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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 보는 국정교과서?···역사 왜곡·오류 ‘교학사 교과서’

입력 2015.10.14 14:18

수정 2015.10.14 1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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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대통령에게 ‘아버지’는 그런 의미다. 존재의 출발이요, 지향이요, 종착이다. … ‘박정희 탄신 100주년’인 2017년에는 교학사 교과서의 ‘박근혜 버전’이 전국의 교실에 등장할 것이다.”(김민아 논설위원 <[경향의 눈] 박근혜의 사부곡(思父曲)>)

정부는 2017년부터 중·고교 역사교과서 발행을 기존 검정에서 ‘국정’으로 전환하겠다고 12일 발표했다. 김정배 국사편찬위원장은 다양한 세대를 아우르는 전문가로 국정 집필진을 구성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학계는 국정교과서 집필에 친정부 성향의 소수 역사학자들만 참여할 것으로 내다본다. 역사를 획일적으로 써가는 국정교과서를 ‘죽은 책’으로 보는 학계에서 ‘어용학자’로 치부될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정의롭지도 않다. 이미 경희대·연세대 사학과 교수들이 역사 퇴행, 해석의 다양성·창의성 파괴를 이유로 들며 국정교과서 제작 거부를 선언했다.

어떤 사람들이 국정교과서를 쓰게 될까. 후보군으로 거론되는 인물은 권희영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 이명희 공주대 교수 등 뉴라이트 계열 학자들이다. 권희영·이명희 교수는 2013년 친일·독재 미화 등 ‘역사왜곡’ 논란을 일으킨 ‘교학사’ 교과서 집필진이다. 이번 역사 교과서 국정화 강행에 앞장선 김정배 국사편찬위원장은 2013년 교학사 교과서의 친일·독재 미화 논란이 제기될 때 문제의 교과서를 옹호하는 성명서에 서명한 인물이다. 김 위원장은 2008년 4월 한국학중앙연구원 원장 취임 후 8월 초부터 ‘대한민국 건국 60년 기념사업’ 3~4개를 주관했다.

교학사의 한국사 교등학교 교과서

교학사의 한국사 교등학교 교과서

국정 교과서가 논란이 된 교학사 교과서의 판박이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가 나오는 까닭이다.

또 뉴라이트 계열 단체 ‘교과서 포럼’이 펴낸 ‘대안 교과서 한국 근·현대사’ 내용이 국정 교과서에 실릴 우려도 있다. 일본의 식민지 근대화론을 인정하고 유신 정권을 미화한 이 교과서를 두고 박근혜 대통령은 “이제 걱정을 덜게 됐다”고 말했기 때문이다.

■ ‘교학사’ 고등학교 한국사

교학사의 한국사 교등학교 교과서

교학사의 한국사 교등학교 교과서

교학사 교과서는 박정희 정부 이후의 한국의 발전을 경제발전에 맞춰 기술한다. 그러나 한국 사회 발전의 또 다른 축으로 평가받는 민주화운동 서술에는 대단히 인색하다.

교학사 교과서에는 3·15 부정선거와 4·19 혁명, 제2 공화국 수립 과정이 간략하게 기록됐다. 한쪽이 채 안된다. 한국 헌법에는 “유구한 역사와 전통에 빛나는 우리 대한국민은 3·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임시정부의 법통과 불의에 항거한 4·19민주이념을 계승”한다고 명시돼있다.

교학사의 한국사 교등학교 교과서

교학사의 한국사 교등학교 교과서

반면, 박정희 정권의 ‘새마을 운동’은 “농민들의 잠재력을 일깨워 ‘하면 된다’는 긍정적이며 발전 지향적인 태도를 갖게 하여 농촌 사회를 변화시키고 발전시키는 원동력이 되었다”고 기술한다. 새마을 운동의 찬양은 3·15 부정선거와 4·19혁명을 기술한 부분과 비슷한 분량이다. 새마을 운동이 포함된 ‘경제 발전과 사회 변화’ 단원 첫머리에는 새마을 운동 로고를 실었다.

교학사의 한국사 교등학교 교과서

교학사의 한국사 교등학교 교과서

“5·16 군사 정변은 헌정을 중단시킨 쿠데타였다. 하지만 반공과 함께 자유 우방과의 유대를 강조하였다. 대통령 윤보선은 쿠데타를 인정하였다. 육사 생도도 지지 시위를 하였다. 미국은 곧바로 정권을 인정하였다.”

교학사 교과서는 반공 이데올로기와 사회 혼란상을 이용해 5·16 군사정변이나 독재를 교묘히 옹호한다.

