는 젊은 연인들을 볼 수 있다.  테헤란 | 남지원 기자 somnia@kyunghyang.com

테헤란 북부의 유원지 다르반드 거리에서 7일 여성들이 새점을 치며 즐거워하고 있다. 종교경찰이 여성들의 복장 등을 단속한다고 하지만, 이곳에선 야경을 즐기며 자유롭게 친밀감을 표시하는 젊은 연인들을 볼 수 있다. 테헤란 | 남지원 기자 somnia@kyunghyang.com

형식적인 민주주의 체제 ‘위에’ 이슬람 신정(神政)이 있는 이란의 분위기는 아직 보수적이다. 이란 여성들은 외국여행을 하고 오면서도 비행기에서 내리는 순간 히잡을 쓴다. 40도를 훌쩍 넘기는 한여름 더위에도 반드시 엉덩이를 가리는 긴팔 상의와 긴 하의를 입어야 한다. 버스에서도 남자들은 앞쪽에, 여자들은 뒤쪽에 탄다. 내릴 때 돈을 내는 구조여서, 여자들은 뒷문으로 내린 뒤 앞문으로 뛰어가 돈을 내야 한다. 걸프 아랍국들에 비하면 절차적 민주주의가 정착된 편이지만 여전히 정치적 자유는 완전하지 못하다. 외국인 기자를 보고 반갑게 말을 걸던 시민들도 정치 이야기를 꺼내면 대부분 입을 다물었다.

그러면서도 사람들은 입을 모아 “이란이 변하고 있다”고 말한다. 두바이 등에서 송출하는 케이블TV를 보거나 정부 감시를 따돌리고 소셜미디어를 이용하는 시민들을 통제할 수는 없는 듯했다. 외국을 여행하거나 유학을 가는 젊은이들도 근래 많이 늘었다. 다르반드에서 만난 하산(50)은 “예전에는 외국인들도 옷차림을 문제삼아 경찰이 끌고 가곤 했는데 지금은 히잡만 쓰면 별일 없지 않으냐”며 “요즘은 가끔 아내와 손을 잡고 시내를 걷기도 한다. 전에는 상상도 못했던 일”이라고 말했다. 5년간 유럽에서 유학을 하고 돌아온 여성 회사원 나스린(28)은 “히잡을 강제로 쓰라고 하니까 쓸 뿐이지 왜 써야 하는지 모르겠다”며 “유학 당시 표현과 비판의 자유가 있다는 것, 왕정에 대한 불만을 말해도 잡혀가지 않는다는 게 부러웠다”고 말했다.

1979년 이슬람혁명 전에 젊은 시절을 보낸 중년층 이상의 사람들은 ‘그때 그 시절’을 그리워하기도 했다. 파흘라비(팔레비) 왕조 시절에도 정치적 자유는 극도로 억압돼 있었고 비밀경찰의 납치·고문·살해가 횡행했지만, 적어도 테헤란의 중산층은 종교의 영향 없이 서구식 라이프스타일을 즐길 수 있었기 때문이다. 테헤란 시내 사이 공원에서 만난 건설업자 모하마드(58)는 “혁명 전에는 이곳 가게들 모두 술을 팔았다. 자유롭게 옷을 입을 수 있었다”고 회고했다.

반면 이란 사회의 개방을 불편해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대학생 모하메디(24)는 “외국인들이 호메이니가 그려진 지폐를 ‘호메이니 한 장, 호메이니 두 장’ 하며 세는 것을 보고 불쾌했던 적이 있다”며 “외국인들뿐 아니라 이란 사람들도 요즘 너무 방종해졌다”고 말했다. 종교 체제와 입헌 민주주의를 어떻게 공존시킬 것인가, 전통 가치와 외국에서 유입된 문화가 어떻게 조화를 이루게 할 것인가. 핵 합의로 국제사회에 복귀하게 될 이란에서, 어쩌면 이런 문제들은 경제난보다 더 큰 고민거리가 될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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