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삶

목회자가 인문학으로 재해석한 ‘에덴 동산’

서영찬 기자

에덴의 인문학…민정기 지음 | 바다출판사 | 628쪽 | 2만5000원

책의 머리말부터 심상찮다. “신앙이 이성을 윽박지르던 시대가 지나고 있다.” 또 “아담은 역사적 인물이 아니다”라고도 한다. 저자는 목회자이자 신학자이다. 그는 에덴 동산, 아담과 이브에 대한 기독교적 주석을 도마에 올린다.

흔히 에덴 이야기는 인간 타락에 대한 이야기로 해석된다. 원죄론과 구원론은 이런 해석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하지만 고대 유대인들은 성애의 기쁨에 대한 이야기로 풀이한다. 풍요·기쁨은 미래 낙원의 모습이다. 고대 유대 문화에서 에덴 이야기는 과거사가 아니라 거룩한 미래의 열망, 즉 이스라엘을 회복하는 날을 은유한 것으로 인식된다.

[책과 삶]목회자가 인문학으로 재해석한 ‘에덴 동산’

기독교에서 보면 성애 카테고리로 에덴 이야기를 읽는 것은 예수와 섹스를 연관 짓는 것만큼 불경스러운 일이다. 사실 예수는 독신을 권장했다. 믿음을 위해 독신의 삶을 유지하라는 가르침은 예수 이후 등장했다. 사도 바울은 이를 가장 급진적으로 밀어붙인 인물이다. 그는 하나님의 나라에서 배우자, 가족은 속박이라고 말했다. 악의 유혹에 못 이겨 순결성을 잃어버린 사건이라는 바울식 에덴 해석은 갈수록 힘을 받았다. 순결, 금욕은 점차 기독교인이 지향할 규준으로 자리 잡았다.

지금도 그런 믿음은 유효할까. 저자는 이에 대해 ‘이성’의 칼을 들이댄다. 기독교 주류 해석에 이의를 제기한다. 에덴 이야기는 문화적 창조물이라는 게 저자의 결론이다. 각 시대 각 문화의 믿음과 전통이 배어 있는 픽션이라는 것이다. 바울은 물론 다른 무수한 주석들도 마찬가지다. 어떤 문화에서 에덴 이야기는 성장통 이야기이다. 또 현실 정치와 경제 차원에서 읽히기도 한다. 그러니 타락과 원죄 이야기로만 해석해선 안된다.

저자는 현대 기독교가 죽어가는 말 위에 올라타고 있다고 일갈한다. 바로 원죄론이라는 말이다. 바울이 올라탔던 그 말은 1500여년간 쉼없이 질주했지만 이제는 그 소명이 다했다는 게 저자의 판단이다. 왜냐하면 현대는 새로운 신화적 상상력과 인문학적 소양을 필요로 하는 세계이기 때문이다. 아담과 이브가 문화적 창조물에 불과하다면 원죄·구원에 입각한 기독교 신앙은 어떻게 되는가. 저자는 이에 대한 해답을 모색하는데 그 형식이 독특하다. 아담과 이브 그리고 그 후손들을 등장시켜 픽션으로 재해석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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