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조 308 1.6 Blue-HDi. ‘푸조 치고는’ 디자인이 튀지 않는다는 평가를 받는다. 한불모터스 제공
수입차 구매를 ‘훼방놓는’ 최대의 적은 가격이다. 럭셔리 브랜드가 아니어도 3000만원 이하에 살 수 있는 준중형 유럽산 수입차는 드물다. 하지만 뜻이 있으면 길이 열린다. 잘 찾아보면 3000만원에서 오히려 몇십만원 빠진 가격에 오너가 될 수 있는 수입차도 있다.
‘푸조 308 1.6 Blue-HDi’가 그렇다. 가장 저렴한 악티브 트림은 2950만원, 좀더 비싼 알뤼르 트림도 3190만원에 머문다. 불안하다고? 싼 게 비지떡이란 속담은 대체로 틀리지 않으니, 그런 생각이 들 수도 있겠다.
하지만 걱정을 크게 하지 않아도 되겠다. 푸조 308 1.6은 적어도 가격을 웃도는 가치가 있다. 이 차는 푸조가 폭스바겐 골프와 경쟁하기 위해 만들었다. 동급 해치백 최강이라는 골프를 타겟으로 정했으니 어지간이 공을 들였을 것이다.
지난해 2.0 모델이 국내에 먼저 소개됐다. 하지만 폭스바겐 골프는 강했다. 2.0 모델은 골프의 위세에 눌려 올해 4월까지 158대가 팔렸을 뿐이다. 골프 2.0 TDI는 같은 기간에 2213대가 판매됐다.
항공기 조종석 형태로 만들어진 푸조 308의 대시보드. 운전석에 앉으면 계기판이 운전대 위로 보이도록 설계됐다.
형님 뻘인 2.0 모델의 포한(抱恨)을 308 1.6이 풀 수 있을까.
308 1.6은 푸조가 개발한 새 디젤엔진 ‘Blue-HDi’와 6단 자동변속기가 조합된 파워트레인을 갖췄다. 이 엔진은 유로6 배출가스 기준을 만족시키며 최고출력 120마력, 최대토크 30.6㎏·m가 나온다. 1.6ℓ 엔진으로는 적잖은 출력이다. 배기량 대비 강한 파워는 이 차의 첫번째 매력이다.
종전 308 1.6 모델에는 수동변속기 감각과 비슷한 자동변속기(MCP)를 사용했다. 수동변속기 특성이 도드라져 연비는 높지만 변속 때 울컥거리고, 충격이 커 주행질감이 나빴다. 신형 308 1.6 모델은 이 변속기를 과감하게 버렸다. 대신 일본 변속기 전문업체 아이신의 6단 자동변속기를 달아 주행감성을 개선했다.
경기 가평 유명산 일대 국도와 중부내륙고속도로에서 308 1.6을 시승했다. 1.6ℓ 엔진이라 믿기지 않을 만큼 힘이 좋다. 오르막이 이어진 유명산 일대 산길을 지치지 않고 내달렸다. 아이신 6단 변속기는 더블 클러치가 아닌 토크 컨버터 방식이지만, 변속이 늦지 않고 변속감도 찰졌다. 308 1.6이 가진 두번째 매력으로 꼽을 수 있겠다. 패들 시프트가 있어 보다 운전자가 원하는 단수로의 기어변속이 가능하다.
푸조 308SW 1.6. 왜건 스타일로 뒷좌석 레그룸에 더 여유가 있고 트렁크 공간도 기본형보다 넓어 자녀를 2명 이상 둔 가정에 적합하다.
308 1.6은 주행모드를 일반과 스포츠 모드 두 가지로 선택할 수 있다. 일반 모드에서도 힘이 부족하지 않다. 그러나 와인딩 로드를 거칠게 감아돌고 싶은 욕구가 생긴다면 스포츠 모드가 제격이다. 계기판 색깔이 붉은색으로 변해 운전자의 질주 본능을 자극한다.
스포츠 모드에서는 엔진 회전수가 일반 모드보다 높게 유지되고, 변속 시점도 좀더 늦춰진다. 계기판 정보창에는 주행 당시의 출력과 토크, 터보의 부스트 압력이 수치로 표시돼 운전하는 재미를 더한다. 특정 속도에서, 일정한 양만큼 가속페달을 누를 때의 마력과 토크를 알 수 있다는 것은 신기하고도 즐거운 일이다.
