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원전·탈도시’ 외치는 다이뉴 셰어하우스 젊은이들
일본 후쿠오카시에서 전철로 1시간가량 떨어진 이토시마시 다이뉴 마을. 도시에 살던 20~30대 청년 6명이 2년 전 이곳으로 이주해 셰어하우스를 꾸렸다. 지난달 22일 방문했을 때 타지에서 찾아온 친구를 위해 점심식사를 준비하느라 분주했다. 이들은 2011년 후쿠시마 원전사고를 겪은 뒤 “도시적인 삶에서 벗어나 공동체 생활을 하겠다”며 낡은 고옥을 고쳐 생활하고 있다. 요리사, 음악가, 사진가로 각기 다른 일을 하지만 함께 농사를 짓고, 지역사회에서 보육봉사도 하고 있다.
도쿄에서 요리사로 일했던 고이치 시다(30)는 “내가 사는 환경은 스스로 가꿔나가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며 “전기를 원전에 의지하고, 돈 때문에 회사에 의지하면서 사는 삶은 지속가능하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만큼은 아니어도 원전사고를 계기로 도쿄에 사는 또래들 중에서 생각이 바뀐 이들이 많다”고 했다.
도쿄에서 이토시마시 다이뉴 마을로 이주해 공동체 생활을 하고 있는 고이치 시다(오른쪽에서 두번째)가 셰어하우스 앞에서 친구들과 활짝 웃고 있다. 이토시마(후쿠오카) | 이준헌 기자 ifwedont@kyunghyang.com
에너지 자립은 이들의 새로운 삶에서 중요한 덕목이다. 셰어하우스에 태양광 패널 1개(발전용량 50W)를 설치해 휴대폰 충전에 쓴다. 고이치는 “태양광 패널 설치비용이 4만엔(약 36만원)으로 비싸다”며 “친구로부터 50W 패널 10개를 받기로 해 앞으론 전기의 절반 정도를 충당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최근 이토시마 인근 사가(佐賀)현에 있는 원전의 재가동 반대운동에도 참여하고 있다.
대지진과 원전사고 이후 일본 사회에 ‘원전으로는 지속가능한 삶이 불가능하다’는 인식이 확산됐다. 고이치처럼 에너지 자립을 실천하기 위해 도시를 떠나는 이들도 늘어났다. 한·일 청년담론 연구자인 후쿠시마 미노리(福島みのり)는 <조용한 전환>이란 책에서 “3·11을 계기로 일본 청년들이 예전보다 적극적으로 자신의 목소리를 내고, 관계맺음에 나서고 있다”고 분석했다.
주민들이 33년째 원전 건설 반대운동을 하고 있는 이와이시마에는 원전사고 이후 30~40대 20여명이 섬으로 이주했다. 지난달 21일 이와이시마에서 만난 호타 게이스케(49)는 홋카이도(北海道) 삿포로(札幌)시에 살다가 3년 전 가족과 함께 이 섬으로 이주했다. 그는 이와이시마의 원전 반대운동을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꿀벌의 날갯소리와 지구의 회전>을 보고 섬의 매력에 빠졌다. 섬에서 커피숍을 운영하고 있는 그는 매주 월요일이면 열리는 원전 반대집회에도 참석하고 있다.
요시카와 다카코(40)는 이와이시마로 이주한 뒤 태양열을 이용한 ‘솔라 쿠커’(solar cooker)로 요리하는 ‘자연주의 식당’을 열었다. 그는 “도시에서 에너지를 많이 쓰고, 소비를 많이 하는 삶이 환경이나 다른 주민들에게 피해를 주고 있다는 생각에 섬으로 오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이곳 주민들은 석유나 가스, 전기를 가급적 쓰지 않는다”며 “도시에서도 어렵겠지만 조금씩 삶의 변화를 주는 노력을 하면 달라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경향신문·녹색당 공동기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