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Talk

홈플러스, 고객정보 내다 팔고 ‘먹튀’···책임은 누가 지나

송윤경 기자

국내 시장점유율 2위의 대형마트 ‘홈플러스’가 사모펀드인 MBK파트너스에 팔립니다.

홈플러스의 지분 100%를 소유한 영국 테스코가 MBK파트너스를 우선 협상대상자로 선정하고 계약 조건을 조율 중이라고 하네요. ‘팔려는 자’와 ‘사려는 자’가 막바지 협상 중인 것이지요.

그런데 소비자 입장에서 궁금증이 생깁니다. 지난해 고객 개인정보를 2400만건이나 팔아넘겨 230억원을 챙긴 잘못에 대한 책임은 그럼 누가 지게 될까요?

올해 2월9일 서울 문래동 홈플러스 영등포점앞에서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회원들이 홈플러스 불매운동 선포식을 갖고 있다.<br />서성일 기자 centing@kyunghyang.com

올해 2월9일 서울 문래동 홈플러스 영등포점앞에서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회원들이 홈플러스 불매운동 선포식을 갖고 있다.
서성일 기자 centing@kyunghyang.com

■“‘고객 사은행사’라고 쓰고 ‘개인정보 판매사업’이라고 읽는다”

홈플러스의 대규모 개인정보 판매 행위 의혹이 본격적으로 제기된 것은 지난해 여름입니다. MBC <시사매거진 2580>은 ‘홈플러스의 경품사기극’ 편에서 홈플러스가 다이아몬드 반지, 외제차 등을 내걸고 경품행사를 열었으나 취재 결과 대부분 경품을 타가지 않았다고 보도했습니다.

당시 홈플러스 측은 “당첨자에게 전화를 해도 받지 않아 전달하지 못했다”는 해명을 했는데 알고보니 경품은 홈플러스 직원이나 직원의 지인들이 타 간 것으로 드러났습니다.응모 프로그램을 조작해 친구를 1등으로 만든 뒤 승용차를 받아 가고 이를 되팔아 3000만원을 챙긴 직원도 있었습니다.

당시 소비자들을 분노하게 만든 것은 경품 때문만은 아니었습니다.

홈플러스는 응모권에 기재된 고객의 개인정보를 보험사에 팔아넘겼습니다. 올해 2월 검찰이 발표한 수사결과에 따르면 홈플러스는 2011년 12월부터 지난해 7월까지 11차례 경품 행사를 진행했고 이 과정에서 고객정보 712만건을 수집해 7개 보험사에 건당 1980원씩 받고 팔았습니다. 그 결과 148억원을 벌었다고 하네요.

경품행사 때 모은 고객정보 뿐만이 아닙니다. 당시 검찰 수사결과에 따르면 회원 가입한 고객들의 정보 1694만건도 팔아넘기고 83억5000만원을 추가로 벌었다고 합니다.

홈플러스가 손님의 개인정보를 팔아 번 돈을 모두 합하면 231억원입니다. 서민들은 구경도 힘든 거액입니다. 당시 홈플러스는 경품 응모권 뒷면에 개인정보를 제공받는 제3자로 보험회사를 기재했지만 글자크기가 1㎜에 불과했습니다. 홈플러스는 당시 응모권에 경품 배송과 관계없는 고객의 생년월일·자녀수·부모의 동거여부까지 적게 했습니다. 보험사의 보험판매에 필요한 항목들입니다.

MBC <시사매거진 2580>의 ‘경품사기극’편 캡쳐

MBC <시사매거진 2580>의 ‘경품사기극’편 캡쳐

■‘사과모드’는 잠깐…법정에선 “우린 잘못 없다”

‘경품사기극’ 사건이 불거진 뒤 홈플러스의 태도는 더 이상했습니다. 불매운동까지 펼쳐지고 검찰이 홈플러스 도성환 대표이사 등 전·현직 임원 6명을 기소하자 일단 고개를 숙였습니다. 당시 홈플러스는 “경품 미지급, 고객들의 소중한 개인정보와 관련해 심려를 끼쳐 대단히 죄송스럽게 생각한다”는 내용의 사과문을 내놓았습니다.

그러나 잠깐이었습니다. 법정에서 홈플러스의 태도는 달라졌습니다. 올해 4월28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첫 심리에서 홈플러스는 “검찰이 여론에 편승해 무리하게 기소했다”며 “대표자, 종업원, 회사에 죄가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홈플러스가 경품행사를 한 실제 목적은 개인정보를 유상 판매하려는 것이었지만 고객 사은행사로 가장했다. 고객에게 개인정보 수집 목적을 제대로 알리지 않았기 때문에 기소한 것”이라는 검찰에게 홈플러스는 이렇게 맞섰습니다. “대부분의 다른 사례에서는 정보의 판매 여부까지는 알리지 않는다. 그것도 다 범죄인가”.

재판이 올 봄에 막 시작됐으니 결과가 나오려면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입니다.

