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자립마을 선정된 신대방현대아파트
서울 동작구 신대방현대아파트 정문. 느티나무 아래 ‘에너지자립마을’이란 표지판이 눈에 들어온다. 단지 내 화단에는 ‘전기코드 뽑아 미래세대 행복 충전’ ‘에너지 절약에 밤낮 없다’ 등의 표어가 쓰인 작은 팻말이 곳곳에 서 있다. 햇볕이 잘 드는 24가구의 창가에는 태양광 패널이 촘촘하게 설치됐다. 880가구가 사는 이 아파트 단지는 지난해 전력사용량을 전년 대비 6.5%(전기요금 1억4900만원) 줄였다. 얼핏 생각하면 불가능해 보이는 ‘대규모 아파트 단지의 에너지 자립마을화’는 어떻게 성공했을까.
이 아파트는 2013년 서울시 조경사업의 하나인 화단 가꾸기를 하면서 서먹했던 주민들 간에 말문이 트였다. 30·40대 여성 주민들을 중심으로 ‘푸르미’라는 동아리가 만들어져 꽃 가꾸기와 육아 경험을 공유하면서 주민 간 유대가 깊어졌다. 허정자 에너지마을 대표(50)는 “때마침 밀양 주민들의 송전탑 반대가 사회 현안으로 떠오르면서 ‘에너지 자립’을 위해 할 수 있는 것부터 해보자는 쪽으로 이야기가 모아졌다”고 말했다.
우선 아파트입주자대표회의(입주자회)는 공용계단 전등을 발광다이오드(LED)로 교체하고, 매달 1회 불끄기 행사를 열었다. 관리사무소와 협조해 주민들이 LED 제품이나 멀티탭을 저렴하게 살 수 있도록 했다. 이런 활동이 기반이 돼 지난해 4월 말 서울시 에너지자립마을로 선정됐다.
지난해 5월부터 입주자회와 푸르미는 동작구청 직원들과 함께 각 가정의 전자제품 효율등급 등을 측정하는 ‘에너지 진단’을 실시했다. 이 사업을 통해 350가구가 ‘서울시 에코마일리지’에 가입했다. 에코마일리지는 에너지 사용량을 줄이면 현금으로 전환하거나 휴대전화 요금 할인을 받을 수 있는 포인트를 받을 수 있다. 입주자회는 월별 에너지 ‘절감왕’과 ‘절약왕’ 가구를 단지 내 게시판에 소개했다. 부모들의 활동에 자극을 받은 아이들도 ‘에너지 봉사단’ ‘에너지 수비대’를 꾸렸다. 지난해 10월엔 ‘에너지 자립마을 축제’도 기획했다.
이 아파트는 올해 서울시의 스마트그리드 시범마을로 선정됐는데 사업을 추진하려면 아파트 옥상에 대용량의 태양광 패널을 설치해야 한다. 취지는 좋더라도 주민 합의가 우선이라고 보고 ‘주민 80% 동의’라는 조건을 자체적으로 정했다. 허 대표는 “꽃 가꾸기도 에너지 자립 사업도 마을공동체라는 기반 없이는 불가능하다”면서 “주민들에게 사업 내용을 최대한 자세히 설명하면서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향신문·녹색당 공동기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