“장면 정부는 적절한 대응을 하지 못했다. 북한과의 대치 상황에서 군비 축소를 약속하고, 사회적으로 치안이 어려운 상황에서 4,500여 명의 경찰을 해고하고 경찰력의 대부분을 타지로 전출시키는 등 경찰의 치안 능력을 약화시켜 혼란을 자초하였다. 이러한 상황에서 박정희를 중심으로 일부 군인들이 쿠데타를 단행하였다.”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는 것이다.

‘10월 유신과 그 덫’이라는 제목의 단원에서 10월 유신은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수호하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는 뉘앙스를 풍긴다. 북한의 군사력 증강과 무장 간첩 침투, 미국의 주한 미군 1개 사단 철수 방침 등 ‘긴박한 분위기’를 내세운다.

교학사의 한국사 교등학교 교과서

교학사의 한국사 교등학교 교과서

반면, 5·18 광주민주화운동과 6·10 민주항쟁 등은 ‘민주주의를 위한 운동과 87년 체제의 성립’이라는 제목 안에 포함시켜 1쪽 남짓에 걸쳐 뭉뚱그려 설명하고 있다. 교학사를 제외한 7종 교과서는 각각을 소항목으로 따로 상세히 서술하고 있다.

황우여 교육부 장관과 김정배 국사편찬위원장(가운데)이 12일 오후 정부세종청사에서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를 공식 발표하고 있다. |정지윤기자

황우여 교육부 장관과 김정배 국사편찬위원장(가운데)이 12일 오후 정부세종청사에서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를 공식 발표하고 있다. |정지윤기자

교학사 교과서는 2013년 8월30일 검정을 통과했다. 그러나 왜곡·오류 지적이 잇따르자 교학사는 교육부로부터 수정·보완 권고와 수정명령을 받았다. 최종승인을 받은 뒤, 최종본에서도 무더기 오류가 다시 지적돼 751건을 수정했다. 그간 400쪽 교과서에서 총 2261건의 오류를 고친 것. 한쪽마다 5.7건의 오류가 발생한 셈이다.

당시 교학사는 기존의 교과서가 잘못됐다고 주장했다. 교학사 교과서를 관통하는 것은 긍정사관이다. 1948년 정부 수립 이후 대한민국의 발전이라는 관점에서 한국사를 바라본다. 역사를 주도했다고 보는 지배층의 역사를 중시하며, 결과적으로 대한민국의 발전을 이뤄냈다는 점에서 독재와 친일까지도 ‘긍정’이라는 명분으로 합리화한다.

▶‘교학사’ 교과서 내용 자세히 보기

■ ‘교과서 포럼’ 대안교과서

앞서 2008년 3월23일 뉴라이트 계열 단체 ‘교과서 포럼’은 ‘대안교과서 한국 근·현대사’를 펴냈다. 같은 해 5월26일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출판기념회에서 당시 한나라당 박근혜 의원이 참석했다. 박근혜 의원은 “우리 청소년들이 왜곡된 역사 평가를 배우고 있다고 생각하면 전율하지 않을 수 없다”며 “필자 여러분이야말로 후손들을 위해 큰일을 하셨고, 이제 걱정을 덜게 됐다”고 말했다.

2013년 9월26 당시 민주당 ‘역사교과서 친일미화 왜곡대책위원회’ 유기홍 위원장이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24시 비상국회 운영본부’ 회의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2008년 ‘대안교과서’ 출판기념회 참석한 사진을 들어보이며 발언하고 있다.| 박민규 기자

2013년 9월26 당시 민주당 ‘역사교과서 친일미화 왜곡대책위원회’ 유기홍 위원장이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24시 비상국회 운영본부’ 회의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2008년 ‘대안교과서’ 출판기념회 참석한 사진을 들어보이며 발언하고 있다.| 박민규 기자

‘대안 교과서’ 내용은 식민지 근대화론을 인정한다. 이승만 전 대통령에 대해 상당한 분량을 할애하면서 대한민국의 건국자이자 수호자로 평가한다. 박정희 전 대통령의 집권을 ‘쿠데타’로 규정하면서도 “그의 권위주의적 통치가 한국사회에 역사적으로 축적돼온 성장 잠재력을 최대로 동원하는 역설적 결과를 낳았다”고 했다.

이 교과서는 현 정부의 초대 국사편찬위원회 위원장인 유영익 전 위원장이 감수했다. 그는 이승만 전 대통령을 ‘국부’로 칭하며 5권이 넘는 관련 저서를 냈다. 2008년 ‘8·15 광복절’의 이름을 이승만 전 대통령의 정부 수립에 더 큰 의미를 두는 ‘건국절’로 바꾸자는 움직임에 앞장섰다.

이인호 KBS 이사장도 이 교과서의 감수에 참여했다.

뉴라이트 계열 단체가 낸 ‘대안교과서 한국 근·현대사’

뉴라이트 계열 단체가 낸 ‘대안교과서 한국 근·현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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