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삶

“몸이 아니라 생각이 장애였다”

서영찬 기자

▲ 나를 대단하다고 하지 마라…해릴린 루소 지음·허형은 옮김 |책세상 | 371쪽 | 1만5000원

[책과 삶]“몸이 아니라 생각이 장애였다”

저자는 미국에서 꽤 알려진 장애인 인권 여성운동가이자 심리치료사 겸 화가다. 태어나면서부터 뇌성마비를 앓은 그는 타인이 보내는 불편한 시선을 신경쓰지 않은 지 오래됐다고 말한다. 하지만 여전히 거울에 비친 자신의 뒤틀린 모습을 보고 깜짝깜짝 놀라곤 한다. 초로에 접어든 나이지만 장애를 완전히 넘어서진 못했다고도 고백한다.

자존심 강하고 총명한 그는 어릴 적부터 ‘내게 장애 따위는 없다’고 생각하며 정상인인 척하며 살았다. 그래서 그는 남들이 “뭐가 잘못 된 거니”라고 묻거나 “대단하구나”라며 응원하는 말이 가장 싫었다. 그는 다른 장애도 아니고 뇌성마비여서 더 악착같이 부인했던 것 같다고 털어놓는다.

이런 자기 부정이 깨지기 시작한 것은 냉혹한 차별의 벽을 체험하면서부터다. 그는 슬슬 세상과 더불어 살 결심을 하고 심리치료사가 되기로 결심했다. 대학에서 관련 석사과정을 마친 후 심리치료연구소 교육과정에 등록했다. 하지만 연구소는 그를 거부했다. 뇌성마비 장애인은 심리치료사로서 부적격자에 해당한다는 것이 이유였다. 1970년대 초반 미국 사회는 그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장애인 인권에 무감각했다. 이 같은 경험은 그를 여성 인권 운동, 장애 인권 개선에 뛰어들게 했다.

자기 부정을 극복하는 데 큰 힘이 된 것은 세 가지다. 우선 차별받는 이들과 함께 일한 것은 장애를 새롭게 바라보게 만들었다. 또 30대에 찾아온 사랑도 자신감을 심어주었다. 그리고 제어가 힘든 손으로 그림을 배우면서 자신을 더욱 내밀히 들여다보게 됐다. 그는 어린 시절부터 겪은 인상적인 체험담을 통해 장애인이 한 가족, 한 사회의 일원으로 부딪히는 역경에 대해 진솔하게 고백한다.

그는 결국 부정하려 애썼던 대상이 장애 그 자체가 아니라, 실은 장애에 대해 스스로 품었던 편견이었음을 알게 된다. 문제는 뒤틀린 그의 몸이 아니라 비뚤어진 생각이었던 것이다. 그가 어머니의 강권에도 운전 배우기에 질색한 까닭도 ‘장애인이 어떻게’라는 편견이 머리 한가운데 박혀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그 사실을 깨닫는 데 수십년이 걸렸다며 허탈해한다. 그런 의미에서 그가 시각장애인 친구와 나눈 대화는 여운이 깊다.

그가 물었다. “거울을 못 보는데 자기가 어떻게 생겼는지 어떻게 알아?” 그러자 그 친구는 말했다. “다른 사람들이 내 거울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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