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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인명사고에 ‘살인죄’ 첫 인정…안전 책임자에 ‘경각심’

입력 2015.11.12 22:47

수정 2015.11.13 0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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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전원합의체 “선장 역할 포기” 만장일치로 무기징역

1·2등 항해사엔 ‘유기치사’…유족들 “해경 재판 남았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김소영 대법관)가 12일 전원일치로 세월호 선장 이준석씨(70)에 대해 살인 혐의를 인정한 것은 이씨가 승객들이 사망에 이를 수도 있음을 충분히 예견했고, 승객들을 내버려두고 퇴선한 뒤 해경의 구조활동에도 철저히 무관심한 태도를 보였기 때문이다. 대법원은 이 같은 이씨의 행위를 ‘부작위에 의한 살인’, 사실상 적극적인 살해행위와 다름없다고 봤다.

그동안 대법원은 해야 할 의무를 하지 않는 것이 실제 살해행위를 하는 것과 동등한 평가를 받을 정도의 강한 위법성이 있어야만 인정될 수 있다며 부작위에 의한 살인을 거의 인정하지 않았다.

주먹 꽉 쥔 유족 지난해 세월호 참사로 단원고 2학년생 딸을 잃은 유족이 12일 서울 서초동 대법원 대법정에서 주먹을 쥔 채 선고를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주먹 꽉 쥔 유족 지난해 세월호 참사로 단원고 2학년생 딸을 잃은 유족이 12일 서울 서초동 대법원 대법정에서 주먹을 쥔 채 선고를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부작위에 의한 살인이 인정된 사례는 대부분 ‘계획적인 범죄’ 과정에서 발생한 것이었다. 예를 들면 아파트에 유인해 포박·감금한 뒤 탈진 상태인 중학생을 그대로 둬 사망하게 한 사건 등이었다.

특히 대형 인명사고에서 책임자에게 부작위에 의한 살인을 인정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남영호 침몰사고나 삼풍백화점 붕괴사고에서도 ‘살인죄가 적용돼야 한다’는 여론이 많았지만 법원은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만 인정했다.

대법원은 “구조조치 또는 구조의무 위반이 문제가 된 사안에서 부작위에 의한 살인죄를 인정한 최초의 판결로, 선장 등 안전을 책임지고 있는 사람에게 높은 수준의 책임감을 요구하였다는 점에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이씨와 함께 살인 혐의로 기소된 1등 항해사 강원식씨(43), 2등 항해사 김영호씨(48), 기관장 박기호씨(55) 등 간부 선원에게는 살인 혐의를 인정하지 않고 유기치사 등으로 판단해 각각 징역 12년, 10년, 7년을 선고했다. 선박에서 모든 지휘·감독 책임자인 선장의 특수성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대법, 세월호 확정 판결]대형 인명사고에 ‘살인죄’ 첫 인정…안전 책임자에 ‘경각심’

대법원은 “당시 상황을 고려하면 선장의 전문적인 판단과 지휘명령체계를 무시하면서까지 결과책임이 따를 수 있는 퇴선조치를 독단적으로 강행해야 할 만큼 비정상적인 상황이 전개되고 있음을 쉽게 인식할 수 있었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다만 박보영·김소영·박상옥 대법관은 1·2등 항해사에게도 살인 혐의를 인정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이날 대법원의 상고 기각으로 3등 항해사 박모씨(27)와 조타수 조모씨(57)는 징역 5년, 1등 기관사 손모씨(59)·3등 기관사 이모씨(27)·조기수 이모씨(57)·박모씨(60)·김모씨(63) 등은 징역 3년, 조타수 박모씨(61)·오모씨(59) 징역 2년, 1등 항해사 신모씨(35)·조기장 전모씨(62)는 징역 1년6월이 각각 확정됐다.

유족 모임인 416가족협의회는 “이번 판결은 앞으로 사고가 발생하면 자신들의 목숨만 챙기면 된다는 생각을 버리게 할 것”이라며 “아직 해경에 대한 재판이 남아 있다. 이 재판 역시 제대로 진행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부작위에 의한 살인

위험 발생의 원인을 야기한 사람이 마땅히 해야 할 행동을 하지 않아 상대방을 사망케 한 행위. 예를 들어 사람을 밀쳐 저수지에 빠뜨려 살해하는 것은 작위(作爲)에 의한 살인, 위험성을 인지 못하는 어린아이를 저수지 인근에 놀게 내버려두고 물에 빠진 아이를 버려두면 부작위(不作爲)에 의한 살인에 해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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