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삶

전설 속 공룡을 찾아 나선 괴짜 탐험가

서영찬 기자

▲ 야생의 심장 콩고로 가는 길 1·2레드몬드 오한론 지음·이재희 옮김 |바다출판사 | 488쪽·504쪽 | 각 1만4800원

[책과 삶]전설 속 공룡을 찾아 나선 괴짜 탐험가

지은이 오한론은 영국 작가이자 탐험가이다. 1989년 42세의 오한론은 아프리카 콩고 밀림 속으로 들어간다. 밀림 속 직경 5㎞가량의 텔레 호수에 산다고 전해져 내려오는 공룡 모켈레음벰베를 두 눈으로 확인하고 싶어서다. 콩고 생물학자의 목격담에 따르면 모켈레음벰베는 작은 머리에 목이 길쭉한 공룡 브라키오사우르스를 닮았다. 머리에서 등까지 길이가 5m 남짓인데, 피그미족 사이에서 많은 목격담과 함께 전설처럼 전해져 내려오는 동물이다. 모켈레음벰베는 겁 모르고 낙천적인 괴짜 탐험가를 유혹하기에 충분했다.

오한론, 그의 친구 래리 교수, 그리고 여행 중간에 합류하는 공룡을 봤다는 콩고 학자 마르셀랭. 불안과 호기심 가득한 세 사람은 마법에 홀린 듯 원시림을 누빈다. 그러나 원시림이 문명인을 따뜻하게 맞아줄 리 없다. 토착 원주민의 공격, 무장한 콩고 군인과의 조우, 말라리아 감염. 돌발상황과 위기는 도처에서 튀어나온다. 당시 공산주의 국가 콩고는 폐쇄적이어서 15일짜리 비자만 발급했고, 비자 기한 연장은 불가능했다.

오한론은 이를 무시하고 6개월을 버텼으니 언제 끌려가 흔적없이 죽더라도 이상할 게 없는 형편이었다. 하지만 삶과 죽음의 경계가 모호한 여행에서 오한론은 유머를 잃지 않는다.

오한론은 모켈레음벰베를 보았을까. 탐험이 중후반에 접어들 때 텔레 호수에 닿는 장면이 등장한다. 그런데 그 대목에 이르면 오한론은 물론 독자들도 모켈레음벰베가 그다지 중요한 문제가 아님을 느낀다. 탐험 중 보고 맞닥뜨린 것 모두 가치가 있기 때문이다. 여행의 목적이란 게 흔히 여행이 진행될수록 수증기처럼 서서히 무화(無化)된다는 것이 여기서도 증명된다.

공룡을 찾아나선 이 지리멸렬한 탐험기는 고난에 처한 문명인을 대리체험하게 해주고, 아프리카의 신비를 맛보게 해준다. 오지의 주술과 마법을 접한 오한론은 환영과 관조 사이를 넘나든다. 문명인이 미지의 자연과 원시 문화를 만났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과감없이 드러난다. 그의 콩고 탐험기는 콘래드가 콩고 여행 경험을 바탕으로 쓴 <어둠의 심연>과 다윈의 <비글호 항해기>를 뒤섞어 놓은 듯하다. 소설처럼 쓰여진 이 탐험기는 흥미진진한 인류학 텍스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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