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 히데유키 일본 탈핵 시민단체 ‘원자력자료정보실’ 공동대표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일본 정부는 원전을 재가동하는 정책을 강행하면서 에너지절약 정책에는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습니다. 지금 일본의 에너지절약은 민간이 이끌고 있다고 보면 됩니다.”
일본의 탈핵 시민단체인 원자력자료정보실의 반 히데유키(伴英幸·사진) 공동대표는 지난 10일 도쿄 신주쿠(新宿) 사무실에서 가진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일본은 후쿠시마 사고 이후 절전으로 전력소비량을 최고 17%까지 줄인 바 있는데 이는 대략 원전 20개의 발전량에 맞먹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사고를 계기로 더 많은 돈이 들더라도 절전형 전자제품이나 주택을 구매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났고, 기업들도 이에 호응해 절전형 제품을 쏟아내는 등 민간 차원의 노력이 이어지면서 절전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원자력자료정보실은 일본 원전의 안전성 문제를 집중적으로 파헤쳐온 대표적인 시민단체다.
반 대표는 그러나 “원전 재가동을 전제로 에너지 정책을 짜고 있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이 절전이나 재생에너지산업 육성에 관심을 보이지 않으면서 전력소비량 절감률은 10% 수준으로 떨어졌다”고 안타까워했다. 일본 정부는 올해 여름철 절전대책과 관련해 기업과 가정에 절전 목표치를 제시하지 않기로 하는 등 ‘느슨한 절전정책’을 이어가고 있다.
반 대표는 아베 정권이 이처럼 절전에 적극 나서지 않는 이유에 대해 “전력을 많이 팔아야 이익을 남길 수 있는 전력회사들을 지원해야 하기 때문”이라면서 “아베 정권은 태양광발전 등 재생에너지 분야에 대한 민간참여를 억제하려는 태도도 보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후쿠시마 사고 이후 민주당 정권은 원전을 모두 없애겠다고 했지만, 이후 정권을 잡은 자민당의 아베 정권은 전력업계의 반발을 수용해 원전회귀를 선언했다”면서 “선거마다 압승을 이어가고 있는 아베 정권에 누구도 제동을 걸지 못하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그가 바라는 일본의 에너지 정책은 2030년대에 원전 비율이 0%가 되는 ‘제로원전’의 실현에 있다. 정부가 강력한 의지를 갖고 에너지절약 정책을 추진한다면 절전만으로도 전력소비량을 최고 20%까지 줄일 수 있다고 했다. 반 대표는 “전력소비량을 줄이고 재생에너지 생산을 적극적으로 늘려나간다면 일본은 원전 없이도 충분히 살아갈 수 있다”면서 “한국을 포함한 다른 나라도 상황은 비슷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향신문·녹색당 공동기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