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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인권옹호관’을 아시나요

▲ ‘학생인권 지킴이’ 계약직 공무원
직선 진보 교육감 아래서 탄생
서울·경기·전북교육청서 운영

▲ 조사는 하지만 징계 권한 없어
성추행 등 감사 의뢰는 가능
교권침해 사안 조정 업무도

지난 4월 충암고에서 급식비 미납 학생들에게 교감이 모욕적인 발언을 해 파문이 커졌을 때 주목받은 이가 있다. 윤명화 서울시교육청 인권옹호관이다. 당시 서울시교육청은 이 사건을 학생인권이 침해된 사안으로 보고 인권옹호관을 파견해 진상조사에 나섰다. 서울의 첫 인권옹호관으로 임명된 지 한 달 만이다.

윤 옹호관은 “서울시교육청에 인권옹호관이 있다는 것도 잘 몰랐던 분들이 사건 후에 비로소 인권옹호관과 학생인권센터의 존재를 많이 알게 됐다”며 “대중적 관심이 컸던 충암고 사건이 학생인권 행정에서도 또 하나의 분기점이 됐다”고 말했다.

윤명화 서울시교육청 학생인권옹호관이 지난 4월8일 교감이 식당 앞 복도에서 급식비를 내지 않은 학생들을 공개해 학생인권을 침해했다고 보도된 서울 충암고를 조사하기 위해 학교로 들어가고 있다. | 연합뉴스

윤명화 서울시교육청 학생인권옹호관이 지난 4월8일 교감이 식당 앞 복도에서 급식비를 내지 않은 학생들을 공개해 학생인권을 침해했다고 보도된 서울 충암고를 조사하기 위해 학교로 들어가고 있다. | 연합뉴스

학생인권옹호관은 계약직 공무원이다. 주로 학생인권 침해 사항에 대한 상담과 직권 조사, 인권 침해 사항의 시정 권고를 담당하고 있다. ‘학생인권옹호관’이라는 다소 딱딱하게 들리는 명칭이 붙긴 했지만, ‘학생인권지킴이’라고 보면 된다. 윤 옹호관은 “학교 현장에서는 ‘옹호관’이라는 명칭이 익숙하지도 않고 관료적인 느낌이 나서 잘 이해하지 못하는 편”이라며 “학생인권지킴이라고 설명하면 더 빨리 이해한다”고 말했다.

학생인권옹호관 제도는 직선제로 뽑힌 진보성향 교육감들이 학생인권조례를 제정하면서 탄생했다. 2010년 경기도교육청에서 학생인권조례를 처음 제정한 후 현재 서울·전북·광주에서도 학생인권조례가 시행되고 있다. 서울·경기·전북교육청은 학생인권옹호관을 직접 운영 중이며, 광주시교육청은 학생인권옹호관이 없는 대신 민주인권교육센터 내 전담팀이 학생인권 관련 업무를 수행한다.

인권옹호관을 두고 있는 교육청별로도 실제 운영 방식은 조금씩 차이가 있다. 서울시교육청과 전북도교육청은 학생인권옹호관이 학생인권센터장을 겸해 인권 관련 업무를 총괄하는 형식인 데 견주어 경기도교육청은 학생인권옹호관이 민주시민교육과 소속이다.

특히 경기도교육청 인권옹호관은 관할 범위가 넓어 도교육청 산하 서남교육청·의정부교육청·안산교육청에 인권옹호관이 1명씩 배치돼 해당 지역의 학생인권 침해 사안을 다루고 있다.

‘학생인권옹호관’을 아시나요

인권옹호관은 학생인권 침해 사안을 조사할 수 있는 권한을 갖고 있긴 하지만 징계·처벌 권한까지 갖고 있는 것은 아니다. 이 점에서는 국가인권위원회와 비슷하다. 김민태 경기도교육청 인권옹호관은 “인권옹호관의 역할은 기본적으로 학교 내에서 인권 침해 사안이 발생했을 때 당사자 간 화해와 조정을 통해 학교를 정상화하는 것이지 징계 자체가 목적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인권 침해 가해자에 대해 적법한 징계가 필요하다고 판단될 경우 인권옹호관은 교육감에게 감사를 의뢰할 수 있다.

김 옹호관은 “예컨대 성추행 같은 심각한 사안인 경우 피해자가 원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옹호관이 법적 책임을 물을 필요가 있다고 판단하면 교육청에 감사를 의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일부의 오해와 달리 학생인권옹호관이 교권을 무시하면서까지 학생인권만 챙기는 것은 아니다. 윤 옹호관은 “학생인권을 우선시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교사의 수업권을 침해하는 행동까지 학생인권으로 여기지는 않는다”며 “예컨대 과도한 휴대폰 사용으로 수업을 방해하는 행동은 학생인권 보호 대상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경기도교육청 인권옹호관들은 지난해부터 교권 침해 사안에 대한 상담과 조정 업무도 수행하고 있다. 학생인권옹호관 제도가 실시된 2011년 이후 학생인권 보호는 강화됐으나 교권 침해 행위가 증가해 그 피해가 결국 학생들에게 돌아간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김 옹호관은 “교권보호위원회가 있긴 하지만 학교 현장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져 문제를 가해자·피해자 구도로만 보는 경향이 있다”며 “학생인권옹호관은 교사와 학생 사이의 분쟁이 문제가 됐을 때 학교 현장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이를 원만하게 조정하는 선에서 개입한다”고 말했다.

일선에서 활동하는 학생인권옹호관들은 학생인권조례의 취지를 교육 현장에서 제대로 실현하려면 인권옹호관의 제도적 독립성이 더 많이 확보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윤 옹호관은 “현재 서울시교육청 학생인권센터는 민주시민교육과 내의 한 팀으로 편제돼 있어 민주시민교육과장 결재가 필요한 사항들이 있다”며 “인권옹호관의 전결 권한이 제한돼 있기 때문에 몇몇 사안에서 징계 권고의 수위가 낮아지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학생인권조례에 부정적인 관점을 지닌 보수성향 교육감으로 교육청 수장이 바뀔 경우도 문제다. 실제로 곽노현 교육감 시절 입안된 학생인권조례에 비판적인 입장을 취했던 문용린 전 서울시교육감은 ‘인권옹호관 제도가 교육감의 인사권과 정책결정권을 침해한다’며 대법원에 무효소송을 낸 적이 있다. 김 옹호관은 “학생인권조례에서 요구하는 수준의 활동을 하려면 교육감이 바뀌더라도 제도 자체가 흔들리지 않을 수 있도록 별도의 과로 독립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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