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길 준비 됐습니까. 신나게 놀아봅시다. 소리 질러~!”
록 콘서트에 가면 들을 수 있는 말이다. BMW를 타는 것은 경쾌한 록음악에 맞춰 신나게 몸을 흔드는 것과 같다.
BMW는 따분한 차를 만들지 않는다. ‘운전하는 소파’를 지향하지도 않는다. 즐기면서 운전하는 차, 그게 바로 BMW다.
BMW 640d 그란쿠페 xDrive M 스포츠패키지도 그런 차다.

BMW 뉴 640d 그란쿠페 M 스포츠 패키지를 모는 것은 경쾌한 록음악에 맞춰 춤을 추는 것과 같다. BMW 제공
520d(전장 4907㎜, 전폭 1860㎜)에 비해 덩치(전장 5007㎜, 전폭 1894㎜)가 커졌다. 실내 인테리어도 훨씬 고급스러워지고, xDrive 상시 사륜구동 시스템, BMW 헤드업 디스플레이, 서라운드 뷰, 보행자는 물론 동물도 감지할 수 있는 BMW 나이트 비전, 카메라와 레이더 기반의 보행자 충돌경고 기능, BMW 특유의 커넥티드 드라이브 등 다양한 고급 옵션도 갖췄다.
여기까지다. BMW 640d 그란쿠페 xDrive M 스포츠패키지의 가격은 1억1730만원. 하지만 BMW는 비싸진다고 점잖아지고, 정숙해지고, 떠 있는 듯한 승차감에 함몰되지 않는다.
겉모습부터 그렇다. BMW 640d 그란쿠페 xDrive M 스포츠패키지의 전고는 1392㎜. 운전석에 앉으면 옆에 선 K3보다 운전석이 낮다. 스포츠카에서 많이 볼 수 있는 와이드 앤 로 스타일이다. 이 차의 태생이 쿠페라는 걸 실감하게 된다. 차체가 낮기 때문에 방지턱 같은 걸 넘어갈 때 조심해야 한다. 아차 하면 범퍼 밑부분이 파손될 수 있다.
쿠페지만 문은 4짝이다. 뒷좌석도 공간이 넉넉해 자세는 낮지만 크게 불편하지는 않다.

BMW 뉴 640d 그란쿠페 M 스포츠 패키지의 실내 인테리어.BMW 제공
다른 모든 BMW 차들이 그렇지만 640d 그란쿠페 xDrive M 스포츠패키지의 진면목도 역시 달리기에 있다.
쿠페와 BMW의 고성능 브랜드인 M 스포츠패키지가 만났으니 달리기 성능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20인치 M 경합금 더블 스포크 휠과 M 스포츠 서스펜션, M 에어로 다이내믹 패키지 등 다양한 M 스포츠 패키지 옵션이 적용됐다. 곳곳에 붙어 있는 M 배지가 이 차에 흐르는 혈통을 말해준다.
액셀러레이터를 밟으면 차가 부드럽게 미끄러진다. 초기 반응은 520d보다 민첩해지고 부드러워진 느낌이다.
발에 힘을 주자 총알처럼 튀어나간다. 발 냄새만 맡아도 속도계가 팍 튀어오르는 듯하다.
고속으로 갈수록 도로를 움켜쥐고 달리는 느낌이 역시 BMW답다. 직렬 6기통 트윈파워 터보 디젤 엔진과 8단 스텝트로닉 스포츠 변속기가 만들어내는 최고 출력 313마력, 최대 토크 64.3㎏·m의 힘이 느껴진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까지 가속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5.2초.
발에 힘을 주면 금방 시속 200㎞까지 올라간다. 도로는 아우토반으로, 다른 차들은 경운기로 만들어버린다. 아우토반을 최고 속도 250㎞로 달릴 수 있도록 만들어진 차답게 시속 200㎞로 달려도 부담감이 느껴지지 않는다.
코너링은 안정적이고 흔들림이 없다. 웬만한 커브길에선 속도를 줄이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는다. 고속주행과 코너링을 해보면 다른 차와 BMW의 차이가 느껴진다. 시골의 새벽 공기와 도시의 오후 공기가 똑같을 수 없다. BMW에 행복은 코너 근처에 있는 것이 아니다. 행복은 코너에 있다.
핸들링도 BMW가 주는 묘미 중의 하나다. 운전자가 원하는 대로 움직여주는 느낌이 경쾌하다. 앞바퀴와 뒷바퀴가 일체화돼 움직여줘 그만큼 핸들링하는 재미가 좋다.
스티어링 휠 양편에 붙어 있는 패들 시프트를 쓰면 운전하는 즐거움을 더 맛볼 수 있다.
추월을 할 때 킥다운(자동 변속기 차량이 급가속을 하고 싶을 때 오버 드라이버를 풀기 위해 가속 페달을 힘껏 밟고 기어를 한 단 밑으로 내리는 것) 대신 패들 시프트로 기어를 2단 정도 내려주면 rpm이 치솟는다. 이 때 가속페달을 밟아주면 차는 엄청난 힘으로 튀어나간다. 도로 상황에 맞게 자동 변속기보다 한 박자 빨리 움직일 수 있어 스포티한 운전에 제격이다.

