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회견 예고에 당 ‘발칵’ 긴급의총 열어 탈당 만류
비주류 “혁신 전대 수용을” 문재인 대표 압박 성명도
회견 직전 13분 통화에도 안철수, 전대 중재안 거부
안철수 전 대표가 기자회견을 예고한 지난 11일 오후 5시부터 탈당을 선언한 13일 오전 11시까지 42시간 동안 새정치민주연합의 시계는 숨가쁘게 돌아갔다. 안 전 대표의 ‘탈당 결심’이 알려지자 의원들은 토요일인 12일 밤 긴급 의원총회를 열어 탈당을 만류하고, 당내 중진들이 설득에 나섰다. 문재인 대표는 13일 새벽 안 전 대표를 찾은 데 이어 기자회견을 1시간 남겨두고 막판 중재안을 제시했지만 안 전 대표 마음을 돌리는 데 실패했다.
■의원들 “탈당 말라” 호소
안 전 대표가 칩거 5일째인 11일 ‘기자회견’을 공지하면서 당은 발칵 뒤집혔다. 송호창 의원 등 측근들이 “안 전 대표가 탈당 결심을 굳혔다”고 밝히면서다.
다음날 정오쯤 문 대표는 “안 전 대표의 탈당은 안된다. 마지막 대화를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당내에는 문 대표와의 극적인 막판 타협을 기대하는 기류가 돌았다. 안 전 대표는 일절 외부 활동 없이 서울 상계동 자택에만 머물며 고심을 이어갔다.

새정치민주연합 안철수 전 대표가 13일 탈당 선언 기자회견을 하기 위해 국회 정론관으로 입장하고 있다. 강윤중 기자 yaja@kyunghyang.com
하지만 해가 저물고도 상황이 변하지 않자, 여러 세력들이 다급하게 행동에 나섰다. 중도파가 모인 통합행동은 오후 7시에 “통합 전대를 열어 혁신을 갖고 경쟁하자”고 제안했다. 안 전 대표의 ‘혁신’을 강조하면서 문 대표의 ‘통합 전대’ 구상을 반영한 중재안이었다.
비주류가 모인 ‘구당모임’과 ‘2020 모임’은 오후 8시부터 잇따라 “안 전 대표의 혁신 전대 요구를 수용하라”며 문 대표를 압박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오후 8시30분엔 수도권 지역 의원을 중심으로 50여명이 국회에서 긴급 의총을 열었다. 이들은 2시간이 넘는 격론 끝에 안 전 대표가 탈당을 하지 말고, 문 대표가 당내 갈등에 책임을 지면서 당 통합을 위한 혁신방안에 합의하라는 호소문을 채택했다. 밤 11시에는 중진들이 호소문을 들고 문 대표와 안 전 대표를 방문해 두 사람의 합의와 탈당 의사 철회를 촉구했다.
■문 대표, 안 전 대표 찾아갔지만…
13일 새벽 1시엔 문 대표가 안 전 대표 자택을 직접 방문했다. 하지만 40분 이상 복도에서 기다리다, 안 전 대표와 문 앞에서 짧게 인사만 나누고 나와야 했다. 사실상 ‘문전박대’를 당한 셈이다.
당내에선 2002년 대선 때 ‘데자뷰’ 같다는 분석이 나왔다. 당시 노무현 전 대통령도 대선을 하루 앞두고 정몽준 후보의 지지철회 의사를 바꾸기 위해 정 후보 집을 찾았지만, 문전박대를 당한 바 있다.
기자회견 직전까지도 안 전 대표 마음을 돌리려는 시도는 계속됐다. 문 대표는 이날 오전 9시 이후 안 전 대표에게 두 차례 전화를 걸었지만 연결에 실패했다. 9시40분 집에서 출발해 국회로 향하던 안 전 대표가 10시15분 차 안에서 ‘콜백’을 하고서야 13분의 마지막 전화담판이 시작됐다.
이 통화에서 문 대표는 “만나서 혁신 전대든, 통합 전대든, 혁신안을 추인하는 전대든 다 열어놓고 논의를 하자”고 제안했다고 김성수 대변인이 전했다. 그러나 안 전 대표는 “혁신 전대는 대국민 약속이니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 그걸 천명하지 않는다면 만날 이유가 없다”고 거절한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문 대표의 최종 제안은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10시30분쯤 국회에 도착한 안 전 대표는 의원회관 주차장 등에 머물다 정확히 11시 국회 정론관에 도착, 굳은 표정으로 탈당을 발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