문제는 홈플러스의 기만적인 고객정보 판매에 대한 책임을 질 주체가 재판 결과가 나올 때 쯤엔 모호해질 수 있다는 점입니다. 영국의 테스코가 국내 최대사모펀드인 MBK파트너스에게 홈플러스를 팔아버리려 하고 있기 때문이지요.

■소비자 피해는 누가 책임질 것인가

소비자·시민 단체가 이를 우려해 공개적으로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습니다. 경실련·진보네트워크·참여연대·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는 3일 홈플러스의 ‘새 주인’이 될 MBK파트너스를 향해 공개질의를 했습니다.

이들은 질의서를 통해 “MBK파트너스가 홈플러스를 인수하는 것은 홈플러스와 테스코가 자사의 이익을 위해 2406만여건의 고객 개인정보를 수집하고 판매한 불법 행위와 그에 대한 책임까지 모두 인수하는 것에 해당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개인정보 불법판매에 대한 MBK파트너스의 입장과 향후 보상·배상 대책을 제시하라고 압박했습니다.

MBK 파트너스는 여기에 뭐라고 답할까요? 사모펀드는 기업을 싼 값에 사서 구조조정 등으로 빠른 시간 안에 가치를 올려 팔아 넘기고 이익을 취하는 집단입니다. 기업의 지속성장에는 관심이 없다고 봐야 합니다. 과연 이들이 ‘사회적 책임’에 ‘응답’을 할까요?

게다가 대형마트 분야는 지금 ‘마이너스 성장’ 중이지요. MBK 파트너스는 홈플러스 매출을 늘리려 하기보다는 ‘쉽고 빠르게’ 구조조정과 같은 카드를 선택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실제로 MBK파트너스는 케이블통신업체 C&M, ING생명을 사들일 때마다 고용승계 약속을 파기하고 비정규직을 전원 해고하거나 구조조정에 나섰습니다. 테스코와 MBK 파트너스는 현재 홈플러스 노동자에 대한 고용승계 여부에 대해 입을 다물고 있습니다.

‘홈플러스 매각’ 때문에 개인정보 판매로 피해를 입은 소비자들은 보상·배상을 제대로 받지 못한 채 오랜 시간 동안 재판결과만 기다리게 될 가능성이 높아졌습니다. 게다가 홈플러스 노동자들은 구조조정 칼바람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홈플러스 매장의 계산대에서 일하고 있는 직원들.

홈플러스 매장의 계산대에서 일하고 있는 직원들.

■“테스코, 론스타보다 더한 먹튀 행각”

이 와중에 테스코는 거액을 챙기고 떠나는 ‘먹튀’ 행각까지 벌였다는 비난을 받고 있습니다.

홈플러스 노조 김진숙 서울본부장은 평화방송 라디오 <열린세상 오늘 윤재선입니다>에서 “테스코는 2012년부터 매장·물류센터 매각으로 1조2000억원을 회수해갔고 지난 10년 동안 30억 규모의 로얄티를 가져가다가 갑자기 2년전부터 700억 규모로 회수해 가기 시작했다”면서 “테스코가 지난 16년간 홈플러스에 투자한 금액이 2조3000억원인데 (현재 얘기가 나오는 대로) 7조원에 팔릴 경우 이익이 4조7000억원”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김 본부장은 그러면서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샀다가 되팔아 가져간 금액이) 4조6000억원 정도 됐는데 그걸 넘는 수준”이라고 덧붙였습니다.

게다가 테스코는 매각 전에 배당금 1조3000억원을 챙기기로 했다고 합니다. 미리 거액의 배당금을 받아가면 홈플러스 매각 가격을 낮출 수 있고 세금도 덜 낼 수 있지요.

영국 런던에 있는 테스코 본사.

영국 런던에 있는 테스코 본사.

■국민연금이 MBK를 압박할 수 있을까

어쨌든 이제 홈플러스의 미래는 MBK 파트너스에 달렸습니다. 박태준 포스코 명예회장의 넷째 사위인 김병주 회장의 영문이름 ‘마이클 병주 김’의 이름을 딴 이 기업은 미래에셋자산운용에 이어 국내 투자금융 부문 2위에 랭크돼 있습니다. 국내에선 가장 큰 규모로 사모펀드를 운영 중이죠.

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

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

정리해고·구조조정으로 표면적 가치를 올려 되파는 사모펀드의 속성을 볼 때 이들에게 개인정보 불법판매와 고용승계에 대한 책임있는 태도를 기대하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다만 시민사회에서는 국민연금을 주목하고 있습니다. MBK 파트너스가 홈플러스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면서 국민연금이 재무적 투자자로 참여했기 때문입니다. 앞서 국민연금은 케이블방송 씨앤엠(C&M) 인수 때도 재무적 투자자로 참여했지만 비정규직 해고·고용승계 파기는 방관했습니다. 하지만 MBK파트너스가 이미 고용 안정성 면에서 사회적 평가가 좋지 않은 만큼 이제는 국민연금이 어느정도 제동을 걸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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