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80주년 경향신문

담장 위를 넘는 재벌들



완독

경향신문

공유하기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X

  • 이메일

보기 설정

글자 크기

  • 보통

  • 크게

  • 아주 크게

컬러 모드

  • 라이트

  • 다크

  • 베이지

  • 그린

컬러 모드

  • 라이트

  • 다크

  • 베이지

  • 그린

본문 요약

인공지능 기술로 자동 요약된 내용입니다. 전체 내용을 이해하기 위해 본문과 함께 읽는 것을 추천합니다.
(제공 = 경향신문&NAVER MEDIA API)

내 뉴스플리에 저장

담장 위를 넘는 재벌들

입력 2015.09.13 20:59

수정 2015.09.13 21:04

펼치기/접기

여러분은 최근 보도된 사진 중에서 어떤 사진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까. 개인의 관심분야에 따라 다르겠지만 저는 최태원 SK회장의 사진을 꼽고 싶습니다. 잘 아시다시피 그는 지난달 14일 광복 70주년을 하루 앞두고 대통령 특사로 남은 1년4개월을 스킵하고 사회로 방생됐습니다. 그런데 재벌공화국이라는 대한민국에서, 그리 특별하지도 않은 재벌의 출소장면이 왜 이렇게 기억에 남았을까요. 그것은 그가 출소할 때 왼손에 들고 있던 빨간색 표지의 성경 때문이었습니다.

[아침을 열며]담장 위를 넘는 재벌들

그는 왜 유난스럽게 성경을 들고 감옥소를 나섰을까요. 2년7개월 동안 감방에서 죗값을 충실히 치렀고, 회개했으며, 그래서 새로운 사람으로 재탄생했다는 것을 알리고 싶었기 때문이 아닐까요. 하지만 그에 대한 기대는 그리 오래가지 못했습니다. 지난 6일 SBS가 방송한 <그것이 알고 싶다> 1000회 특집 ‘담장 위를 걷는 특권’편은 그를 비롯한 재벌들이 감옥소에서 어떻게 죗값을 치렀는지를 잘 보여주었습니다. 최 회장은 변호사 접견만 무려 1778회, 장소변경 접견 191회, 아침에 독방을 나와 오후 5시에 들어왔다는 증언들…. 또 ‘땅콩 회항’으로 구치소에서 고추장에 밥을 비벼 먹으며 깊은 반성의 눈물을 흘렸다는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은 5개월 동안 변호사 접견실을 아예 전세냈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또 밝히지 않아도 알 만한 ‘7번방의 회장님’은 자택에 머무는 수준의 편안한 감옥소 생활을 했더랬습니다. 돈이 있다는 이유로 그들에게는 법 앞에선 만인이 평등하다는 민주주의 룰은 통하지 않았습니다. 재벌들의 안하무인 격 횡포는 감옥 담장 안에만 머물지 않습니다. 최근에는 이런 일도 있었습니다. 대성그룹은 취업난에 허덕이는 청년들의 가슴에 대못을 박았습니다. 대성에너지 공채시험에서 대표이사인 김영훈 회장이 최종면접까지 보고도 면접자 전원을 탈락시켜 버렸습니다. 그러고도 “아쉽게도 선발되지 못했다” “적은 수의 인원을 뽑았다”는 등 거짓말까지 해댔습니다. 특히 창업주의 회고록을 읽고 감상문까지 쓰게 했다니 갑질도 이런 갑질이 없습니다.

이렇게 갑질을 해대는 재벌이지만 정치권력에는 눈꼴사나운 ‘아양’을 떨어댑니다. 박근혜 대통령의 청년 취업난 해소 외침에 삼성, 현대차, SK 등 재벌그룹들은 몇 년 이후까지 포함된 채용계획을 서둘러 발표했습니다. 특히 롯데는 2020년까지 15만6000명, 여기에 간접고용까지 더해 무려 59만명을 채용할 것이라고 큰소리 칩니다. 하지만 이는 인턴 직업훈련, 협력업체 취업지원 프로그램이 포함된 숫자입니다. 한마디로 눈 가리고 아웅이자, 선생님 앞에서 ‘저요’ ‘저요’를 외치는 초딩들의 얼굴이 떠오릅니다.

정치권력을 향한 추임새도 볼만합니다. 목함지뢰로 야기된 남북긴장 속에서 전역을 연기한 말년병장들에게 몇몇 대기업이 전원 채용을 약속했습니다. 전역 연기자들을 폄하할 생각은 추호도 없지만 한번 생각해 볼 일입니다. 얼마나 많은 청년들이 대기업 입사를 위해 열심인데 제대 연기가 이 모든 과정을 뛰어넘을 만큼 중요한 가치가 될 수 있는지 말입니다. 유독 애국을 강조하는 최고권력자를 향해 흔드는 해바라기성 몸짓 아닐까요. 게다가 채용하려는 재벌들이 특별사면의 성은을 입은 최태원 회장의 SK그룹과 그룹지분 싸움을 벌이다 국민과 정권의 눈 밖에 나버린 롯데그룹인 것을 보면 말하지 않아도 뻔한 것 아닌가요.

류승완 감독의 영화 <베테랑>을 1200여만명이 관람했습니다. 재벌 3세의 미친 존재감을 가감없이 그린 이 영화 속에서 저는 잊혀지지 않는 장면이 있습니다. 마지막 마약파티를 망쳐버린 조태오(유아인 분)가 분노와 멸시에 가득 찬 얼굴로 포드 머스탱을 몰아갑니다. 그는 좁은 거리를 질주하며 노점상과 작은 가게들을 박살내버립니다. 저는 이 지점에서 고삐가 풀려버린 미친 말을 떠올렸습니다. 지금까지 누군가(?)에게 잡혀있던 고삐가 풀려 더 이상 간섭과 견제를 받지 않는 그런 미친 말 말입니다. 그리고 그 미친 말에 차여 부서진 노점리어카와 놀라 흩어지는 사람들 속에서 무너져버린 골목상권과 한숨짓는 우리 이웃들을 보았습니다.

