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선원 15명 유죄 확정
“피고인 이준석의 퇴선 조치 불이행은 승객 등을 적극적으로 물에 빠뜨려 익사시키는 행위와 다름없다고 할 것이다.”
12일 오후 2시 서울 서초동 대법원 대법정에서 살인 혐의 등으로 기소된 세월호 선장 이준석씨(70·사진)를 비롯해 세월호 관계자 15명에 대한 상고심 선고가 진행됐다. 양승태 대법원장이 판결문을 낭독하는 동안 대법정 방청석에서는 나지막한 울음소리가 겹쳤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김소영 대법관)는 전원일치로 살인 등 혐의로 기소된 이씨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이씨가 승객 등 303명을 살인했다고 판단한 것이다. 대형 인명사고에 ‘부작위에 의한 살인죄’를 적용한 첫 대법원 판례가 됐다. 부작위는 마땅히 해야 할 것으로 기대되는 조치를 하지 않은 것을 말한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이씨는) 퇴선 직전이라도 선내에 대기 중인 승객 등에게 직접이나 다른 선원을 통해 쉽게 퇴선 상황을 알려 피해를 줄일 수 있었음에도 그것마저도 하지 아니한 채 퇴선했다”면서 “해경 경비정에 승선한 뒤에도 승객 등의 안전에 대해 철저하게 무관심한 태도로 일관하면서 승객 등의 탈출 가능성이 점차 희박해져 가는 상황을 그저 방관했음을 알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자신의 부작위로 인해 승객 등이 사망에 이를 수 있음을 예견하고도 이를 용인하는 내심의 의사에서 비롯됐다”면서 “부작위에 의한 살인의 미필적 고의가 인정된다”고 밝혔다.
살았다면 수능 치렀을 텐데…광화문 광장에 가방만 세월호 참사가 없었다면 250명의 단원고 학생들은 12일 다른 여느 고3들처럼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치렀을 것이다. 이날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세월호 희생자들을 추모하기 위해 열린 ‘250개의 책가방 모으기’ 행사 장소에 시민들이 가져온 가방들이 놓여 있다. 정지윤 기자 color@kyunghyang.com
1심은 이씨 등에게 살인 대신 유기치사 혐의를 적용해 징역 36년을 선고했다. 정황상 이씨가 퇴선 지시를 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2심은 이씨의 퇴선 지시가 없었다고 판단해 살인죄를 유죄로 보고 형량을 무기징역으로 높였다. 대법원은 유기치사 혐의 등으로 기소된 이씨 외 선원 14명에게 징역 1년6월~12년을 선고한 원심도 확정했다. 사고 당시 구조를 부실하게 해 승객들을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된 전 목포해경 123정장, 관제를 소홀히 한 혐의를 받은 진도 해상교통관제센터(VTS) 직원 13명 등에 대한 상고심은 대법원이 심리 중이다.
대법원 판결에 희생자 유족들은 “위로가 됐다”면서도 돌아오지 못할 자녀 생각에 눈물을 쏟았다. 판결 직후 대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연 유족들은 “대법원이 선장과 선원들의 부작위에 의한 살인죄를 인정하면서 1년7개월 동안의 인고와 고통의 시간을 조금이나마 위로했다”고 말했다. 전명선 피해자 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은 “우리 아이들이 있었다면 자기의 꿈과 미래를 위해 대학수학능력시험을 봤을 시간이다. 가족들도 이 자리에서 이런 얘기를 하지 않고 자식들과 함께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