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드 머스탱은 가장 남성적인 스타일을 가진 스포츠 쿠페 가운데 한 모델이다. 포드세일즈서비스코리아 제공
한국시장에서 미국산 수입차는 유럽산에 비해 인기가 없다. 스타일이나 성능이 떨어지고 만듦새도 야무지지 않다는 평판 때문이다. 틀리지 않은 지적이다.
미국차 대부분이 고속주행 안정성이나 연비 등에서 독일산 수입차에 뒤진다. 하지만 모든 미국차가 그렇지는 않다. 적어도 미국 스포츠카의 자존심이라 불리는 포드 ‘머스탱’은 스타일이나 성능 면에서 좋은 대항마가 될 수 있다.
머스탱은 1964년 출시된 뒤 50년간 900만대 이상이 판매된 인기 스포츠 쿠페다. 다양한 영화와 음악에 등장했으며, 페이스북에서 가장 인기 있는 차로 선정되기도 했다. 어릴 적 조립한 12분의 1 스케일의 1964년, 1974년 플라스틱 모델 머스탱이 지금도 잊혀지질 않는다. 머스탱은 미국차의 자존심이지만 차를 좋아하는 남자들의 ‘로망’이기도 하다.
머스탱의 긴 보닛과 트렁크쪽으로 급하게 기울어진 지붕, 짧은 트렁크는 스포츠 쿠페의 전형을 보여준다.
현재 모델은 6세대다. 과거와 달리 미국 뿐만 아니라 스페인, 중국, 호주에서 동시에 신차가 공개됐다. 글로벌 시장에서 판매할 목적으로 기획된 차량이라는 뜻이다.
6세대 머스탱은 스타일 면에서 유럽 프리미엄 브랜드의 고급 스포츠카에 뒤지지 않는다. 어떤 유럽 프리미엄 브랜드의 스포츠 쿠페보다 남성적인 스타일을 지녔다. 기아차 포르테의 두 배나 되는 긴 보닛, 트렁크로 급하게 떨어지는 루프 라인, 짧은 트렁크, 과격할 정도로 넓은 뒷펜더는 1970년대 미국산 머슬카의 전형을 보여준다. 앞범퍼와 뒷범퍼에는 세련된 디자인의 립과 디퓨저가 장착돼 당장에라도 서킷으로 가자고 조르는 듯하다.
4951㏄ V8 가솔린 자연흡기엔진. 앞 범퍼 쪽으로 엔진이 솟은 레이아웃으로 보닛이 다소 불룩한 형태로 만들어진다.
시승차인 머스탱 GT 심장은 4951㏄ V8 자연흡기 엔진이다. 최고출력 422마력(6500rpm), 최대토크는 54.1kg·m(4250rpm)가 나온다. 50년 동안 진화를 거듭했지만 1960년대와 1970년대 초반 미국 도로를 주름잡던 대배기량 머슬카의 유전자를 오롯이 이어받았다.
시동을 걸면 카랑카랑한 스타트 모터 돌아가는 소리에 이어 곧바로 저음역 배기음이 터져 나온다. V형 8기통 자연흡기 엔진의 전형적인 사운드다. 시동 직후 엔진 회전수는 1200rpm 안팎을 오르내린다. 이 회전영역에서 아이들링 회전대인 650rpm 부근까지 떨어지는 동안 머플러에서 들려오는 불규칙한 금속음은 운전자 가슴을 고동치게 만든다.
머스탱 전통의 세로 3분할 테일램프. 디자인상 소폭의 변경이 있었지만 1964년 최초 모델부터 이 스타일을 고수하고 있다.
차에서 내려 머플러 앞에 귀를 대고 앉아본다. 가장 단순한 금관악기가 차량의 배기관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다양한 소리가 머플러를 통해 나온다. 양쪽 머플러의 배기음량 차이가 없는 게 일반적인데, 시승차는 오른쪽 머플러에서 좀더 큰 소리가 났다.
