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삶

1000년간의 ‘무역전쟁’… 정치가 무역을 결정했다

서영찬 기자

▲ 권력과 부…로널드 핀들레이 외 지음·하임수 옮김 | 에코리브르 | 894쪽 | 4만2000원

[책과 삶]1000년간의 ‘무역전쟁’… 정치가 무역을 결정했다

“결국 정치가 무역을 결정했다.”

경제학자인 저자들이 1000년 이후 지금까지 세계 무역의 양상과 구조를 분석하며 도출한 결론이다. 베네치아가 무역을 통해 성장하는 데도 정치가 크게 작용했다. 베네치아는 십자군 원정이라는 정치 상황 덕을 톡톡히 봤다. 소금 생산이 주 수입원이었던 베네치아는 십자군 원정이 시작되자 범선, 갤리선 등을 만들어 십자군에 공급했다. 또 베네치아는 십자군에 충당할 노예가 거래되는 장소로 부상했다.

십자군은 이에 대한 보답으로 베네치아에 이슬람 지역과 교역할 수 있는 특권을 부여했다. 베네치아는 다른 도시들을 제치고 대표적 무역도시로 급성장했다. 베네치아는 이를 바탕으로 12세기 이후 비단, 향신료 등을 들여와 유럽 각지에 내다팔며 부를 축적했다.

지난 1000년 동안 갖가지 전쟁이 세계 구석구석에서 벌어졌다. 전쟁이라는 정치 행위는 무역의 양상을 좌지우지했다. 칭기즈칸의 침략, 백년전쟁, 두 차례의 세계대전 등은 정치 혹은 권력 지형도뿐 아니라 무역의 주도권과 그 구조까지 바꿔놓았다. 또 전쟁은 무역을 진작하거나 억누르기도 했다.

서유럽이 이슬람 제국과 중국을 제치고 무역 중심지로 떠오른 계기도 전쟁이다. 십자군 원정이나 아편전쟁을 떠올리면 이해가 빠를 것이다. 항해술 발달과 노예시장의 형성은 서유럽이 무역 패권을 거머쥐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대항해시대가 열리고 식민지 개척 열풍이 불면서 무역은 영토를 확장했다. 물론 전쟁도 함께 따라다녔다. 역사는 이를 상업혁명이라 일컫는다. 책은 17·18세기 대영제국을 탄생시킨 세 가지 주역으로 무역·약탈·정착을 꼽는다. 이 셋은 일심동체로 작동해 대영제국의 토대가 됐다. 대영제국의 중상주의, 팽창주의는 무역의 확장이자 부를 향한 욕망의 확대이다. 산업혁명이 영국에서 발아한 것도 무역의 힘이 뒷받침됐기에 가능했다. 산업혁명이 무역에 끼친 영향을 한 구절로 압축하면 ‘불평등의 잉태’이다. 산업혁명은 무역의 불균형, 그로 인한 부의 불균형을 낳았다고 한다.

저자들은 유럽뿐만 아니라 무굴제국, 만주제국, 중국, 일본, 동남아시아 등지의 무역 양상도 제법 꼼꼼히 다룬다. 서양과 동양의 무역 각축전도 흥미롭다. 책은 수많은 학자의 연구 내용과 통계를 언급하며 경제와 정치가 만나는 순간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일목요연하게 설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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