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삶

“뉴턴! 주화 위조범 좀 잡아주게”

서영찬 기자

▲ 뉴턴과 화폐위조범…토머스 레벤슨 지음·박유진 옮김 | 뿌리와이파리 | 420쪽 | 1만8000원

[책과 삶]“뉴턴! 주화 위조범 좀 잡아주게”

1690년대 영국에서는 주화 위조가 기승을 부렸다. 통화체계를 위협할 정도로 사태가 심각했다. 골머리 앓던 영국 재무부는 해결사가 필요했다. 재무부는 당대 최고 석학 아이작 뉴턴에게 조폐국 감시관 직책을 제안했다. 뉴턴은 뜻밖에도 이 제안을 수락했다. 천재 과학자가 케임브리지대학 강단을 떠나 관료가 된 것이다.

당시 영국은 두 종류의 주화를 유통시켰다. 하나는 수작업으로 만든 것이고, 다른 하나는 기계로 찍어낸 것이다. 이로 인해 주화의 무게는 천차만별이었고, 변조해도 쉬이 판별하기 어려웠다. 주화 10개 중 1개는 위조품이었다. 또 주화를 녹여 은괴 상태로 해외에 팔면 동전의 액면 가치보다 훨씬 높은 이익을 챙길 수 있었다. 프랑스, 네덜란드 등으로 은괴를 내다 팔고 금을 들여오는 밀수사업이 번창했다. 위조화폐 유통과 은 유출로 영국 통화체계는 엉망진창됐다. 화폐 위조범과 밀수범은 교수형, 화형에 처해졌는데, 그럼에도 화폐 범죄는 줄지 않았다.

뉴턴보다 10여년 연배가 낮은 윌리엄 챌로너는 화폐 위조의 거물급 가운데 한 명이었다. 못 제조공이었던 그는 세공, 도금 등 금속가공 기술을 익혀 위조사업에 뛰어들었다. 런던 인근에 공장을 짓고, 나쁜 돈을 찍어냈다. 두뇌는 물론 수완도 뛰어나 재무부 관리들과도 친분을 쌓았고, 심지어 수차례 조폐국에 화폐 개혁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두 얼굴의 사업가였던 것이다.

뉴턴이 맡은 조폐국 관리 임무 가운데 한 가지는 화폐 위조범 적발이었다.

뉴턴은 위조범을 심문하고, 증거를 수집하는 일을 곧잘 수행했다. 증거 확보가 어려워 위조범을 법정에 세우기란 녹록지 않았다. 챌로너 경우도 마찬가지였다. 뉴턴은 챌로너의 범죄 증거를 모으고, 그를 직접 심문한다. 책에는 탐정이라는 뉴턴의 색다른 면모가 드러나 있다. 또한 뉴턴과 챌로너 두 인물을 축으로 17~18세기 영국 경제사가 흥미롭게 전개된다.

뉴턴이 조폐국에서 받은 급료는 대학교수일 때보다 4배 많았다. 조폐국에서 근무하는 동안 뉴턴은 상당한 재산을 모았다. 화폐 위조를 감시하고 통화체제 개편에 일조하면서 국가로부터 받는 보상이 점차 늘었기 때문이다. 뉴턴이 학자로서가 아니라 관료로서 부를 쌓았다는 사실이 이채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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