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 합의 미래’ 명암 공존
미·이란, 동상이몽 평가
순탄한 이행이 성공 관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14일 아침 7시 백악관 연단에 올라 중동에서 또 다른 전쟁을 하지 않고도 또 다른 핵무장국의 출현을 막았다고 선언했다. 비슷한 시각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은 핵활동을 계속하고 제재 해제도 따내 협상 목표를 달성했다고 밝혔다. 양측이 합의 이행을 위해서는 아직 갈 길이 멀다.
■ 핵무기 비확산체제 유지되나
취임 직후인 2009년 ‘핵무기 없는 세상’ 연설로 노벨평화상을 받은 오바마 대통령에게 핵 비확산체제의 유지는 갚아야 할 빚과 같은 것이었다. 자신의 임기 중 북한이 두 차례 핵실험으로 9번째 핵무장국이 되면서 그의 비확산정책은 실패한 것으로 평가받는 것 같았다. 하지만 중동에서 군사적 충돌 위기를 넘기며 외교를 통해 10번째 핵무장국의 출현을 일단 막아냄으로써 오바마의 비확산정책은 재평가받게 됐다. 오바마는 이날 성명에서 다음 미국 대통령에게 좋은 유산을 물려주게 됐다고 강조했다. 이 합의가 없었다면 흔들리는 비확산체제와 중동에서의 전쟁을 물려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합의 이행 과정에서 삐걱거리고 합의가 깨질 경우 비확산체제에 미칠 영향은 재앙이 될 수도 있다.
■ 중동 판도 바뀌나
지난 3일 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교장관은 동영상을 통해 협상 타결 후 이란이 추진할 역점 과제를 밝힌 바 있다. 테러리즘 대응과 중동지역 안보였다. 자리프 외교팀은 지역 경쟁국인 사우디아라비아와도 관계를 맺으려 시도해왔다. 이제 협상이 타결된 상황에서 자리프는 극단주의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 격퇴와 이라크·시리아·예멘 등 불안정한 지역 안보 문제를 다루는 데 더 역량을 쏟을 수 있게 됐다. 이는 중동지역 안정에 역점을 두는 오바마 행정부의 방향과 크게 배치되지 않는다. 이란의 이슬람혁명 이후 35년 이상 이어온 미·이란 간 적대관계도 서서히 종식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사우디·아랍에미리트연합(UAE)·이스라엘 등 이란과 경쟁해온 미국의 동맹국들이 미·이란 관계 개선을 자신들에게는 위협으로 인식하고 있어 그것이 꼭 지역 안정으로 이어진다고 볼 수는 없다고 뉴욕타임스가 지적했다.
■ 이란 경제 정상화되나
1979년 이슬람혁명 이후 내리막길을 걸어온 이란 경제는 2000년대 초반 핵위기가 발생한 이후 촘촘한 제재를 받으며 급속도로 악화됐다. 핵합의가 이행돼 국제사회의 제재가 해제될 경우 이란 경제가 정상화될 수 있다. 이는 로하니가 2013년 집권할 때 이란 국민들로부터 위임받은 가장 큰 과제였다. 하지만 지난 수십년간 해외 기업들의 공백을 메운 혁명수비대의 기득권을 개혁하는 문제가 남아 있어 경제 정상화가 빠른 시일 내에 이뤄질 가능성은 낮다. 이란 전문가인 아리안 타바타바이 조지타운대 교수는 핵과학자회보 기고에서 “지금까지 로하니 정부는 핵협상 뒤에 숨어 (경제적 어려움에 대한) 구실을 댈 수 있었다”며 “하지만 이제 그 문제가 풀리며 다른 문제를 다루기 위해 조치를 취해야 하게 됐다”고 말했다. 한편 제재 해제로 이란산 원유의 수출이 정상화되면 내년 국제유가가 배럴당 5∼15달러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