BMW 뉴 640d 그란쿠페 M 스포츠 패키지의 뒷좌석.BMW 제공
사실 640d 그란쿠페 xDrive M 스포츠 패키지를 타고 속도감을 즐기지 않기란 어렵다. 디스코텍에 갔는데, 어떻게 몸을 흔들지 않고 노래만 듣겠는가. 아우토반의 DNA가 달리고 싶은 욕망을 자극해 자꾸만 가속 페달을 밟게 만든다.
520d만 해도 시원하게 뻥 뚫리는 기분이었는데 640d 그란쿠페 xDrive M 스포츠패키지는 520d보다 주행감이 깊어지고 오묘해진 느낌이다.
스포츠카에 가까운데도 연비는 만족스럽다. 복합연비가 ℓ당 12.8㎞(도심 11.2, 고속 15.5)까지 나온다. 디젤차의 장점이다.
하만 카돈 서라운드 시스템은 젠하이저 헤드폰을 끼고 듣는 듯한 음질을 제공한다. 이제는 고인이 된 들국화 주찬권의 영혼을 두드리는 듯한 북소리가 귓전을 때려댄다. 헤드업 디스플레이는 속도뿐만 아니라 내비게이션 주요 정보, 라디오 주파수 변경까지 이미지로 알려줘 편리했다.
다만 1억원이 넘는 차에 사각지대 경고 기능이 빠져 있는 것은 이해가 되지 않았다. 교통체증이 심한 곳에서 차선을 변경할 때는 사각지대 경고 기능이 없어 신경을 더 많이 써야 했다.
640d 그란쿠페 xDrive M 스포츠패키지를 몰 때 오묘한 주행 느낌, 욕망, 흥분이 한참 동안 떠나지 않는다. 확실히 BMW는 운전을 즐겁게 만든다. 그 맛을 한 번 경험하고 나니 포기하기가 쉽지 않다. 1억이 넘는 차인데도 말이다. 저 엄청난 돈을 주고 BMW를 사는 이유를 알 것 같기도 하다.
640d 그란쿠페 xDrive M 스포츠패키지
전장X전폭X전고(㎜) 5007X1894X1392
공차 중량(㎏) 1870
엔진 트윈파워 터보 6기통 디젤
배기량(㏄) 2993
최고 출력(마력/rpm) 313/4400
최대 토크(㎏·m/rpm) 64.3/1500~2500
안전 최고 속도(㎞/h) 250
제로백(초) 5.2
복합 연비(㎞/ℓ) 12.8(도심 11.2, 고속 15.5)
이산화탄소 배출량(g/㎞) 156
타이어 규격 전 245/35 R20
후 275/30 R20
휠 규격 전 8.5J x 20
후 9J x 20
가격(부가세 포함) 1억1730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