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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 삼키는 스승의 날… 세월호 희생 단원고 교사 아버지의 ‘5월15일’

입력 2015.05.14 21:58

수정 2015.05.14 2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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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에 딸 대신 미안” 마음껏 슬퍼할 수도 없어

2014년 4월16일. 스물여섯 번째 생일날 딸은 떠났다.

마음 여린 딸이었다. 처음 맡은 담임 역할이 힘들다며 자주 울었다. 때가 엇갈려 반 아이들 단체사진 찍는데 못 갔다고 울었다. 짓궂은 아이들은 ‘울보 선생님’이라고 놀렸다. 맘 여리고 눈물 많던 딸은 사고 3일 만에 시신으로 돌아왔다. 아이들이 배 안에서 깜짝 생일파티를 열며 선물했다는 목걸이와 귀걸이를 하고 있었다.

세월호 참사 1주기를 며칠 앞둔 지난달 초, 김성욱씨(57)는 딸과 함께 배를 탔다가 살아남은 단원고 아이들을 다시 만났다. 초원씨가 담임을 맡은 2학년 3반 아이들이었다. 아이들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초원씨 생일 축하편지를 썼다. “세상에서 제일 예쁜 초원쌤, 저희 때문에 우시던 게 계속 떠오른다”며 “여긴 벌써 벚꽃이 지고 있지만 선생님 계신 그곳은 항상 예쁜 봄이었으면 좋겠다”고 적었다.

지난해 안산 단원고 2학년 3반이었던 학생들이 세월호 참사로 숨진 당시 담임교사 고 김초원씨에게 올해 보낸 생일축하 편지 | 김성욱씨 제공

지난해 안산 단원고 2학년 3반이었던 학생들이 세월호 참사로 숨진 당시 담임교사 고 김초원씨에게 올해 보낸 생일축하 편지 | 김성욱씨 제공

김씨도 딸 잃은 아버지이지만 마음껏 슬퍼할 수 없었다. 사고 후 김씨는 병원을 돌며 희생당한 아이 부모들에게 고개를 숙였다. “제 자식이 인솔을 제대로 못해 귀한 목숨을 잃었다”고 했다. 매주 금요일에는 팽목항을 찾아 아직도 딸 시신을 찾지 못한 어머니 손을 붙잡고 위로했다.

김씨는 “아이들 부모님 앞에서 울지 않으려 했다”면서 “다들 가슴이 찢어지는데 선생 아버지인 나까지 울면 안될 것 같았다”고 했다. 하지만 아이 부모들은 매번 김씨가 눈물 흘린 흔적을 찾아내고 “그러면 따님도 편치 않을 것”이라며 위로했다. 어느새 김씨의 별명도 ‘울보 아버지’가 됐다. 그렇게 아버지와 딸은 닮았다.

스승의 날을 하루 앞두고 김씨는 딸에게 편지를 썼다. “사랑하는 딸아, 먼 길 떠난 후 꿈속에도 나타나지 않는구나. 한번만 보고 싶은데. 스승의 날 엄마, 아빠가 예쁜 꽃 한아름 안고 가서 학생들 대신 축하해줄게. 아픔 없는 곳에서 제자들과 부디 편히 지내길 빌게.”

14일 오전 안산에서 만난 김씨는 조용히 눈물을 삼켰다. 가슴 시린 스승의 날이 다시 김씨를 찾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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