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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년 10월25일 ‘서갑숙 수기 파문’

입력 2015.11.19 20:29

수정 2015.11.19 2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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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종성 논설위원

시대는 금서를 만들었다. 금서목록에 올리는 것도, 삭제한 것도 시대요, 세상이다. 1970, 1980년대 세상이 군홧발 아래에 있을 때 권력은 자신의 구미에 맞지 않는 저작물에 ‘불온’이라는 딱지를 붙여 유통을 막았다. 금서는 인화성 강한 물질이었기 때문이다. <자본론> <해방 전후사의 인식> <페다고지> <전환시대의 논리> <우상과 이성>과 같은 책들은 ‘의식화를 위한 이념서적’이라는 이유로 압수 대상이 됐다.

억압의 시대가 끝나자 1990년대 권력은 새로운 먹잇감에 ‘외설’ ‘퇴폐’라는 표딱지를 붙였다. <즐거운 사라>를 쓴 마광수(당시 연세대 교수)와 <내게 거짓말을 해봐>의 작가인 장정일이 음란문서 제조·반포 혐의로 구속됐다.

[경향으로 보는 ‘그때’]1999년 10월25일 ‘서갑숙 수기 파문’

정점은 탤런트 서갑숙이 찍었다. 서갑숙은 <나도 때론 포르노그라피의 주인공이고 싶다>는 도발적인 제목의 에세이집을 내 외설 논란의 주인공이 됐다.

경향신문 1999년 10월19일자 23면에는 서갑숙의 인터뷰 기사가 실렸다. 검찰이 내사에 들어가고 한국간행물윤리위원회(간윤)의 심의를 앞두고 있던 시점이었다.

서갑숙은 책을 쓴 이유를 다음과 같이 밝혔다. “성은 감추고 억압할 대상이 아니다. 성을 음지에서 양지로 꺼내기 위한 시도다. 성에 대한 그릇된 시각을 바로잡으려면 솔직해야 공감을 얻을 것이다.”

그는 “책의 내용은 성경험 고백이 전부가 아니고 어느 날 갑자기 확인된 심장판막증으로 인한 죽음과의 대화, 시어머니와의 갈등, 이혼 등으로 인한 인생역정 등을 고스란히 담았다”고 했다. 이어 독자들의 판단력이 그리 무분별하지 않고 충분히 이성적이라며 책을 사든 사지 않든, 책 내용에 공감하든 부정하든, 각자의 판단에 맡길 일이라고 했다.

책은 성담론이라는 타깃이 주효한 듯 7쇄를 거듭하며 5만부가 팔려나갔다. 하지만 책 출간으로 인해 TV드라마 <학교Ⅱ>에서 하차했다. 한편에서는 ‘상업주의’라고 비판했고, 다른 한편에서는 ‘용기 있는 고백’이라는 지지를 보냈다.

간윤은 청소년에게 성충동을 자극하고 성윤리를 왜곡시키는 내용을 담고 있다며 ‘청소년 구독불가 스티커’ 부착과 랩을 씌워 판매하도록 결정했다. 하지만 검찰은 ‘성인이 읽는 데 문제가 없다’며 내사종결했다.

사건이 있은 지 16년이 흘렀다. 그가 쓴 <나도 때론 포르노그라피의 주인공이고 싶다>가 지난 12일 영화로 개봉했다. 글보다 훨씬 감각적이고 말초적인 영상물로 성을 표현했으나 외설 논란은 거의 들리지 않는다. 세상은 변했다. 대중의 관심이 떨어진 만큼 표현의 자유는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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