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 의원 등 5~10명 선도탈당…연말까지 최대 30명도”
안철수, 제3지대 세 규합…17일 광주행 ‘호남 민심’ 변수
새정치민주연합은 13일 안철수 전 대표 탈당이 현실화하자 패닉에 빠졌다. 친문재인·친안철수 측 의원들이 탈당 책임을 서로 떠넘기며 공방하는 사이, 다수 의원들은 총선을 코앞에 둔 야권의 분열상, 그에 따른 내년 4·13 총선의 암울한 전망으로 한숨만 내뱉었다. 등을 돌린 문재인 대표와 안 전 대표는 총선을 향한 행보를 서두르고 있다.
■‘도미노 탈당’ 일어나나
제1야당의 분당은 기정사실화됐다. 탈당 수준 정도가 변수다. 안 전 대표가 탈당계를 제출하는 14일부터 탈당자가 나올 것으로 보인다. 문 대표 체제에 이미 반기를 든, 호남의 유성엽·황주홍 의원, 수도권의 문병호·최재천·최원식 의원 등이 선도 탈당자로 거론된다.
문병호 의원은 “이번 주중 수도권과 호남 의원 5~10명이 1차 탈당하고 연말까지 최대 30명까지도 내다본다”고 말했다. 호남 비주류 김동철 의원은 “40~50명이 될 수 있다”고 예상했다. 문병호·황주홍 의원 등 구당모임 소속 의원 10여명은 이날 밤 만나 탈당 문제 등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관심은 호남 의원들 거취다. 야당 구심인 호남에서 탈당이 본격화하면 야권 지형에 미치는 여파가 적지 않다. 광주 의원 중 강기정 의원(3선)을 제외한 나머지가 비주류로 분류된다. 전남도 사정은 비슷하다. 광주의 한 초선 의원은 “요즘 만나는 사람마다 ‘문 대표와 왜 같이 있느냐’고 아우성”이라고 했다. 호남 의원들을 이끌 리더가 없다는 점에서 공동 행보를 취할 가능성이 높다. 반면 수도권 비주류 의원들의 경우 총선 우려감으로 탈당자가 많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다.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13일 오후 굳은 표정으로 서울 구기동 자택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안철수, ‘혁신’ 깃발 들고 앞으로
안 전 대표는 ‘정권교체를 위한 정치세력화’를 공언했다. 탈당 불가피성에 대한 야권 지지층의 동의를 이끌어내고, 함께할 세력을 규합하는 것이 과제로 떠올랐다.
문재인 체제에서의 ‘혁신 불가론’을 탈당 명분으로 삼은 만큼 야권의 혁신, 나아가 한국 정치 혁신이 여론전 중심 기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야권 내에선 그의 혁신 경쟁이 대권가도 라이벌인 문 대표를 겨냥한 것이고, ‘혁신 전당대회’가 탈당의 궁극적 이유가 될 수 있느냐는 비판도 제기되는 상황이다.
탈당 세력 최대화도 필요하다. 안 전 대표는 이날 탈당 선언 후 향후 행보를 묻는 기자들 질문에 “나중에 말씀드리겠다”고 말을 아꼈다. 정치세력화 길은 크게 두 가지다. 신당을 창당하거나, 이미 진행 중인 신당파들과 결합하는 것이다.
안 전 대표는 일단 제3지대에서 세 규합에 진력해 동력을 확보한 뒤 외연을 확장하는 방식을 택할 가능성이 있다. 현재 신당파들이 대체로 호남을 근거지로 삼고 있다는 점에서 섣불리 손을 잡을 경우 ‘호남당 수장’으로 치부될 공산이 크다.
그러면서도 안 전 대표 측은 호남 여론에 정치적 성패가 달려 있다고 보는 분위기다. 안 전 대표는 15일 부산, 17일 광주를 방문해 정치 구상을 밝힐 예정이다. 한 측근도 “호남 민심을 어떻게 움직이느냐가 핵심”이라고 말했다.
■문재인, 숨 고른 뒤 총선 체제로
문 대표는 탈당 후폭풍에 휩싸인 당을 서둘러 수습해야 하는 게 당면 과제가 됐다.
문 대표는 오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정말 정치가 싫어지는 날이다. 진이 다 빠질 정도로 지친다”고 심경을 밝혔다. 그러나 “호랑이 등에서 내릴 수 없다”며 “아무리 파도가 높고 바람이 강하게 불어도 총선 승리에 이르는 새정치연합의 항해는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휘청거리는 당 상황을 정면 돌파하겠다는 것이다. 안 전 대표 기자회견 후 첫 일정으로 최고위원회의를 소집해 난국 타개를 위한 지도부의 의지도 모았다.
문 대표 측에선 ‘문·안의 결별’이 전혀 예상치 못한 일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이미 실행 작업에 들어간 혁신안을 바탕으로 총선 준비에 속도를 높일 것으로 보인다.
문 대표의 다급한 걱정은 연쇄 탈당을 최소화하는 것이다. 문 대표로선 측근들이 앞장서 ‘나갈 테면 나가라’ 식으로 강경 대응을 주도하고, 그 결과 야권 분열을 막아내기 위한 리더십을 발휘하지 못했다는 비판은 피하기 어렵다. 수도권 의원들, 중진 의원들이 그의 2선 후퇴를 요구했다는 점은 당분간 부담이 될 수 있다. 극도의 혼돈 상황인 당을 수습할 리더십이 먹힐지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당을 하나로 모으는 구심력보다 원심력이 강하게 작동할 경우, 문 대표로선 재차 리더십 문제가 불거질 가능성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