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서 창작극 ‘오월 광주’ 공연하는 임진택 판소리 명창
“너는 꼭 살아서 너의 형들이 어떻게 죽어갔는지를, 후~세에 만~대에 전~해다오~.”
지난 15일 만난 판소리 명창 임진택씨(65·사진)는 서글프지만 비장한 목소리로 창작판소리 <오월 광주>의 한 장면을 재연했다. 계엄군의 진압작전 직전인 1980년 5월26일 밤 전남도청, “누나가 잔인하게 학살됐소. 나도 남게 해주시오”라고 말하는 어린 남자 고등학생에게 도청을 사수하던 윤상원씨가 안된다고 말하는 장면이다.
<오월 광주>는 1980년 5월17일부터 27일까지 열흘간의 광주항쟁을 80분에 걸친 판소리로 담고 있다. 1990년 초연을 한 <오월 광주>는 5·18민주화운동 35주년인 18일 오후 7시 서울 종로구 조계사 전통문화예술공연장에서 공연된다. 서울지역에서는 25년 만이다.
<오월 광주>를 다시 선보이게 된 데는 임씨의 뜻이 있었다. 임씨는 “세월이 가면서 광주항쟁에 대한 관심이 사라져 오월 광주는 바둑으로 말하자면 ‘사석(죽은 돌)’이었다”며 “광주항쟁이 어떤 것이었는지 후세에 남겨야 한다는 당초 <오월 광주>의 제작 취지를 살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1980년 3월 광주의 문화패 결성 행사에서 윤상원씨를 만난 적이 있는 임씨는 감회가 더 새롭다. 임씨는 “언젠가 윤상원씨가 총을 맞고 쓰려져 있는 시신의 사진을 봤고 광주항쟁을 기리는 작품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며 “최근에는 역사가 거꾸로 가고 있는데 내가 입을 닫아서는 안되겠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달 17일 세월호 참사 1주기 추모와 기네스북 등재를 위해 서울시청 광장에서 4160개의 촛불로 세월호를 만든 행사의 총감독도 맡았다. 임씨는 “기네스북 등재를 해 사람들에게 세월호 참사의 고통을 알리는 게 목적이었지만 세월호 참사를 겪고도 각성을 하지 않는다면 앞으로 더 큰 참사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뜻도 있었다”고 말했다.
임씨는 “광주항쟁 때 우리는 광주항쟁 이전과 이후가 달라져야 한다고 외쳤다. 그러나 역사는 거꾸로 돌아가고 있다. 다시 세월호 참사 이전과 이후가 달라져야 한다고 외치고 있다”며 “반생명이 아니라 생명사회로, 인간이 모두 평등하게 서로 보듬고 북돋우는 사회로 가야 한다는 경각의 계기를 놓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덧붙였다.
임씨는 백범 김구 선생의 서거일인 다음달 26일 백범을 주제로 한 판소리와, 안중근 의사가 이토 히로부미를 사살한 10월26일 <안중근, 아베를 쏘다>라는 판소리 무대를 계획하고 있다. 임씨는 “판소리에는 흥겨운 판소리도 있고, 풍자와 해학도 있지만 비장·통곡·절규도 중요한 미적 범주 중 하나”라며 “듣는 이가 사건을 눈으로 그려볼 수 있게 소리로 알려주는 것이 판소리다. <오월 광주>에서 그것을 이야기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