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노 패권 불가론’ 근거
‘혁신 전대’도 같은 맥락
새정치민주연합 안철수 전 대표가 13일 밝힌 탈당의 명분은 제1야당의 ‘혁신 불능’이었다.
안 전 대표는 이날 약 5분간 짧은 탈당 기자회견에서 ‘혁신’이라는 단어만 7번 사용하며 새정치연합 내에서 혁신의 어려움을 강조했다. 또 기자회견 10분 전까지도 ‘혁신‘ 전당대회를 문재인 대표가 수용하길 기다렸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안 전 대표가 ‘혁신’을 강한 탈당 명분으로 삼은 만큼 그의 ‘혁신’ 내용에 관심이 쏠린다. ‘안철수식 혁신’의 내용이 여론의 호응을 얻을 수 있느냐가 향후 야권 정치항로까지 가름할 것이기 때문이다.
안 전 대표가 주장하는 혁신을 풀어 말하면 대선 패배 ‘얼굴’이자 4·29 재·보궐선거 등 최근 잇단 선거에서 패한 ‘문재인 체제’로는 총선을 치를 수 없다는 것이다. 호남 민심의 ‘반문재인’ 정서 등 ‘친노’ 패권의 상징으로는 리더십 확보가 어렵다는 점도 근거로 제시한다. 당내 비주류 측의 ‘문재인 사퇴’론과 같은 맥락인 셈이다.
이 때문에 안 전 대표는 지난달 29일 문 대표의 ‘문·안·박(문재인·안철수·박원순) 연대’를 거부하면서 혁신 전당대회를 역제안했다. ‘혁신’을 명분으로 했지만, ‘문 대표와 정치를 함께할 수 없다’는 확실한 의사표시이기도 했다. 앞서 안 전 대표는 ‘현역 의원 하위 20% 공천 배제’ 등 당 혁신위원회가 만든 혁신안에 대해선 “총선 전망이 밝아지는 데 기여하는 게 없다”면서 일축하기도 했다.
하지만 여전히 ‘안철수 혁신’의 내용은 명확하지 않다. 당과 정치를 어떻게 바꾸겠다는 내용보다는 ‘문재인 불가론’에 가깝기 때문이다. 구체적인 제안으로는 지난 9월부터 부패 혐의자에 대한 당원 제명, 당 윤리기구 혁신, ‘정치문화 개혁 TF’ 설치 등을 골자로 한 ‘10대 혁신안’이 사실상 유일하다. 한명숙 전 총리 대법원 판결 당시 문 대표의 비호 움직임을 비판하면서 제기한 ‘낡은 진보 청산’도 그 연장선이다. 이는 친노 세력을 구세력·부패세력으로 규정한 것이기도 하다.
앞서 지난 대선 때는 ‘의원 정수 축소’가 안철수식 새 정치의 트레이드 마크였다. 이후 무소속 의원으로 신당을 추진할 때는 ‘거대 양당 기득권 구조 해체’가 정치혁신 내용이었다. 지난해 민주당과 합당할 때는 ‘지방선거 정당 무공천’을 혁신의 고리로 내세웠다.
그러나 안 전 대표 본인도 정작 공동대표 시절 ‘혁신’ 주장에 걸맞은 행보를 보이지 못했다는 지적도 있다. 당시 안 전 대표는 7·30 재·보선을 성공적으로 치른 후 혁신을 수행하겠다고 했지만 선거 패배로 물러났다. 안 전 대표는 “당내에 들어와 가장 후회하는 일이 ‘기초선거 무공천’ 약속을 당내 반발 때문에 지키지 못한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