머스탱 GT의 배기음은 2000rpm 전후에서 듣기 좋은 소리가 난다. 엔진이 좀더 빨리 돌면 배기관을 가득 채우는 날카롭고 단조로운 금속음이 나온다. 이보다는 1·2·3단을 오르내리며 시속 20~50㎞로 여유있게 달릴 때 5.0ℓ V8 엔진은 운전자의 감성을 좀더 자극하는 소리를 내준다. 도로 위 어떤 차보다 빨리 달릴 수 있는 능력을 갖췄지만 이 소리를 즐기기 위해 느긋한 운전을 하게 만드는 매력이 있다.
머스탱은 시속 170㎞를 넘나드는 고속 영역에서 달리기 보다는 시속 110㎞ 안팎에서 여유롭게 달리면 양질의 배기음과 실키한 주행감을 제대로 맛볼 수 있다.
가속페달은 무겁지도, 가볍지도 않다. 적어도 운전자가 가속페달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지는 않는다. 1단 발진 때부터 부드럽고 매끈하게 엔진 회전수를 끌어 올려준다. 터보차저가 달린 엔진처럼 특정 회전 영역에서 토크가 터져 나와 운전자를 당혹스럽게 만들지도 않는다.
실용 영역에서 최고출력이 나오지만 4000rpm 이상 회전시키면 토크가 뚝 떨어지는 저배기량 가솔린 터보엔진과 다르다. 4500~5000rpm 근처에서 이미 레드존이 시작되는 디젤엔진과도 차이가 있다.
머스탱은 시속 180㎞ 이상에서도 힘이 넘쳐난다. “이제부터 시작”이라는 듯 앞으로 뻗어나간다. V8 엔진은 최대출력이 레드존이 시작되는 6500rpm에서 나온다. 시내 도로를 달리거나 출퇴근을 할 때 이처럼 높은 rpm을 사용할 일은 드물겠지만, 서킷이나 고속도로에서는 또다른 재밋거리를 선사한다.
머스탱의 5.0ℓ 엔진은 끝없이 이어질 것같은 미국 대륙의 고속도로에서도 지치지 않고 끈기있는 달리기를 가능케 한다.
머스탱은 일반, 스포츠, 서킷의 세 가지 주행 모드를 선택할 수 있다. 모드에 따라 스티어링휠 강도, 엔진 반응, 변속 타이밍, 차체 자세 제어장치 작동 여부가 달라진다.
스포츠 모드에서는 고단으로의 변속이 좀더 늦게 돼 역동적이고 강력한 주행감을 느낄 수 있다. 서킷 모드로 전환하면 차체 자세 제어장치가 꺼지는데, 안전을 위해 일반도로에서는 서킷 모드를 사용하지 않는 편이 낫다.
토크 컨버터 방식의 6단 자동 변속기는 변속충격이 크지 않다. 변속 속도는 듀얼 클러치를 사용하는 독일산 스포츠 쿠페에 비해 조금은 느긋하다. 연비를 고려한 듯 일반 모드로 주행하면 기어가 가급적 높은 단으로 자동 변속된다.
머스탱 GT의 복합연비는 ℓ당 10.1㎞지만 실주행에서는 좀더 낮게 나온다. 고속도로를 차량 흐름에 맞춰 주행하거나 좀더 빠른 속도로 300㎞ 가량을 달린 뒤 측정한 연비는 ℓ당 8.7㎞였다. 5.0ℓ 가솔린 자연흡기 엔진 치고는 나쁘지 않은 편이다.
머스탱의 속도계는 시속 260㎞까지 표시돼 있다. 엔진 회전수는 6500rpm부터 레드존에 들어간다.
머스탱의 센터페시아. 공조버튼 스위치가 복잡하고 크기가 작아 불편하다는 지적도 있다.
뒷좌석은 넓지 않지만 어린이 두명 정도가 탈 수 있는 공간은 된다.
머스탱의 수동식 사이드 브레이크. 전자식과 달리 드리프트나 사이드 브레이크 턴 같은 기교를 부릴 수 있다.
