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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62개 창문에 태양광 패널… 안 쓰는 컴퓨터 저절로 OFF

입력 2015.05.27 22:28

수정 2015.06.01 2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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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후쿠시마 이후 일본

▲ 전기 사용량 70% 줄인 ‘시미즈건설’ 사옥
햇빛 차단 블라인드 등 건물 곳곳에 절전기술
민간선 주택 리모델링 붐… 기업·지자체도 절전 동참

“오후 4시 현재 이 건물의 태양광 하루 누적 발전량은 416㎾입니다. 태양광 발전과 절전으로 탄소배출량을 79% 줄였습니다.”

지난 11일 오후 4시 일본 도쿄(東京)도 주오(中央)구 교바시(京橋)에 있는 시미즈(淸水)건설 사옥 2층 로비. 휴게실에 설치된 대형 모니터에서 건물의 에너지절감 시스템을 소개하는 영상과 에너지 절감수치가 흘러나왔다. 모니터를 지켜보는 방문객들은 건물이 자체적으로 전력을 생산하면서 다양한 절전 시스템으로 탄소배출량을 80% 가까이 줄일 수 있다는 사실에 감탄했다.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반원전 운동가’로 나선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전 일본 총리가 ‘일본을 대표하는 에너지 절약형 건물’로 소개하면서 유명세를 타고 있는 시미즈건설 본사 건물의 에너지절약 시스템은 ‘작은 절약’의 ‘큰 가치’에 바탕을 두고 있었다.

회사 관계자가 “건물의 구조와 정신을 가장 잘 알 수 있는 곳”이라며 제일 먼저 안내한 곳은 화장실이었다. 빛이 잘 드는 창가에 집중 배치된 화장실 창문의 유리에는 짙은 색깔의 태양광 패널이 부착돼 있었다. 밖에서 화장실 내부를 볼 수 없도록 선팅 역할을 하는 동시에 전기도 생산하는 ‘일석이조’의 역할을 한다. 반면 사옥 내 일반 사무실의 창문에 설치된 태양광 패널은 직원들이 바깥 풍경을 내다볼 수 있도록 투명소재로 돼 있다.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인 2012년 5월 준공된 이 건물의 창문에는 962개의 태양광 패널이 붙어 있다. 합계 면적이 2000㎡에 이르는 태양광 패널의 연 발전량은 8만4000㎾로, 건물에서 사용하는 모든 LED 조명의 전력을 충당할 수 있다.

22층인 건물의 창문에는 다양한 에너지절감 기술이 숨어 있었다. 햇빛을 차단하는 블라인드는 수시로 바뀌는 태양의 위치에 따라 각도가 자동 조절된다. 태양광의 양을 일정한 수준으로 유지해 냉난방 전력사용량을 절감하기 위한 것이다. 모든 창문을 외벽으로부터 60㎝ 안쪽에 설치한 것도 눈길을 끌었다. 직사광선이 바로 건물 안으로 쏟아져 들어오면서 여름철 냉방수요가 높아지는 문제를 해결한 것이다.

건물 내부 사무실의 조명은 보통 700룩스의 조도인 여타 건물의 절반 이하인 300룩스로 유지돼 다소 어두웠다. 회사 관계자는 “사무실에서 주로 컴퓨터로 일을 하는 사람들에게 700룩스까지는 필요하지 않다”며 “작은 글씨를 봐야 할 경우 개인별 보조조명을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시미즈건설 기획실 이마무라 히데오(今村秀夫)는 “쓰지 않는 컴퓨터 전원을 자동차단하는 시스템과 일기예보에 연동해 조명·공조를 자동 조절하는 시스템 등을 통해 일반 건물에 비해 에너지 사용량을 70%까지 절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일본에서는 시민과 기업, 지자체 등을 중심으로 절전노력이 활발하다. ‘원전 재가동’을 염두에 둔 일본 정부가 에너지절감 정책에 소극적인데도 전력소비량이 10% 절감됐다는 분석이 나오는 것은 민간·지자체 등의 자발적인 노력에 힘입은 바 크다. 전기 과소비의 일본 사회가 원전사고를 계기로 ‘전기중독’에서 조금씩 벗어나고 있는 것이다.

원전사고 직후 전등 끄기나 냉난방 시간 감축 등 초보적인 절전에서 시작된 일본의 절전운동은 점차 업그레이드되고 있다. 태양광 발전시스템 설치, 내·외벽 단열재 보강, 2중창 시스템 도입 등을 통해 주택을 에너지절감형으로 리모델링하는 것이 붐을 이룰 정도다.

오릭스 등 민간기업들은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 산업에 적극 진출해 원전과 화력발전 의존도를 낮출 토대를 만들어가고 있다. 오릭스는 재생에너지 분야의 발전능력을 2018년까지 원전 1기에 해당하는 100만㎾로 늘리기로 했다.

지자체들의 움직임도 활발하다. 도쿄도는 땅속의 열을 냉난방에 이용하는 사업에 올해 1억엔(약 9억930만원)의 예산을 편성했다. 도쿄도는 이 시스템으로 냉난방용 전력사용량을 30%가량 절감할 것으로 예상했다.

▲ 착한 전기 (3) 전기밥솥
연간 전력 소비량 고리 1호기 3개 맞먹어


전기밥솥만 쓰지 않아도 전력소비를 상당히 줄일 수 있다.

전력거래소에 따르면 가정에서 연간 전력사용량이 가장 많은 기기는 전기밥솥(946.4kwh)이다. 한달 사용량만 78.9kwh로 가구당 월 평균 전력사용량(2014년 226kwh)의 35%에 이른다.

취사보다는 보온용으로 더 많은 전기를 쓴다. 시간당 소비전력은 밥을 지을 때(1036.2W)가 보온할 때(158.2W)보다 많지만 보온시간(연 3791시간)이 취사시간(연 341시간)에 비해 월등히 많기 때문이다. 한 달에 226kwh의 전력량을 쓰는 가정이 전기밥솥을 사용하지 않으면 한달 전기요금은 2만8500원에서 1만4700원으로 낮아진다.

전기밥솥은 가구당 0.93개씩 1606만6000여개가 보급된 것으로 추정된다. 전국 가정에서 전기밥솥으로 소비하는 전력량만 연간 152억486만kwh에 이른다. 이는 고리원전 1호기가 지난해 생산한 전력량(45억3826kwh)의 3.35배에 달한다.

<이재덕 기자 duk@kyunghyang.com>


<경향신문·녹색당 공동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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