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스바겐 골프 GTE. GTI의 달리기 성능에 친환경성을 갖춘 차다. 심볼 컬러는 친환경을 상징하는 푸른색이다. 폭스바겐 코리아 제공
2009년 한국 정보통신(IT) 업계가 큰 전환기를 맞은 해였다. 통신업체 KT가 애플 아이폰을 국내에 들여온 것이다. 아이폰은 한국에 ‘스마트폰 혁명’을 불렀다. 6년이 지난 지금 스마트폰은 한국인들이 숟가락보다 자주 사용하는 필수품이 됐다.
세계 자동차 업계도 몇년 새 적잖은 변화를 겪었다. 지구 온난화를 막기 위한 친환경차 개발의 ‘쓰나미’가 밀려왔기 때문이다. 이산화탄소 배출량 줄이기는 업체의 생존과 직결된 문제였다. 배기량을 줄여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억제하는 ‘엔진 다운사이징’과 ‘하이브리드카’ 개발이 빠르게 진행됐다.
엔진 다운사이징 결과는 페라리가 캘리포니아T에 터보엔진을 사용하는 ‘파격’으로 이어졌다. 가솔린 엔진 같은 내연기관과 전기모터를 결합시킨 하이브리드카는 이미 도로를 질주하고 있다.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하이브리드카는 전기 충전을 할 수 있고, 일정 구간을 전기차처럼 달릴 수 있는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카로 진화했다.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카는 전기차로 가는 중간 단계다. 전기차가 친환경차의 대종으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문제가 몇가지 있다. 배터리 용량이다. 업계는 2017년쯤 현재 하이브리드카에 사용하는 크기로 300㎞가량 주행할 수 있는 배터리가 생산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 같은 배터리가 개발돼도 ‘전기차 = 궁극의 친환경차’라는 공식이 성립하지 않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내연기관을 사용하는 차처럼 연료인 전기를 즉석에서 충전하는 기술이 개발되고 인프라가 깔리려면 오랜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가솔린이나 디젤엔진의 맛깔난 배기음에 길들여진 소비자들이 ‘무미건조’한 전기차를 적극로 구매하지 않을 것이란 지적도 받는다.
하지만 내연기관과 전기모터로도 주행하며 가정에서 충전까지 할 수 있는 플러그인 하이브리드가 4~5년 뒤에는 스마트폰처럼 친환경차의 대세가 될 것이라 전망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메르세데스 벤츠 S 550 플러그인 하이브리드가 의전용 차로 이용되고 있다.
‘GTE 모드’ 버튼을 누르면 골프 GTE는 다이나믹한 달리기 성능을 보여준다. 서스펜션과 스티어링 휠은 좀더 스포티해진다.
폭스바겐 코리아가 지난 20일 시승 행사를 가진 ‘골프 GTE’는 2014년 제네바 모터쇼에서 선보인 골프의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모델이다. 지난해 11월부터 독일에서 3만6900유로(4294만원)에 팔리고 있다. 하지만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에 대한 지원금 등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한국에는 이르면 올해 말이나 내년쯤에야 출시될 전망이다.
폭스바겐이 판매 시기가 확정되지 않은 모델의 사전 시승행사를 마련한 것은 한국 시장에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모델이 쏟아져 나오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BMW가 이미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스포츠카 i8을 한국 시장에 내놓았고, 현대차도 6월 쏘나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모델을 선보인다. 아우디는 27일 A3 스포트백 이(e) 트론을 출시한다. 경쟁적으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모델을 선보이는 상황을 마냥 지켜볼 수만은 없는 상황인 셈이다.
골프 GTE가 하이브리드카와 다른 점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는 하이브리드카로는 불가능한 전기 충전을 할 수 있다. 둘째는 운전자가 원할 경우 완전 전기차 상태로 50㎞까지 달릴 수 있다. 일반 하이브리드는 차가 가솔린 엔진 주행과 전기모터 주행, 두 방식을 결합한 주행 등을 상황에 따라 선택한다.
시승은 서울 삼청동 나무갤러리 → 삼청터널 → 내부순환로 → 자유로 → 파주 출판단지 →제2자유로 → 성산대교 북단 → 금화터널 → 나무갤러리로 이어지는 90㎞가 조금 못미치는 구간에서 진행됐다.
나무갤러리에서 삼청터널, 내부순환로 구간에서는 전기차 모드로 달렸다. 매연이 심한 도심에서 소음과 배출가스를 줄이자는 취지다.
골프 GTE는 150 마력을 내는 1.4ℓ 터보차저 가솔린 직분사 엔진과 102 마력의 전기 모터가 결합된 ‘심장’을 갖고 있다. 이 두 가지 드라이빙 유닛이 함께 작동할 경우 204 마력(엔진과 모터의 단순합산보다 낮은 출력이 나옴)을 낸다. 여기에 6단 듀얼클러치가 조합됐다.
골프 GTE의 드라이브 시스템. 추돌사고시 안전을 위해 대용량 배터리는 연료탱크보다 안쪽인 뒷좌석 시트 아래에 배치됐다.
전기차 모드로 달리기 위해 기어노브 옆에 있는 ‘이(E) 모드’ 버튼을 눌렀다. 이 모드에서는 가속페달을 아무리 강하게 밟아도 가솔린 엔진이 작동하지 않는다. 전기모터로 낼 수 있는 최고속도는 시속 130㎞, 최대주행 거리는 50㎞다.
