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시승행사에서 주행 중인 기아자동차의 신형 K5 2.0 가솔린 모델.기아차 제공
현대자동차 2016년형 쏘나타와 기아자동차 신형 K5는 쌍둥이다. 2.0 가솔린도, 1.7 디젤도 모두 똑같은 엔진, 똑같은 변속기를 쓴다. 최고 출력, 최대 토크, 공인연비 모두 쏘나타와 K5가 똑같다. 그렇다고 쏘나타와 K5가 겉차림만 다른 것은 아니다. 엔진과 변속기를 공유하더라도 튜닝을 통해 전혀 다른 색깔과 느낌을 만들어낸다. 엔진과 변속기를 공유하는 아우디와 폭스바겐이 전혀 다른 차이듯이 쏘나타와 K5는 하나의 심장, 두 개의 얼굴이라고 볼 수 있다. 지향점도 분명하다. 쏘나타가 전통적인 중형세단에 충실하고자 한다면 K5는 조금 더 젊고 스포티한 차라는 이미지를 강조한다.
과연 신형 K5는 2016년형 쏘나타와 얼마나 다르게, 얼마나 특색있게 만들었을까.
그런 궁금증을 갖고 22일 열린 신형 K5 시승행사에 참가했다. 시승은 경기도 고양의 엠블호텔에서 송추계곡 인근 카페 하우스 시카를 왕복하는 자유로 및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 33㎞ 구간에서 진행됐다.
먼저 시승한 것은 신형 K5 2.0 가솔린 MX 모델이었다. 중형세단답게 운전하기가 편안했다. 무엇보다 정숙성이 좋았다. 풍절음이나 하부 소음 등을 거의 느끼지 못할 정도였다. 윈드 쉴드 몰딩을 적용하고, 대형 언더커버를 장착하는 등 소음을 막는 데 상당한 노력을 기울인 흔적이 보였다.
스티어링휠은 노멀모드로 운전했는데 묵직했다. 달리기 성능은 쏘나타와 큰 차이가 느껴지지 않았다. 액셀러레이터를 밟으면 반응력은 나쁘지 않았다. 초반엔 약간 지체감이 있지만 시속 80~100㎞ 구간을 넘어서면 탄력을 받아 힘차게 나간다. 신형 K5에 탑재된 누우 2.0 CVVL 엔진은 최고 출력 168마력, 최대 토크 20.5㎏·m의 성능을 발휘하는데, 달리는 즐거움을 느끼는 데는 큰 문제가 없었다. 시승 구간에 교통량이 많아 마음껏 달리지 못했지만 시속 140~160㎞는 가볍게 달릴 수 있었다. 브레이크의 반응 역시 만족스러웠다. 시속 160㎞로 달리다가도 빠르고 안정적으로 감속할 수 있었다.
커브길 주행도 안정적이었다. 초고장력강판을 51%로 확대 적용하고, 차체 구조간 결합력 강화를 위한 구조용 접착제를 확대 적용(21m→119m)해 차체강성 자체가 강화된데다 서스펜션을 쏘나타보다 단단하게 세팅해 커브길을 빠른 속도로 돌아도 롤링(좌우로 쏠리는 현상)이 크게 느껴지지 않았다.
쏘나타에는 없는 기능들도 눈길을 끌었다. 별도의 케이블 없이 스마트폰 충전이 가능한 무선충전시스템이나 운전자가 손쉽게 동승석의 위치와 각도를 조절할 수 있는 동승석 워크인 디바이스는 신형 K5에만 장착된 장치들이다.
스마트 크루즈도 꽤 유용했다. 100㎞로 세팅해 놓고 달리면 속도를 유지시켜 주는 것은 물론 앞차와의 간격에 따라 자동으로 속도를 줄이고 높여 편리했다.
실내 인테리어는 운전자 편의성을 신경쓴 것이 읽혀졌지만 전반적으로는 다소 올드한 느낌이었다. 하만서라운드시스템을 장착한 신형 K5의 오디오시스템은 마음에 들었다. 기존 K5가 아날로그 앰프를 썼던 데 비해 신형 K5는 디지털 앰프를 장착하면서 리어 서라운드 스피커를 추가, 음질이 확실히 개선됐다.
두 번째로 시승한 1.7 디젤은 주행감이 가솔린인줄 착각할 정도로 부드러웠다. 소음진동 역시 가솔린차와 큰 차이가 없었다. 중저속에서의 가속감은 확실히 가솔린 모델보다 더 시원시원했다. 최대 토크 34.7㎏·m로 2.0 가솔린 모델보다 14.2㎏·m 좋은 게 힘으로 느껴졌다. 운전하던 동료 기자가 탄성을 내지른다. “디젤이 더 좋은데. 잘나가네.”
직접 운전을 해보니 그 말이 이해됐다. 묵직하게 깔리는 느낌도 가솔린보다 더 좋았다. 신나게 밟아보고 싶었지만 많은 교통량 때문에 그러지 못한 게 아쉬웠다.
2.0 가솔린의 공인 연비는 ℓ당 12.6㎞이지만 시승구간에서는 ℓ당 8.6㎞가 나왔다. 1.7 디젤은 ℓ당 13.6㎞ 정도 됐다. 역시 공인 연비 ℓ당 16.0㎞(18인치 타이어 기준)에 미치지 못했다. 하지만 시승구간이 짧고, 시승을 위해 급가속과 급브레이크를 밟는 등 거칠 게 몬 것을 감안하면 의미는 없어 보인다. 실제로 디젤 연비가 ℓ당 26.2㎞가 나왔다는 동료 기자도 있는 등 연비는 차마다 중구난방이었다.
달리기 성능만 놓고 보면 신형 K5와 2016년형 쏘나타 사이에 뚜렷한 차별점을 찾기가 힘들었다. 같은 중형세단인데다 가격대도 비슷하다 보니 아우디(프리미엄 브랜드)나 폭스바겐(대중 브랜드)처럼 차별화를 꾀하기가 쉽지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외관 디자인이나 편의사양 등에서 차별점을 찾을 수밖에 없을 듯했다.
신형 K5 2.0 가솔린 가격은 2245만~2870만원으로 쏘나타 2.0 가솔린(2245만~2955만원)에 비해 싸다. 1.7 디젤도 2480만~2920만원으로 쏘나타 같은 모델(2495만~2950만원)에 비해 30만원 정도 싸다.
별도의 케이블 없이 스마트폰 충전이 가능한 무선충전시스템. 쏘나타에는 없고 신형 K5에만 있는 기능이다.기아차 제공
운전자가 손쉽게 동승석의 위치와 각도를 조절할 수 있는 동승석 워크인 디바이스. 역시 쏘나타에는 없고 신형 K5에만 적용돼 있다.기아차 제공
신형 K5의 내부 인테리어. 운전석과 조수석 공간이 널찍해져 한결 안락한 승차감을 제공한다.기아차 제공
신형 K5 2.0 가솔린 모델에 적용된 스마트 크루즈. 세팅된 속도로 달리다가도 앞차와의 간격에 따라 속도를 자동으로 조절한다.기아차 제공
고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