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세데스 벤츠 C250 블루텍 4매틱
메르세데스-벤츠는 아수라 백작 같은 이미지가 있다. 하나는 최고의 고급차라는 이미지다. 파텍 필립이 시계의 제왕이라면 벤츠는 자동차의 제왕이다. 그 반대편 어두운 쪽에 고루한 차라는 이미지가 있다. 그 역시 밝은 쪽 이미지에서 비롯된 것이다. 최고의 고급차는 고루한 사장님이나 나이 먹은 사람들이 타기 마련이니까.
라이벌들은 벤츠의 고루하고 딱딱한 이미지를 집요하게 부각시켰다. 아우디도 그랬다. 몇 년 전 아우디 온라인 광고는 <스타트렉>의 ‘스팍’을 연기한 신구 배우들(레너드 니모이와 재커리 퀸토)이 골프 시합을 하는 내용을 담았다. 벤츠를 타는 건 물론 구세대 스팍이다. 신세대 스팍은 당연히 아우디. 옷차림, 분위기부터 대비가 된다. 허름한 잠바 차림의 구세대 스팍은 트렁크에 골프 클럽을 실으려고 하지만 트렁크가 작아 들어가지 않는다. 끙끙대던 그는 결국 뒷좌석에 싣는다. 깔끔한 남방 차림의 신세대 스팍은 구세대 스팍과 정반대다. 자동으로 열리고, 벤츠보다 크고 넓직한 트렁크에 골프 클럽을 던져 넣으면 끝. 버튼만 누르면 온갖 첨단장비가 척척이다. 아우디가 제대로 벤츠에 한 방 먹였다.
아우디의 이 전략은 중국에서 상당한 효과를 발휘했다. 럭셔리 자동차의 주요 소비자층인 중국의 젊은 신흥 부자들은 고루한 이미지의 벤츠를 외면했다. 벤츠는 중국에서 악전고투를 해야 했다.
그러나 벤츠가 진짜 고루한가. 사장님이나 타는 점잖은 차인가.
벤츠의 스포츠 세단 더 뉴 C 250 블루텍 4매틱을 모는 순간 벤츠의 고루한 이미지는 블랙홀로 빨려들어가 저 건너편 은하수로 순식간에 사라지고 만다.
벤츠의 명성은 익히 알고 있는 터. 과연 벤츠가 만드는 디젤차의 수준이 어떤지도 궁금했다. 간단치 않을 것으로 짐작했지만 막상 시승을 해보니 기대 이상이다.
액셀러레이터 페달을 밟으면 차가 총알처럼 튀어나가는 느낌이다. 빠르다. 민첩하다. 그러면서도 벤츠 특유의 품위와 우아함을 조금도 잃어버리지 않는다.
가속력은 폭발적이다. 한 번 맘먹고 밟으면 앞에 있던 차들을 순식간에 저 뒤쪽으로 던져버린다. 터보랙은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 그저 밟는 만큼 원하는 만큼 움직여준다. 이 차를 모는 동안 만큼은 도로 위의 전능자가 된 느낌이었다. 도로 위에선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 같은.
2143㏄짜리 직렬 4기통 터보엔진은 최고 출력 204마력(3800rpm), 최대 토크 51.0㎏·m(1600~1800rpm)의 뛰어난 주행 성능을 구현한다. 최고 속도는 시속 240㎞, 제로백은 6.9초다.
7G-트로닉 플러스가 탑재된 7단 변속기는 빠르고 부드럽다. 속도의 변화에 즉각적으로, 물 흐르듯이 응답한다.
더 뉴 C 250 블루텍 4매틱에는 최적의 승차감과 주행 안정감을 만들어내는 다양한 요소들이 있다. 기본으로 탑재돼 있는 상시 사륜구동 시스템도 그 중 하나다. 전륜과 후륜에 항시 45:55의 일정한 구동력을 전달해 빗길, 빙판길, 눈길과 같은 악천후 상황에서도 안정적으로 주행을 할 수 있다.
어질리티 컨트롤(AGILITY CONTROL)이라는 것도 있다. 드라이브 모드를 선택하는 어질리티 컨트롤은 7G-트로닉 플러스 변속기와 결합해 엔진, 트랜스미션, 에어컨의 작동을 주행 모드에 맞게 조절해준다. 서스펜션의 댐핑까지 조절한다. 부드러운 노면에서는 댐핑 효과와 타이어 진동을 감소시켜 감도를 높이고 거친 노면에서는 댐핑 효과를 증가시켜 핸들링이 용이하도록 돕는다. 차체의 무게중심이 낮은 탓인지 도로와 바퀴의 접지력이 뛰어난 것도 승차감을 높이는 요인이다.
이 모든 기능이 빈틈없이 작동하면서 벤츠를 벤츠답게 만들어준다. 부드럽게 미끄러지는 게 꼭 입안에서 살살 녹는 눈꽃빙수를 먹는 느낌이다.
디젤차답게 연비도 만족스럽다. 복합연비는 ℓ당 15.5㎞까지 나온다. 차가 멈추면 자동으로 시동이 꺼졌다가 브레이크에서 발을 떼면 자동으로 시동이 켜지는 ECO Start/Stop이 기본 사양으로 적용된다. 쓸데없는 연료 소비도 막고, 소음도 잡으니 일석이조다.
내부 인테리어는 고급스러움이 뿜어져 나온다. 기자들은 ‘지적질’이 일이다. 그런데 벤츠는 단점을 지적하기가 쉽지 않다. 특히 더 뉴 C 250 블루텍 4매틱은 더 그렇다. 마감 하나하나, 버튼 하나하나에 최고를 지향하는 벤츠의 감성이 물씬 묻어난다.
살다보면 ‘이런 세계도 있구나’ 하는 느낌을 가질 때가 있다. 둘이 먹다가 하나가 죽어도 모를 만큼 맛있는 음식을 처음 접할 때, 눈과 감성을 모두 사로잡는 환상적인 풍경을 만났을 때,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방식으로 살아가는 사람들과 조우할 때 우리는 이전과는 다른 차원의 세계와 만나게 된다.
더 뉴 C 250 블루텍 4매틱도 그랬다. 더 뉴 C 250 블루텍 4매틱이 보여준 성능과 감성은 ‘이런 차도 있다’는 것을 느끼게 해주려는 벤츠의 마법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더 뉴 C 250 블루텍 4매틱 제원
길이x너비x높이(㎜) 4700x1810x1465
엔진 형식 직렬 4기통
배기량(㏄) 2143
최고 출력(마력/rpm) 204/3800
최대 토크(㎏·m/rpm) 51.0/1600~1800
변속기 형식 7G-트로닉 플러스
복합연비(㎞/ℓ) 15.5
CO₂ 배출량(g/㎞) 126
가격(부가세 포함) 6350만원
더 뉴 C250 블루텍 4매틱 인테리어. 최고를 지향하는 벤츠의 감성이 그대로 묻어난다.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 제공
더 뉴 C250 블루텍 4매틱의 터치패드 컨트롤러. 운전하면서도 편안하게 내비게이션이나 오디오를 조작할 수 있다.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