이론적으로 집과 회사와 거리가 왕복 40㎞라면, 휘발유를 한방울도 사용하지 않고 출퇴근이 가능한 것이다. 전기모터로만 작동하니 엔진 연소음이나 배기음이 전혀 나지 않았다. 노면이 좋은 곳에서는 마치 전철을 타고 달리는 것처럼 부드럽게 달렸다. 하지만 주행감은 골프장 카트처럼 밋밋하지 않았다. 흡차음이 잘된 가솔린차를 타는 맛이 났다.
전기차 모드로 50㎞를 달리는데 충전 비용은 1100원이 필요하다고 한다. 휘발유로 이 정도 거리를 가려면 동급차량의 경우 대략 4500원 가량이 들어간다. 60% 가량 싼 셈이다.
가정용 콘센트에 배터리를 충전할 수 있다. 100% 완충까지는 3시간45분이 걸린다. 이마트 같은 공공충전소에서는 2시간 15분으로 줄어든다.
전기모터로 낼 수 있는 최고 속도는 시속 130㎞이지만 가속 성능은 2.0ℓ 터보 디젤엔진과 크게 다르지 않다. 초반 구동 토크가 좋은 전기모터의 특징 때문이다. 내부순환로에서 재빠르게 차선을 바꾸고 앞차의 꽁무니를 따라가기에 힘이 충분했다.
자유로로 접어들기 얼마 전부터는 하이브리드 모드로 전환했다. 이렇게 하면 주행 상황에 따라 차가 알아서 전기모드와 내연기관 모드로 바꿔준다. 엔진이 돌아가거나 브레이크 페달을 밟을 때는 충전도 된다. 계기판 중앙의 모니터에는 충전과 방전, 엔진구동 등 에너지 흐름이 바퀴와 화살표가 조합된 그래픽을 통해 표시됐다.
도심 주행 중 오르막에서 내리막으로 이어질 때는 기어 노브를 한번 더 당겨 ‘B 모드’로 바꿔봤다. ‘B’는 브레이킹 모드로 보면 된다. 액셀러레이터 페달에서 발을 떼면 엔진브레이크가 작동하는 것처럼 ‘웅’하는 소리와 함께 속도가 줄었다. 이 때 전기모터는 알터네이터(발전기)로 기능이 바뀌어 전기충전이 가능해진다.
골프 GTE를 가정에서 충전하면 완전 충전에 3시간45분이 걸린다.
자유로에 접어들면서는 가속성능과 최고 속도를 알아보기 위해 기어노브 왼편의 ‘GTE’ 버튼을 눌렀다. 이 버튼을 누르면 GTE는 ‘핫해치’, ‘가난한 자의 포르쉐’로 불리는 골프 GTI처럼 변신한다. 가속페달과 기어박스, 스티어링 휠의 특성이 좀더 스포티하게 변한다. ‘다이내믹 섀시 컨트롤’이란 옵션을 선택하면 댐퍼(쇼크업소버)가 ‘노말’에서 ‘스포츠’ 모드로 전환되며 좀더 딱딱해진다.
실제 운전해보면 고속에서 긴장감 등으로 가속페달이나 기어박스 변화는 크게 느낄 수 없었다. 하지만 증강된 파워는 몸으로 충분히 인지할 수 있었다.
골프 GTE는 스티어링 휠에 패들시프트가 붙어 있어 수동 조작도 할 수 있다.
가속페달을 강하게 밟으면 1.4ℓ 가솔린 터보엔진과 전기모터와 함께 작동해 ‘풀 파워’를 낸다. 계기판의 파워미터 바늘은 ‘부스트’ 영역으로 진입하고, 어깨가 제법 시트에 붙을 정도로 세차게 가속이 됐다.
부스트존에서는 엔진과 전기모터가 함께 작동해 204마력, 35.7㎏·m의 최고출력을 이끌어낸다. GTE 모드에서 제로백(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에 도달하는 시간)은 7.6초다. 가솔인 엔진을 사용하는 GTI의 디젤 버전인 GTD 7.5초보다 0.1만 느릴 뿐이다.
자유로는 차로 가득했다. 앞차가 없는 차선에서 순간순간 가속페달을 끝까지 밟았다. 발끝으로 전해지는 가속페달 감각으로는 최고속도인 시속 222㎞는 낼 수 없지만, 충분히 그 근처까지는 속도를 높일 수 있을 것 같았다.
GTE 모드에서는 또다른 변화도 맛볼 수 있다. 스포츠 세단 같은 묵직한 배기음이 터져 나와 귀를 즐겁게 해준다. 이는 사운드 제너레이터가 만든 인위적인 배기음이다. 골프 GTE가 친환경을 추구하면서도 ‘드라이빙의 즐거움’이란 자동차의 본질을 포기하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증표다.
전기모드에서도 운전자가 원할 때 기분좋은 배기음을 내주는 장치가 있었으면 했지만, 골프 GTE에는 이 장치가 없다. 미국 수출용의 경우 보행자 안전을 위해 전기차 모드에서도 차량 작동음이 나와야 한다는 법규에 따라 인위적인 사운드를 내게끔 제작한다고 한다.
역동적인 달리기를 추구한 차답게 스티어링 휠 옆에는 패들시프트가 붙어 있어 수동으로 변속도 가능하다. 왼쪽 패들시프트로 기어단수를 1~2단 낮춰 강해진 가속감을 맛보는 재미도 있다. 하지만 아주 빠른 속도에서는 엔진 보호를 위해 과격한 시프트 다운이 제한돼 아쉬움이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