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스바겐 골프 1.4 TSI와 2.0 TDI 사이에서 고민한다면...

김준 선임기자
폭스바겐 골프 1.4 TSI. 터보 가솔린엔진을 사용해 소음과 진동이 거의 없다.                                             폭스바겐 코리아 제공

폭스바겐 골프 1.4 TSI. 터보 가솔린엔진을 사용해 소음과 진동이 거의 없다. 폭스바겐 코리아 제공

해치백의 대명사 폭스바겐 골프의 대표 모델 2.0 TDI가 한국 시장에서 난타 당했다. 골프가 당하다니. 해치빅 모델 가운데서는 따라올 차가 없다는 골프를 대체 어떤 브랜드, 어떤 모델이….

다른 브랜드는 아니었다. 2.0 TDI를 넉다운시킨 모델은 또다른 골프였다. 2.0 TDI는 지난 4월 328대가 팔렸다. 5월에는 176대로 절반가량 줄었다. 줄어든 판매량은 골프 1.4 TSI가 훔쳐갔다. 4월 379대로 2.0 TDI보다 51대 앞서더니 5월엔 588대가 팔렸다. 2.0 TDI보다 3배가량 많이 팔린 것이다.

한국 시장에서 1.4 TSI가 골프 주력 모델로 등극했다.

1.4 TSI는 1년 전부터 한국 소비자들이 출시를 기다리던 모델이다. 다른 배기량의 골프보다 훨씬 늦은 지난 4월부터 판매가 시작된 것은 인증 작업이 늦어졌기 때문이다. 차량의 문제는 아니고, 인증에 필요한 서류에 중량이 잘못 표기돼 인증작업이 지연된 것으로 알려졌다.

인기 비결이 몇가지 있다. 첫째는 가격이다. 2.0 TDI는 3430만원이다. 1.4 TSI는 이보다 160만원 싼 3270만원이면 살 수 있다. 럭셔리카가 아닌 대중 수입차를 구입할 때 160만원은 작은 돈이 아니다.

둘째는 가솔린엔진 모델이란 점이다. 디젤엔진에 대한 최근 한국 소비자들의 생각은 크게 두가지로 요약될 수 있다. 여전히 ‘디젤도 탈 만하다’라는 것과 ‘소음과 진동이 이젠 지겹다’라는 반응이다. 디젤엔진의 소음과 진동을 걱정하는 소비자들이 1.4 TSI로 몰렸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1.4 TSI 모델의 제로백은 2.0 TDI보다 0.2초 빠른 8.4초다.

1.4 TSI 모델의 제로백은 2.0 TDI보다 0.2초 빠른 8.4초다.

골프 1.4 TSI의 심장은 1395㏄ 직렬 4기통 터보 가솔린엔진이다. 폭스바겐의 대표적인 가솔린엔진으로 ‘올해의 엔진상’을 7년 연속 수상한 관록있는 엔진이다.

4500~6000rpm에서 최고출력 140마력이 나온다. 최대토크는 25.5㎏·m다. 1500rpm부터 3500rpm 구간에서 지속적으로 발생한다. 최대토크는 2.5ℓ급 중형세단과 비슷하다. 하지만 수치가 이 엔진의 전부를 말해주지는 못한다. 1.4 TSI 엔진에는 최고출력과 최대토크 이상의 능력이 내재돼 있다.

달려 보면 1.4 TSI 엔진의 성능에 감탄하게 된다. 골프는 기어 노브로 일반주행과 스포츠주행을 선택할 수 있는데, 가속페달을 잠깐 밟으면 속도계 바늘이 시속 180㎞를 넘어선다. 제원상으로도 제로백(시속 100㎞에 도달하는 시간)이 8.4초로 2.0 TDI보다 0.2초 빠르다. 하지만 몸으로 느끼는 가속감은 수치를 크게 앞선다. 깜짝 놀랄 만큼 빠르다는 표현이 적절할 정도로 인상적인 가속이 이뤄진다.

