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시승기

똑순이 혼다 CR-V

입력 2015.09.11 14:58

수정 2015.09.11 17:24

류형열 기자

혼다의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CR-V를 한번 타보고 싶었다. 자동차 본고장 북미에서 가장 잘나가는 SUV라는 명성은 익히 들어 알고 있었다. 여기에는 약간의 신화도 작용했다. 1년짜리 미국 연수를 갔다가 얼마 전 돌아온 후배가 미국에서 탄 차가 혼다였다. 단기 미국 연수생들이 혼다 같은 일본차를 타는 데는 이유가 있다. 새차는 사지 못하고 중고차를 사야 하는데 중고차 중에서 쓸만한 차들은 아직까진 내구성이 뛰어난 일본차이기 때문이다.

혼다 뉴 CR-V 주행컷

이 후배의 말이다. “내가 산 차는 20만㎞ 넘게 운행한 차였어요. 한번은 3일을 꼬박 달리는데도 탈 한 번 나지 않았아요. 일본차가 내구성이 좋다는 말을 정말 실감했지요.”

이번에 시승한 CR-V는 올해 부분변경을 거친 모델. 부분변경이지만 혼다의 차세대 파워트레인 기술인 ‘어스 드림 테크놀로지(Earth Dreams Technology™)’를 통해 개발한 새로운 파워트레인을 탑재해 거의 풀체인지에 가깝다.

2.4ℓ 직분사 엔진과 새로운 무단변속기 CVT가 결합한 파워트레인은 최고 출력이 190마력에서 188마력으로 약간 낮아졌다. 하지만 최대 토크는 기존 22.6㎏·m에서 25.0㎏·m로 강화됐다. 최고 출력과 최대 토크를 내는 회전수는 각각 600rpm, 500rpm 낮아졌다. 낮은 회전수 구간에서 힘을 낼 수 있게 된 것이다. 복합연비는 ℓ당 11.6㎞로 이전 모델(10.4㎞) 대비 약 12% 개선됐다.

CR-V는 처음 보면 눈에 띄는 특징을 찾기가 쉽지 않다. 외관도 평범하고 내부 인테리어도 평범하다. 튀지 않지만 일본차답게 단단하고 깔끔하고 정리가 잘된 느낌을 준다.

뉴 CR-V 실내 인테리어

차를 몰아보면 평범하면서 단단한 게 좀 더 피부로 느껴진다. 가솔린 엔진이어서 치고 나가는 맛은 디젤차보다 떨어지지만 순발력이 부족함을 느낄 정도는 아니다. 시속 100㎞를 넘어가면 체감 가속력은 더 좋게 느껴진다.

주행 안정성도 만족스럽다. 운전을 하다가 스티어링 휠을 놓아도 차가 다른 쪽으로 금방 벗어나지 않는다. 차의 균형이 잘 잡혀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고속 주행에서도 흔들림이나 불안감이 느껴지지 않는다. 핸들링도 운전자가 원하는 대로 우직하게 따라준다.

특징도 없고 평범한데, 타면 탈수록 믿음이 가고 빠져드는 묘한 매력이 있다.

CVT 무단변속기

CR-V의 기어를 조작하면 옛날 차의 기계적인 느낌이 물씬 난다. 전자식 파킹 브레이크 대신 풋브레이크를 적용하고 있는 것도 그렇다. 사각지대 경고 기능이나 차가 잠시 멈췄을 때 발을 떼도 제동력을 유지시켜주는 오토홀드도 적용이 안 돼 있다.

첨단 기술도 있다. 오른쪽 방향지시등을 켜면 오른쪽 차선의 상황이 모니터에 화면으로 나타난다. 다른 차들에선 거의 보지 못한 기능이다. 왼쪽은 적용되지 않는다. 주차할 때 후방 카메라도 작동한다.

색상의변화로 운전상황을 알려주는 에코 가이드도 있다. 속도계 양쪽에 있는 바가 연비가 좋을 때는 녹색으로 점등되고, 연비가 안 좋을 때는 백색으로 바뀐다. 과거와 미래, 기계와 전자가 섞여 있는 듯한 느낌이다.

CR-V를 타보면 불편함이나 아쉬움을 크게 느끼지 못할 것이다. 멋을 내기보다는 실생활에 적합하도록 최대한 실용적으로 만든 ‘똑순이’이기 때문이다. 물론 잔고장이 적은 것도 ‘덤’이다. CR-V는 메시나 호날두 같은 화려한 공격수는 분명 아니다. 기본기가 탄탄해 빈틈을 좀처럼 보이지 않는 수비수가 떠오르는 차, 그게 CR-V다.

New CR-V 제원

전장X전폭X전고(㎜) 4555X1820X1685

축거(㎜) 2620

공차중량(㎏) 1635

엔진 직렬 4기통 직접 분사식 DOHC i-VTEC

배기량(㏄) 2356

최고 출력(마력/rpm) 188/6400

최대 토크(㎏·m/rpm) 25.0/3900

변속기 CVT(무단 자동 변속기)

서스펜션 전 맥퍼슨 스트럿 후 멀티링크식 더블위시본

브레이크 전 벤틸레이티드 디스크 후 디스크

타이어 225/65R 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