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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높게 잡은 ‘전력설비 예비율’

입력 2015.05.19 22:11

수정 2015.05.19 2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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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희곤 기자

전력소비 증가세 줄었는데 ‘공급불안 가능성’만 강조

발전소가 남아돌게 된 것은 ‘전력설비 예비율’이 지나치게 높게 설정됐기 때문이기도 하다. 현행 전력설비 예비율은 22%다. 전력소비가 가장 많을 때에도 발전소의 4분의 1이 놀고 있도록 설계된 것이다. 한국전력조차 적정 설비예비율을 12%로 잡고 있는 것에 비하면 납득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정부는 2013년 2월 세운 6차 전력수급기본계획(2012~2027년)에서 전력설비 적정 예비율을 22%로, 5차 계획(2010년 확정) 때보다 4%포인트 높였다. 2020년에는 설비예비율이 30.5%까지 치솟도록 했다.

[전기중독사회를 넘어서]너무 높게 잡은 ‘전력설비 예비율’

지난 20년(1993~2012년)간 설비예비율이 줄곧 20%를 밑돌았던 것과 비교하면 설비예비율 22%는 전례 없는 수치다. 한전 경제경영연구원이 2012년 작성한 ‘적정 설비예비율 및 운영예비력’에서 적정 설비예비율을 12%로 잡은 것과 대조된다. 2008년 실시된 서울대 연구 결과도 12%가 적정하다고 제시했다. 미국은 지역별로 차이가 있지만 15% 이내, 독일과 프랑스는 13% 수준에 불과하다.

여기에 전력수요 전망도 과다하게 책정됐다. 6차 전력수급계획 당시 전력소비량 증가율은 연평균 3.4%, 최대전력수요 증가율은 3.5%로 예측됐다. 5차 계획의 전력소비량 증가율 3.1%, 최대전력수요 증가율 3.1%보다 높다.

하지만 2013~2014년의 실제 최대전력수요는 전망치를 크게 밑돌았다. 2013년 여름의 최대전력수요 예측은 7835만㎾인 반면 실적은 7402만㎾로 원전 4기 발전량보다 많은 433만㎾가 남았다. 지난해 여름 예측(8033만㎾)과 실적(7605만㎾) 차이도 428만㎾였다. 국내총생산(GDP) 규모를 웃돌거나 비슷했던 전력소비도 2011년 이후 증가세가 크게 둔화됐다. 2013년엔 GDP 증가율이 3%였으나 전력판매량 증가율은 1.8%, 지난해에는 GDP 3.3% 증가에 전력판매량은 0.6% 증가에 그쳤다.

정부는 ‘안정적인 전력수급’을 위해 설비예비율을 높게 책정했다고 설명한다. 2011년 9월15일 발생한 순환단전, 2012년 전력부족 사태도 영향을 미쳤다. 원전 안전대책 강화를 위한 예비율 3%를 포함한 최소 예비율 15%에 예측오차와 수요관리의 불확실성을 반영해 7%를 더했다는 것이 정부의 설명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정부가 전력수요 둔화 가능성보다 공급불안 가능성만을 강조 해왔다고 지적한다. 발전소 추가 건설을 위해 수요예측을 부풀리고 설비예비율을 과다설정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된다. 이 기간 중 민간기업들이 대규모로 발전사업에 뛰어들었다. 국회예산정책처 허가형 사업평가관은 “2027년까지 연평균 경제성장률을 3.5%로 예상할 경우 수요 증가세가 완만할 것으로 예상되는데도 정부가 과거보다 10% 이상 높은 설비예비율을 설정했다”고 지적했다.

▲ 전력설비 예비율

전력의 총 공급능력에서 여름이나 겨울 성수기의 최대전력 수요를 빼 산출하는 수치로, 전력 여유가 얼마나 되는지를 나타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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