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삶

고려는 단일민족 아닌 다민족 사회… 중국·발해·여진 등 귀화인 8%, 역사에 기록된 고위직도 10명

서영찬 기자

▲ 고려사의 재발견…박종기 지음 | 휴머니스트 | 432쪽 | 2만3000원

[책과 삶]고려는 단일민족 아닌 다민족 사회… 중국·발해·여진 등 귀화인 8%, 역사에 기록된 고위직도 10명

한국사 교육의 큰 줄기 가운데 하나가 단일민족론이다. 적어도 제도권 교육에서는 그렇다. 그래서 우리는 한반도 거주자의 역사가 하나의 혈통과 문화로 면면하다는 사관을 의심 없이 받아들인다. 그런데 과연 순수한 문화라는 게 가능할까. 민족이란 게 상상의 공동체라는 분석도 있듯 수천년 단일 민족의 역사란 것도 책 속에 존재하는 것일 수 있다.

저자는 고려사도 단일민족론의 연장선 위에서 읽혀져 왔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고려는 다민족·다문화 사회였다고 강조한다.

그 예로 귀화인이 많았던 사실을 든다. 11세기 초부터 100여년 동안 중국, 발해, 거란, 여진 출신들의 고려 귀화가 줄기차게 이어졌다. 당시 귀화인은 고려 인구의 8% 이상 차지한 것으로 추정된다. 출세해 고위직에 올라 <고려사>에 등장하는 귀화인만 해도 10명이다. 광종 때 과거제 도입에 앞장 선 쌍기가 대표적인데, 그는 중국 출신이었다.

귀화인들은 상인, 역관, 승려, 음악인 등 특수 직종에 종사하는 경우가 많았다. 고려는 그만큼 개방적이고 다원적인 사회였다. 하지만 역사학계에서는 민족의식 고취에 경도된 나머지 고려 문화의 혼종성을 간과해버렸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고려시대 주요 사건과 인물을 스토리텔링 기법으로 기술한 책은 곳곳에서 통념을 흔든다. 저자는 불교 국교론도 그릇된 가르침이라고 말한다. 불교는 국교의 지위에 있었던 것이 아니라 몸과 마음을 닦는 수신의 수단이었다고 한다. 수신은 불교로, 통치는 유교를 수단으로 삼았다. 또 국가 중대사 팔관회처럼 풍수지리, 낭가사상도 뿌리 깊었다. 시기에 따라 우열은 있었을망정 다양한 종교가 공존했는데, 다원적 사회라서 가능했다. 저자는 다원적 사회라는 인식틀로 고려를 봐야 이웃 나라와 벌인 외교 및 영토분쟁 등도 더욱 선명하게 이해된다고 지적한다.

책에는 본관제 탄생 배경, 왕실 근친혼이 흔했던 까닭, 묘지명 유행 이유, 삼별초 항쟁의 내막 등 흥미로운 이야기가 수두룩하다. 하지만 이 책의 묘미는 뒤틀린 역사 상식 바로잡기에 있다. 저자는 뒤틀린 상식을 ‘구전되는 주술’에 빗댔다. 민족사가 곧 국사라 믿는 학자도 이 주술에 휘둘려 앵무새처럼 주문을 외는 경우에 해당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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