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야당 분당

대선 패배·신뢰 부재·이념 차이 말도 안 통한 3년…예정된 결별

심혜리 기자

간극 컸던 대선 후보단일화

안 “DJ·노무현 극복” 구호

‘친노 수장’ 문과 불화 예고

“지난 대선 때를 보는 것 같다. 등장하는 사람도, TV 방송에서 실시간 생중계하는 것도….”

안철수 전 대표의 13일 탈당 회견을 지켜보던 새정치민주연합 한 관계자의 말이다. 그의 탄식처럼 안 전 대표 탈당은 2012년 대선부터 이어진 ‘문·안(문재인·안철수)’ 3년 ‘내전’의 축적된 결과다. 야권 ‘투톱’으로 3년 동안 정치적 동거를 했지만 한번도 ‘동지’였던 적은 없었다. 삐걱거렸던 대선 후보단일화 과정과 대선 패배, 신뢰 부재, 정치적 이념 차이 등으로 당내에선 두 사람에 대해 “기본적 의사소통조차 힘든 관계”였다는 말이 나왔다.

불협화음은 대선 후보단일화 과정 때부터 시작됐다. 그때의 상흔은 이후 크게 영향을 미쳤다.

<b>이때까지만 해도…</b> 민주통합당 문재인 대선 후보(오른쪽)와 무소속 안철수 전 후보가 2012년 대선을 앞둔 12월6일 서울 중구 달개비 식당에서 만나 긴밀하게 협력하기로 한 뒤 악수하고 있다.<br />  경향신문 자료사진

이때까지만 해도… 민주통합당 문재인 대선 후보(오른쪽)와 무소속 안철수 전 후보가 2012년 대선을 앞둔 12월6일 서울 중구 달개비 식당에서 만나 긴밀하게 협력하기로 한 뒤 악수하고 있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양측은 아직도 당시 일화를 각자 ‘프레임’ 속에서 전하며 서로를 신뢰할 수 없다는 근거로 든다. 안철수 측 협상팀 한 핵심 인사는 최근 경향신문과의 통화에서 “문재인 측은 자신들에게 조금이라도 유리하게 하기 위해 협상 사실까지도 왜곡했다. 3년이 지난 지금도 패턴이 똑같다”고 말했다.

반면 문재인 측 관계자는 “(안 전 대표 측은) 협상을 다해놓고 항상 뒤에 가서 다른 소리를 한다”고 했다. 대선 후에도 서로 “안철수 후보가 도와주는 척도 하지 않아 대선에 패배했다”, “후보 양보를 받아내더니 선거에서 이기지도 못했다”고 패배 책임을 돌리며 서로 상처를 주는 데 급급했다. 그만큼 불신은 더 커졌다.

두 사람의 극명한 정치 스타일 차이도 접점찾기를 어렵게 만들었다. ‘새 정치’를 앞세운 안 전 대표는 ‘김대중·노무현 극복’, ‘87년 체제 종식’을 앞줄에 이야기했다. 혁신 대상도 ‘낡은 진보’를 우선으로 꼽았다. ‘친노 수장’ 타이틀대로 노무현 전 대통령의 ‘정치적 계승자’ 역할을 하며 제1야당 내 상대적으로 진보성향 세력을 대변하는 입장인 문재인 대표로선 애초부터 ‘안철수식 새 정치’와는 불화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민주당과 새정치연합 통합으로 두 사람은 한 지붕 아래 머물게 됐지만, 감정의 골은 더욱 깊어졌다. 문 대표는 안 전 대표를 ‘손님’ 취급했고, 안 전 대표는 문 대표의 대표성을 인정하지 않았다.

문 대표가 지난여름 안 전 대표에게 ‘혁신위원장’을 제안했을 당시 안 전 대표 측 한 인사는 “둘에겐 당 혁신을 이끌어나갈 정치적 신뢰가 전혀 없다”며 당연한 듯 거절 배경을 설명했다.

문 대표와 안 전 대표의 협상에 배석했던 당의 한 인사는 “둘이 눈도 마주치기 싫어하더라. 기본적으로 서로 대화가 잘되지 않는다”고 회고했다. 결국 두 사람 사이의 신뢰 부재와 앙금은 켜켜이 쌓여갔고, 문·안의 예정된 결별까지 야권의 ‘공적 시간’은 허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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