한국경제가 침체일로를 걷고 있습니다. 수출부진과 성장동력 상실에 따른 청년실업의 증가는 재벌에 대한 의존도를 더욱 높일 것입니다. 이는 지금까지 그나마 고삐를 잡고 있던 법과 제도를 기반으로 한 민주주의적 가치가 수세에 몰릴 가능성이 커진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그러다 그나마 겨우 잡고 있던 고삐를 놓쳐버리는 순간, 조태오의 머스탱은 교통경찰과 신호등을 아예 무시한 채 거리를 폭주할 것입니다. 담장 위를 걷고 있다는 그들. 하지만 잘 지켜보십시오, 어쩌면 지금 담장을 넘고 있을지도 모르니까요.

  • AD
  • AD
  • AD

연재 레터를 구독하시려면 뉴스레터 수신 동의가 필요합니다. 동의하시겠어요?

경향신문에서 제공하는 뉴스레터, 구독 콘텐츠 서비스(연재, 이슈, 기자 신규 기사 알림 등)를 메일로 추천 및 안내 받을수 있습니다. 원하지 않는 경우 [마이페이지 〉 개인정보수정] 에서 언제든 동의를 철회할 수 있습니다.

레터 구독을 취소하시겠어요?

뉴스레터 수신 동의

경향신문에서 제공하는 뉴스레터, 구독 서비스를 메일로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원하지 않는 경우 [마이페이지 > 개인정보수정] 에서 언제든 동의를 철회할 수 있습니다.

※ 동의를 거부하실 경우 경향신문의 뉴스레터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지만 회원가입에는 지장이 없음을 알려드립니다.

  • 1이메일 인증
  • 2인증메일 발송

안녕하세요.

연재 레터 등록을 위해 회원님의 이메일 주소 인증이 필요합니다.

회원가입시 등록한 이메일 주소입니다. 이메일 주소 변경은 마이페이지에서 가능합니다.
이메일 주소는 회원님 본인의 이메일 주소를 입력합니다. 이메일 주소를 잘못 입력하신 경우, 인증번호가 포함된 메일이 발송되지 않습니다.
뉴스레터 수신 동의
닫기

경향신문에서 제공하는 뉴스레터, 구독 서비스를 메일로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원하지 않는 경우 [마이페이지 > 개인정보수정] 에서 언제든 동의를 철회할 수 있습니다.

※ 동의를 거부하실 경우 경향신문의 뉴스레터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지만 회원가입에는 지장이 없음을 알려드립니다.

  • 1이메일 인증
  • 2인증메일 발송

로 인증메일을 발송했습니다. 아래 확인 버튼을 누르면 연재 레터 구독이 완료됩니다.

연재 레터 구독은 로그인 후 이용 가능합니다.
경향신문 홈으로 이동
뉴스레터 구독
닫기

전체 동의는 선택 항목에 대한 동의를 포함하고 있으며, 선택 항목에 대해 동의를 거부해도 서비스 이용이 가능합니다.

보기

개인정보 이용 목적- 뉴스레터 발송 및 CS처리, 공지 안내 등

개인정보 수집 항목- 이메일 주소, 닉네임

개인정보 보유 및 이용기간- 원칙적으로 개인정보 수집 및 이용목적이 달성된 후에 해당정보를 지체없이 파기합니다. 단, 관계법령의 규정에 의하여 보존할 필요가 있는 경우 일정기간 동안 개인정보를 보관할 수 있습니다.
그 밖의 사항은 경향신문 개인정보취급방침을 준수합니다.

보기

경향신문의 새 서비스 소개, 프로모션 이벤트 등을 놓치지 않으시려면 '광고 동의'를 눌러 주세요.

여러분의 관심으로 뉴스레터가 성장하면 뉴욕타임스, 월스트리트저널 등의 매체처럼 좋은 광고가 삽입될 수 있는데요. 이를 위한 '사전 동의'를 받는 것입니다. 많은 응원 부탁드립니다. (광고만 메일로 나가는 일은 '결코' 없습니다.)

뉴스레터 구독
닫기

닫기
닫기

뉴스레터 구독이 완료되었습니다.

개인정보 수집 및 이용
닫기

개인정보 이용 목적- 뉴스레터 발송 및 CS처리, 공지 안내 등

개인정보 수집 항목- 이메일 주소, 닉네임

개인정보 보유 및 이용기간- 원칙적으로 개인정보 수집 및 이용목적이 달성된 후에 해당정보를 지체없이 파기합니다. 단, 관계법령의 규정에 의하여 보존할 필요가 있는 경우 일정기간 동안 개인정보를 보관할 수 있습니다.
그 밖의 사항은 경향신문 개인정보취급방침을 준수합니다.

닫기
광고성 정보 수신 동의
닫기

경향신문의 새 서비스 소개, 프로모션 이벤트 등을 놓치지 않으시려면 '광고 동의'를 눌러 주세요.

여러분의 관심으로 뉴스레터가 성장하면 뉴욕타임스, 월스트리트저널 등의 매체처럼 좋은 광고가 삽입될 수 있는데요. 이를 위한 '사전 동의'를 받는 것입니다. 많은 응원 부탁드립니다. (광고만 메일로 나가는 일은 '결코' 없습니다.)

닫기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