스티어링휠(운전대) 반응은 다소 가볍고 예민하다. 인터체인지 같은 곡선로를 빠른 속도로 빠져 나올 때는 조작에 공을 들여야 한다. 속도에 따라 다르겠지만, 가속페달을 다소 세게 밟은 상태에서 스티어링휠 조타에 오차가 생기면 자칫 차량이 조타각도보다 심하게 꺾어질 수 있다.
스티어링휠 강도도 조절할 수 있다. 센터페시아 가장 아랫쪽, 시동버튼 옆의 토글 스위치로 일반, 컴포트, 스포츠 모드 가운데 하나를 선택한다. 고속도로 같은 직선에서 빠른 속도로 달릴 때는 스포츠 모드에 놓는 것이 유리하다.
연료 걱정을 하지 않는다면 머스탱은 출퇴근용 데일리 스포츠카로도 사용할 수 있는 차량이다. 쿠페 스타일이지만 전고가 4783㎜(쏘나타보다 72㎜ 짧다)로 길어 앞좌석 승하차가 정통 스포츠카처럼 불편하지 않다. 승차감도 일반 세단보다 조금 하드한 정도다. 노면이 좋지 않은 곳에서는 자잘한 잔진동이 올라오지만, 머스탱을 타는 한 감수해야 하는 사소한 불편함이다.
머스탱 GT는 265/35/20/99Y 규격의 타이어를 사용한다.
포드는 신형 머스탱의 전·후륜 서스펜션을 개선했다. 특히 뒷바퀴에 ‘인티그럴 링크 독립식 서스펜션’을 새로 적용하고 코일과 댐퍼, 부싱을 모두 새 부품으로 교체했다. 승차감이 좋아지고 코너링 능력이 향상됐다고 한다.
하지만 독일산 프리미엄 브랜드의 고성능 스포츠카처럼 고르지 못한 노면 충격을 즉각적으로 흡수하지는 못한다. 주행 안정성도 이들 고성능 스포츠카보다는 미미하게 떨어지는 편이다. 과속 방지턱을 넘을 때도 여진(잔진동)이 따라 온다.
과거 머스탱은 브레이크 성능에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 신형 머스탱 브레이크는 422마력 출력을 감당하기에 충분하다. 4피스톤의 앞바퀴 브레이크 캘리퍼와 265/30/20Y 규격의 피렐리 ‘P제로’ 타이어는 도심의 정체 구간이나 타이어의 한계에 가까운 고속 주행만 아니라면 무리없이 머스탱을 원하는 위치에 세워준다.
‘후측면 접근 차량 경고 시스템’,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사각지대 감지 시스템’ 같은 편의장치가 많다. 에어백도 운전석과 조수석 무릎 보호용을 포함해 8개나 달렸다. 앞 범퍼 전면과 측면에 충돌 경고음을 보내는 장치가 없는 점은 아쉽다.
머스탱의 보닛은 어떤 스포츠 쿠페보다 길다. 보닛 길이가 기아차 포르테 보닛의 2배가량 된다.
요트 갑판이 떠오를 정도로 보닛이 길고, 엔진 배치상 보닛 가운데 부분이 솟아있어 운전자의 시야가 제한을 받는다. 좁은 길이나 지하 주차장에 들어갈 때는 무척 조심해야 한다. 충돌 경고 장치가 없어 운전이 서툰 운전자들은 앞 범퍼 긁어먹기 십상이다.
라디오 볼륨, 선국 다이얼의 크롬 도금 상태가 썩 고급스럽지 않아 보인다. 센터페시아 중간에 위치한 에어컨 조작 스위치 등은 버튼이 작아 적응하는데 시간이 필요하다. 하지만 이 같은 자잘한 단점은 가격이 상쇄시켜준다.
수입차 시장에서 6035만원으로 422마력을 내는 5.0ℓ V8 자연흡기 가솔린 엔진 쿠페를 찾기는 쉽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