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안보라인 ‘망신살’…한민구 인책론 불거져
주철기, 박 대통령 방미 전 “도의적 책임” 사의
박근혜 대통령이 19일 청와대 주철기 외교안보수석을 전격 교체한 것은 한국형 전투기(KF-X) 개발사업 핵심기술 이전 무산 논란에서 촉발된 정부 외교안보라인 문책론을 서둘러 매듭짓기 위한 것으로 분석된다. 보고 부실 책임론에 직면한 주 수석 경질을 통해 ‘꼬리 자르기’에 나선 것이다.
방위사업청이 지난 4월 미국으로부터 기술이전 불가 통보를 받았으나, 지난 6월에야 청와대에 이 사실이 보고되는 등 외교안보라인의 관리 부실에 대한 비판 여론이 커지던 터였다.
이것이 F-35A 경기 성남 서울공항에서 19일 열린 ‘2015 서울국제항공우주 및 방위산업 전시회’ 언론 공개 행사에서 관람객들이 대한민국 공군이 발주한 미국 록히드마틴의 F-35A 모형을 둘러보고 있다. 연합뉴스
청와대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주 수석은 박 대통령 방미 직전 총체적 관리 부실 등에 대한 도의적 책임을 지고 그만두겠다는 뜻을 밝혔던 것으로 전해졌다. 주 수석은 방사청으로부터 지난 6월 관련 문제를 보고받고도, 이를 박 대통령에게 곧바로 보고하지 않았다는 지적을 받은 바 있다. 청와대와 새누리당 내에선 “그냥 넘어갈 문제는 아니지 않으냐” 등의 의견이 제기됐던 터다. 고령인 주 수석(69)의 체력적 부담도 적지 않았다고 한다.
그럼에도 이날 오후 외교안보수석의 교체는 급작스러웠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들은 당초 오전까지 주 수석 사의표명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내달 초 한·중·일 정상회의 등 현안이 있는 만큼 당장 인사는 없을 것이라고 했다. 그런데도 박 대통령이 오후 계획에 없던 교체를 단행한 것은 청와대가 사태를 심각하게 받아들인다는 증거로 해석된다.
하지만 청와대의 수습 노력이 효과를 거둘지는 미지수다. 일단 KF-X 사업을 시작할 때 국방장관이던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자리를 지켰다.
김 실장은 국방장관 때인 지난해 4월 북한 무인항공기가 군 경계망을 뚫고 경기 파주, 강원 삼척 등에서 발견됐을 때도 인책론을 피해갔지만, 이번에는 책임을 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야권은 “주 수석은 김 실장 대신 대리경질된 것”이라며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다.
한민구 국방부 장관 인책론도 커지고 있다. 특히 박 대통령 방미를 수행한 한 장관이 지난 15일(현지시간) 애슈턴 카터 미 국방장관과의 회담에서 ‘기술 이전 불가’ 답변을 듣는 등 ‘퇴짜’를 맞은 것이 문제가 됐다. 한 장관이 ‘기술 이전 불가’라는 미국 방침을 알고도 방미 전에 “기술 이전을 요청하겠다”고 공개 표명해 굴욕외교를 자초하고, 결과적으로 대통령 방미 성과를 까먹었다는 것이다.
새누리당 김재원 의원은 MBC라디오에서 “한·미 국방장관 회담 직전에 미국대사관을 통해 서면으로 (거부) 통보를 받고 다시 면전에서 거부 당했다. 한 번도 아니고 세 번이나 그런 얘기를 들어야 한다는 것에 아쉬운 점이 있다”고 했다.
한 장관은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 ‘굴욕 외교’ 논란과 관련해 “국무위원으로서 최선을 다했다”면서 “그것(기술이전)이 제한된다는 것은 이미 다 아는 사실이지만 다시 한번 노력하는 기본적인 자세를 가져야 한다고 생각해서 그렇게 했다”고 해명했다. 한 장관은 또 “처음부터 이 문제에 대해 이해를 하고 있는 분들은 기술이전이 안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장수 장관인 윤병세 외교부 장관도 한·중·일 정상회의 후 바뀔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용욱 기자 woody@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