스포츠 모드에서 가장 인상적인 것은 배기음이다. 스포츠카처럼 굵고 묵직한, 운전자의 감성을 자극하는 사운드가 나온다. 이 소리는 실제 배기음은 아니다. 사운드 제너레이터라는 기계로 만든 소리를 스피커를 통해 실내에서 듣게 한 것이다. 사운드 제너레이터가 만드는 굵직한 배기음을 들으며 산허리를 감으면 억대 스포츠카가 부럽지 않다. 세번째 매력이다.
푸조 308 1.6의 스티어링 휠 감각은 예민한 편이다. 유격이 거의 없이 운전대를 돌린 만큼 타이어가 조타된다. 운전대 지름은 320㎜로 일반 세단보다 작다. 그만큼 앞바퀴를 빨리 돌릴 수 있어 스포츠카처럼 빠른 거동이 가능하다. 왠만한 코너에서도 운전대를 90도 정도 꺾으면 회전이 가능하다.
브레이크는 운전자가 인식하지 못할 정도로 자연스럽다. 성인 4명을 태우고 유명로 내리막길을 고속으로 달리다 풀 브레이킹을 해도 차 머리가 돌거나 한쪽으로 쏠리지 않고 원하는 거리에 꽂히듯 멈춰선다. 308 1.6의 예리한 제동력은 네번째 매력으로 선택하기에 손색이 없다.
308 1.6의 서스펜션은 앞바퀴는 맥퍼슨 스트럿, 뒷바퀴는 최근 잘 사용하지않는 토션빔 방식을 채택했다. 그러나 방식은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댐핑 스트로크가 유럽산 수입차답게 길지 않고 탄탄하다. 코너를 돌거나 급브레이크를 밟을 때 발생하는 롤링이나 피칭도 불편하지 않을 정도로 잘 다듬어져 있다. 과속방지턱을 넘을 때는 꽤 요란하지만, 턱을 넘고 난 뒤의 여진(잔진동)은 많지 않다.
푸조 308SW 1.6의 트렁크. 2열 시트를 접으면 최대 1775ℓ까지 짐을 실을 수 있는 공간이 만들어진다.
연비가 놀랍다. 푸조 차량은 연비가 높기로 유명하지만 직접 경험해보니 더 인상적이었다. 꼬불꼬불 산길을 엔진 브레이크를 사용하며 고속으로 달렸지만 일반모드에서는 ℓ당 19㎞가 나왔다. 시승자를 바꾸고 스포츠 모드로 운행했을 때는 16㎞를 기록했다. 호주머니 사정과 직결되는 다섯번째 매력이다.
자잘한 거슬림도 눈에 띤다. 계기판 왼쪽의 스피도미터(속도계) 바늘은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움직인다. 반면 타코미터(엔진 회전계) 바늘은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감긴다. 푸조, 프랑스차만의 감성이라고 이해할 수도 있지만 운전 중 가끔 헷갈린다. 스포츠 모드로 바꿀 때는 반드시 2초 이상 버튼을 눌러야 한다. 앞 차를 빨리 따라가야 하는데, 2초를 허비하는 건 비경제적이다. 엔진 소음도 다소 느껴지지만, 디젤엔진을 심장으로 가진 차를 두고 엔진 소음 얘기를 하는 건 넌센스다.
308 1.6 기본형이 덩치가 작아 불편할 것이라 판단된다면 왜건 스타일의 ‘308SW 1.6’을 선택할 수도 있다. 소비자가 선택할 폭이 넓다는 것은 여섯번째 매력이 되기에 충분하다.
308SW 1.6은 휠베이스가 기본형보다 110㎜, 전체길이는 4585㎜로 330㎜ 더 길다. 그만큼 뒷좌석에 여유가 있다. 트렁크 공간도 기본형보다 190ℓ가 많은 660ℓ다. 2열 시트를 접으면 1775ℓ까지 늘어난다. 가격은 기본형보다 비싼데 국내에 수입되는 알뤼르 모델은 3390만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