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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왕자의 난’과 당나라

  • 최우규 논설위원
[아침을 열며]롯데 ‘왕자의 난’과 당나라

당 태종 이세민은 중국 역사상 청의 강희제와 함께 성세를 이룬 명군으로 손꼽힌다. 훗날 사가들은 당 태종의 치세를 정관지치(貞觀之治)라고 기렸다. 정치·경제·문화·예술 등 모든 면에서 최고를 구가했다.

동쪽 끝 고구려와 서쪽 토번(티베트)을 제외한 모든 나라를 복속하게 했다. 천하를 일통한 것이다.

그런 당 태종도 골육상쟁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부친인 고조 이연은 장자 이건성을 태자로 삼았다. ‘적장자’ 원칙을 적용한 것이다. 이세민은 진왕(秦王)에 봉해졌다. 형제간 불화의 시발이었다.

정권 창출의 공은 이세민이 컸다. 수 양제가 대규모 토목공사를 일으키자 민심이 등을 돌렸다. 군웅이 할거했고, 이세민은 지역 군 사령관이던 아버지 이연을 설득하여 군사를 일으켰다. 이들은 여섯 차례의 전쟁을 치렀다. 그중 이세민이 네 번 전쟁을 이끌어 모두 승리했다. 서기 618년 당이 건국했다.

이세민은 태자 이건성과 궁 안팎에서 힘 겨루기를 했다.

그러다 형 이건성과 동생 이원길을 궁궐로 불러들이고는 활로 쏴죽였다. 자식들도 살해했다. 이름하여 ‘현무문(玄武門)의 변(變)’이다. 이후 부친을 겁박해 태자에 오르고, 황제가 됐다.

업보였는지, 그도 재위 중 태자를 교체하는 지경에 이른다. 당 태종은 후계 혼란을 막기 위해 8살이던 첫째 아들 이승건을 황태자에 책봉했다. 장후윤, 이백약, 우지녕, 공영달 등 석학들로 하여금 태자를 교육하도록 했다.

태자는 아버지 앞에서는 충효를 운위하고, 뒤에서 궁녀, 환관들과 가무하며 놀았다. 민가의 소와 말을 훔쳐 요리한 뒤 나눠 먹었다. 간언하는 자를 죽이기까지 했다.

보다 못한 당 태종은 태자를 폐위시키려고 했다. 태자는 무관 후군집 등 20여명과 태자당을 결성하고 정변을 모의했다. 당 태종은 이를 알아차리고 결국 내쳤다. 15살이던 아홉째 아들 이치를 태자로 세웠다.

당 태종은 이런 불운을 딛고 뛰어나게 치국했다. 위징, 방현령, 두여회, 왕규 등 신하들과 나라를 다스리는 도리를 논했다.

이를 사관인 오긍이 정리한 책이 제왕학과 처세술의 교본으로 일컬어지는 <정관정요(貞觀政要)>다.

당 태종은 바른말 하는 신하를 아꼈다. 한번은 조회를 마치고 내전으로 나온 그가 격분해 장손황후에게 “위징이 또 짐의 말을 끊고 토를 달았소, 언젠가 그를 죽일 것이오”라고 했다. 황후는 조복으로 갈아입고 절을 하며 축하했다. 당 태종이 이유를 물었다.

황후의 답은 이러했다. “군주가 성군이면 신하도 충신이라 했습니다. 위징 같은 신하가 직언을 한다는 것은 폐하가 성군인 까닭이니, 어찌 기뻐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당 태종은 화를 풀었고, 위징을 더 중하게 여겼다.

당 태종은 태자 이치를 가르치는 데 힘을 다했다. 밥을 먹을 때에는 “네가 농사의 어려움을 안다면 늘 밥을 먹을 수 있다”고 했다. 배를 탈 때는 “물은 배를 띄워 올리기도 하지만 배를 엎어 가라앉히기도 한다. 백성은 물과 같고 임금은 배와 같은 것”이라고 했다.

당 1, 2, 3대 황제들의 골육지쟁 이후 1400년이 지났다. 한데 그 일이 한국과 일본을 넘나들며 재연되고 있다. 롯데사태다.

부친의 눈앞에서 형제가 적자 자리를 놓고 다툼을 벌이고 있다. 장자와 차남이 제 세력을 키우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

부친은 한쪽 편은 들었지만, 다툼을 제대로 정리하지 못하고 있다. 외려 혼란을 부추기는 양상이다.

이 난이 어떻게 정리될지는 오리무중이다. 현 단계가 현무문의 변인지, 태자 이승건 폐위 때인지도 애매하다.

정부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재벌 개혁을 하겠다고 앙앙불락한다. 하지만 다들 안다. 경제민주화 공약 폐기 등 이 정부의 그간 행보를 봤을 때 기대하긴 어렵다는 것을.

결국 롯데 내부에서 해결해야 할 판이다. 종국에는 그룹을 분리하거나 승자가 독식하게 될 것이다. 이후 권좌에 앉은 이가 당 태종처럼 널리 인재를 구하고, 역린마저 건드리는 신하를 중용할지, 주주와 고객을 ‘배를 띄우는 물’처럼 귀하게 여길지 주목된다. 이를 이루면 정관지치에 이를 수도 있고, 아니면 “창업보다 수성이 어렵다”는 위징의 탁견이 다시 증명될 것이다.

다만 바라보는 고객이나 주주들 입맛은 소태를 씹은 듯 쓰다. 서기 600년대 일을 21세기에 다시 보게 된 일이 면구스러워서다.

별 도리가 있나. 현대 경영학이나 미래학의 어느 장(章)에서도 이런 일을 찾아보기 어려우니, 옛일이나 들춰볼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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