1.4 TSI 엔진 레드존은 6000rpm에서 시작된다. 7단 더블클러치가 조합되는데, 7단 톱기어, 4000rpm이 넘어서도 지속적으로 가속이 된다. 때때로 ‘무섭다’는 생각이 들 만큼 속도계 바늘이 빠르게 오른쪽으로 치닫는다.

골프 1.4 TSI는 해치백 오른쪽 하단에 ‘TSI’뱃지가 붙어 있어 2.0 TDI 등 다른 모델과 구분된다.

골프 1.4 TSI는 해치백 오른쪽 하단에 ‘TSI’뱃지가 붙어 있어 2.0 TDI 등 다른 모델과 구분된다.

골프의 핸들링이나 고속주행안정성, 제동력을 굳이 언급할 필요가 있을까. 주행 능력은 ‘이런 차를 만들 수 있는 기술을 가진 폭스바겐이 부럽다’는 생각이 들 만큼 완숙 단계에 접어들었다. 유격없는 스티어링 휠, 속도를 낼수록 노면에 딱 달라붙는 차체, 대중차 치고는 고속에서도 잘 억제된 풍절음…. 어디 하나 나무랄 데가 없는 차에 강력한 심장이 뿜어내는 세찬 가속력까지 갖췄다. 2.0 TDI를 제압하고도 남을 만한 것이다.

TSI 1.4는 저속이든 고속이든 조용하다. 진동도 거의 없다. 디젤엔진도 고속에서는 엔진 회전수가 낮아지고, 풍절음 등으로 엔진 소음이 상쇄돼 운전자를 크게 괴롭히지는 않는다. 하지만 정차 때나 저속 주행 때는 소음이나 진동이 적잖다.

시승 마지막날엔 디젤엔진을 타면 ‘머리가 흔들린다’는 지인을 1.4 TSI에 태웠다. 디젤이라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던 그는 시승을 마친 뒤 만족한다는 듯 엄지 손가락을 치켜 세워 보였다.

가솔린 엔진이지만 배기량이 작아 기름을 많이 먹지 않는다. 공식 복합연비는 ℓ당 13.5㎞인데, 시내 도로와 고속도로를 300㎞가량 시승하는 동안 연비는 13㎞ 안팎을 오르내렸다.

폭스바겐 7세대 골프 인테리어. 디자인이 심플하고 버튼과 스위치는 직관적이다.

폭스바겐 7세대 골프 인테리어. 디자인이 심플하고 버튼과 스위치는 직관적이다.

1.4 TSI가 2.0 TDI 모델에 비해 부족한 점도 있다. 2.0 TDI가 움직임이 좀더 부드럽고 여유가 있다. 600㏄라는 배기량의 차이일 것이다. 1.4 TSI는 가속페달을 밟는 작업이 2.0 TDI에 비해 섬세해야 한다. 터보차저 임펠라가 강하게 돌아가는 특정 rpm에서는 출력이 순간 강하게 터진다.

오토홀드 활성화 상태에서 브레이크를 잡은 뒤 다시 출발할 때 차가 매끄럽지 않고 다소 급하게 튀어나간다. 이런 현상은 2.0 TDI 모델에서도 경험한 적이 있는데, 고급 모델처럼 부드럽게 발진할 수 있도록 개선했으면 한다.

국내에는 1.4 TSI 스탠다드 모델과 프리미엄 두 가지 트림이 수입된다. 프리미엄 트림은 8인치 터치스크린을 채택한 ‘디스커버 프로’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이 달린다. 시트도 비엔나 가죽으로 마감되고, ‘키리스 엑세스 스마트키 시스템’도 채택된다.

키리스 스마트키는 실제 사용해보면 아주 유용한데, 리모콘으로 도어를 열지 않고 손잡이를 당기기만 하면 잠겼던 도어가 열린다. 225/45R17 91W 사이즈의 브리지스톤 투란자 ER300 타이어가 달려 나온다. 하이패스 단말기도 제공된다. 가격은 3670만원이다.

예산이 빡빡하다면 스탠다드 트림을 선택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 400만원 저렴한 3270만원이면 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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