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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용 전기, 원가 이하로 공급… 기업 과소비 조장

입력 2015.05.26 21:56

수정 2015.05.26 2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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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희곤 기자

4년간 기업 5조원 이익… 절전 땐 보조금 혜택도

화력·원전 원료 세금 미미… 정부가 ‘전기쏠림’ 부채질

국내 전기요금은 세계적으로 저렴한 편이다. 가정용은 누진제가 적용되면서 소비가 억제되고 전체 사용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작지만, 산업용은 비중이 클 뿐 아니라 누진제도 적용되지 않는다. 원가 이하로 전기를 공급받는 등 특혜도 주어진다. 기업들이 ‘전기중독’에 걸릴 환경을 정부가 조장해온 셈이다.

26일 국회 예산정책처 자료를 보면 지난해 2분기 기준 국내 산업용 전기요금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4번째로 낮았다. 가정용 전기요금도 멕시코, 노르웨이에 이어 3번째로 저렴했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전력소비량(2010년 기준)의 경우 산업용은 OECD 국가 중 7위, 주택용은 27위였다. 주택용 전기요금에 누진제가 적용된 영향으로 가정용 전기소비량은 OECD 평균의 절반 수준에 그쳤다.

결국 소비량의 과반(2011년 기준 53.2%)을 차지하는 기업들이 과소비를 주도해왔다. 기업들에는 특혜도 주어졌다. 한국전력은 2008년부터 2011년까지 원가의 85.8% 수준으로 전기를 공급했고, 이로 인해 기업이 얻은 이익은 5조23억원에 달했다. 2013년 감사원 감사에서 적발된 이후 요금이 다소 오르긴 했지만 여전히 원가의 90%대 후반으로 공급된다. 한전은 에너지를 절약하거나 자가발전기를 가동한 기업에 2013년에만 1182억원을 지급했다. 재원은 소비자가 낸 전기요금으로 조성한 ‘전력산업기반기금’에서 마련했다.

전기요금은 다른 에너지에 비해 낮게 유지됐다.

2011년 경유, 등유, 도시가스 가격은 2002년에 비해 각각 170%, 150%, 70% 올랐지만 전기요금은 20%만 올랐다. 요금이 싸다 보니 기업들은 등유를 쓸 일에도 전기를 썼고, 그 결과 2002년부터 2011년 사이에 등유 소비는 52% 줄어든 반면 전기 소비는 68% 급증했다.

세제도 싼 전기요금을 뒷받침했다. 화력·원자력 발전원료인 유연탄과 우라늄에는 세금이 거의 붙지 않는다. 반면 경유, 휘발유에 붙는 세금은 관세, 개별소비세 등 6종류나 된다. 조세재정연구원은 지난해 보고서에서 이로 인한 ‘전기쏠림’ 현상을 지적하면서 “전기소비세를 도입하거나 유연탄, 우라늄 등에 세금을 부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재계는 산업 경쟁력 확보를 위해 전기요금을 싸게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하지만 요금 인상의 영향은 크지 않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은 2013년 보고서에서 “전기요금이 5% 인상되더라도 실질 GDP는 0.09% 낮아지는 데 그친다”고 분석했다. 제조원가 중 전기요금 비중도 1995년 1.72%에서 2013년 1.45%로 낮아졌다.

▲ 착한 전기 (2) 전력화 현상
값싼 전기가 석유·가스 등을 대체하는 것


다른 에너지를 사용할 곳에 전기를 쓰게 되는 현상을 ‘전력화 현상’이라고 한다.

선철은 등유를 태워 만든 열로 용광로에서 철광석을 녹여 만들어진다. 한번 달궈진 용광로는 보통 15년간 꺼지지 않는다. 반면 전기로 열을 발생시켜 선철을 만드는 전기로는 쉽게 끌 수 있고 설비투자비가 적게 든다. 국내 제철소들은 철강 수요가 늘어나면 전기로를 늘리는 방식으로 설비를 확대했다. 전기요금이 낮다보니 전기로가 용광로를 대체하게 된 것이다.

산업용 전기는 주택용과 달리 누진제 적용을 받지 않는다. 전기요금이 가장 저렴한 시간대(밤 11시~아침 9시)의 산업용 요금은 kwh당 52.3원으로 주택용 100kwh 이하 사용 가구에 적용되는 kwh당 57.3원보다도 싸다. 전력화 현상으로 전력 사용량이 급증하면서 ‘전기가 부족하다’는 인식이 확산됐다. 제철업체들의 전기로 확대는 2011년 발생한 전력부족 사태의 원인으로도 지목된다.

<이재덕 기자 duk@kyunghyang.com>


<경향신문·녹색당 공동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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