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스바겐 폴로. 전면부는 이전 모델보다 스포티함이 강조됐다. 폭스바겐 코리아 제공
“다들 수입차 타던데, 폴로 한대 살까?”
아내가 수입차 타령을 했다. 친구들이 타는 걸 보니 자기도 사고 싶어졌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수입차 가격이 어디 한두푼인가. 그나마 가격이 만만한 차가 폭스바겐 폴로라고 들은 듯했다. 폴로라…. 오래 생각지 않고 아내에게 말했다.
“폴로를 사느니 ‘골프’를 사지. 배기량도 작고, 뒷좌석도 좁아서 불편할 텐데….”
그 때 폴로 대신 골프를 사라고 한 말은 주워담고 싶다.
국내에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폴로는 40년 전인 1975년부터 생산된 오래된 소형 해치백 모델이다. 지금까지 1600만대나 팔릴 만큼 인기를 누리고 있다. 국내에는 지난 4월부터 페이스 리프트된 모델이 수입되고 있는데, 수입 첫달에 107대가 판매됐다. 티구안이나 골프 만큼은 아니지만 베스트셀러 모델이 될 가능성이 엿보인다.
시승한 신형 폴로는 ‘알 라인(R-Line)’ 패키지가 적용된 모델이었다. 전면부는 종전모델에서 범퍼 디자인이 바뀌고 아랫쪽 공기 흡입구 형태는 좀더 스포티해졌다. 전체적으로 날렵하고 노면에 바짝 붙은 느낌을 주는데, 실제 앞 범퍼는 고성능 스포츠카만큼 지상고가 낮다. 과속 방지턱을 세게 넘거나 깊이 파인 험로를 빠르게 달리면 십중팔구 앞범퍼와 립에 스크래치가 생기니 주의해야 한다.
측면과 후면부는 크게 변하지 않았다. 소형 해치백의 전형적인 스타일을 유지했다. 폭스바겐 디자인은 차분하고 튀지 않지만 볼수록 정이 느껴지는 매력이 있다.
폭스바겐 폴로 인테리어. 골프, 제타 같은 폭스바겐 모델과 전체적인 디자인과 콘셉트가 비슷하다.
인테리어는 스티어링휠을 바꾸고 금속 소재를 많이 사용해 고급스러워졌다. 운전대에는 가죽이 감겨 있다.
폴로 모델 최초로 ‘멀티펑션 스티어링휠’이 장착돼 운전 중에도 엔진 오일 온도, 주행가능 연료량 등 다양한 정보를 버튼으로 눌러 확인할 수 있다. 자주 조작하게 되는 앞좌석 열선버튼, 비상 깜빡이, 차량공회전 제한시스템(ISG) 버튼은 대시보드 최상단의 통풍구 아래 일렬로 늘어서 있어 조작하기 수월하다.
시승 차량은 로터리식 스위치로 에어컨 온도와 풍향, 풍량을 조절하는 방식이다. 버튼 방식보다 디자인 감성은 떨어질지 몰라도 효율성 면에서는 확실히 한 수 위다. 엄지손가락 손톱 크기만한 버튼을 누르려면 운전 중에도 시선을 옮겨야 하지만, 로터리식은 그저 손 가는 데로 스위치를 더듬은 뒤 오른쪽 왼쪽으로 돌려 풍량이나 온도를 조절하면 된다.
시동 키를 돌리면 텁텁한 음색의 스타트모터 도는 소리가 난다. 듣기 좋은 음색은 아니다. 엔진 아이들링 사운드도 맑지 않고 탁하다.
폴로는 다운사이징 트렌드를 반영한 1.4ℓ터보디젤(TDI) 엔진을 사용한다. 기존 1.6 TDI 엔진을 대체한 커먼레일 3기통 1.4ℓ TDI 엔진은 최대토크 23.5㎏·m(1750~2500rpm), 최고출력 90마력(3000~3250rpm)이 나온다. 변속기는 7단 더블 클러치가 붙는다.
폭스바겐 폴로의 제로백은 10.9초다. 1.4ℓ 엔진이지만 몸집이 작아 경쾌한 가속이 이뤄진다.
폴로도 다른 폭스바겐 모델처럼 일반주행(D)과 스포츠주행(S) 모드를 선택할 수 있다. 일반주행은 연비에 중심을 뒀다. 적극적으로 시프트 업을 해준다. 가능한 한 고단기어에서 엔진의 토크를 최대한 이용하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때때로 수동기어를 운전할 때 너무 이르게 고단 기어로 바꾼 것처럼 미미하게 덜덜거릴 때도 있다. 운전자에 따라서는 답답함을 느낄 수 있을 것도 같다.
하지만 기어 노브를 한번 더 당겨 스포츠 모드에 놓으면 주행 질감이 확 달라진다. 가속페달을 밟으면 시원하고 경쾌하게 달려준다. 덩치가 작다고 폴로를 깔봤다간 수모를 당하기 십상이다.
폴로의 ‘제로백(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에 이르는 시간)’은 10.9초다. 실제 달려보면 제로백이 이보다 빠르지 않을까란 생각이 들 때가 많다. 시속 140~150㎞까지는 어렵지 않게 스피도미터 바늘을 밀어부친다. 하지만 그 이상 속도를 내려면 시간과 인내가 필요하다.
안전 최고속도는 시속 184㎞인데, 여름철 에어컨을 켠 상태에서는 이 속도는 잘 나오지 않는다. 1.4ℓ, 90마력 엔진의 한계다.
고속에서 주행 안정성은 작은 몸집이라고 흐트러지지 않는다. 독일차답게 홀딩감(차가 고속에서 뜨지 않고 노면을 움켜쥐고 달리는 듯한 느낌)이 강하다.
브레이크도 곧잘 듣는다. 시승차의 경우 브레이킹 초기에는 감속이 빠르지 않지만 가속도가 붙듯 제동력이 증가해 목표한 지점에 멈춘다.
폴로의 핸들링 감각은 타이트하다. 몸집에 작아선지 스티어링휠을 돌리는 대로 잽싸게 노면을 감는다. 하지만 인터체인지 같은 코너에서는 조심해야 한다. 스티어링휠에 유격이 거의없고, 조금만 돌려도 타이어 조타각이 즉각적으로 변하기 때문에 코너 안쪽으로 쏠리기 쉽다. 조타각을 유지한 채 부드럽게 액셀러레이팅해주면 회전각을 따라 잘 돌아준다.
폭스바겐 폴로의 옆모습과 뒷모습은 수수하지만 좀체 질리지 않는다.
서스펜션은 운전자에 따라 딱딱하다고 느낄 수도 있겠다. 스포티한 달리기가 강조된 알 라인의 특성이 반영된 것이다. 하지만 탄탄하다고 표현할 수도 있다. 급브레이크나 코너링을 할 때 롤링(차가 좌우로 쏠리는 현상)이나 피칭(차가 앞 뒤로 쏠리는 것)은 많지 않다.
‘다중충돌방지 브레이크 시스템’, ‘피로 경보 시스템’ 같은 편의장비가 많다. ‘크루즈 컨트롤’, ‘전자식차체자세제어시스템’, ‘언덕 밀림 방지 장치’ 등이 기본 탑재됐다. 6.5 인치 멀티컬러 터치스크린 디스플레이도 처음으로 장착됐다.
젊은 운전자들의 기호를 반영해 SD카드 슬롯, CD(MP3) 플레이어, 미디어인(AUX / USB 슬롯), 오디오 스트리밍이 가능한 블루투스도 제공된다.
이 차의 공식 복합연비는 ℓ당 17.4㎞다. 연비는 차를 어떻게 모느냐에 따라 달라지는데, 시승 내내 ‘연비가 정말 좋다’란 생각이 머릿 속을 맴돌았다. 스포츠 모드에 놓고 제법 빨리 달려도 ℓ당 14㎞(도심 주행 포함) 안팎을 유지했다.
아내는 지금까지 폴로도, 골프도 사지 않고 있다. 다시 한번 물어보면 이렇게 조언해주고 싶다.
“폴로, 2620만원인데, 그 만한 가치가 있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