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정권교체 이룰 정치세력 만들 것” 탈당 …일여다야 구도
새정치 비주류 탈당 예고…천정배 신당과 맞물려 재편 불가피
새정치민주연합 안철수 전 대표(53)가 13일 “저는 오늘 새정치연합을 떠난다”며 탈당을 공식 선언했다. 안 전 대표가 ‘정치세력’ 구성을 공언하면서 제1야당은 분당의 길로 들어서게 됐다. 일여다야(一與多野) 구도로 내년 4월 20대 총선이 치러지는 등 야권은 물론 정치권 지형에 파장이 예상된다.
안 전 대표는 이날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대로 가면 다 죽는다고, 비상한 각오와 담대한 결단이 필요하다고 거듭거듭 간절하게 호소했지만, 답은 없었다”며 탈당을 공식화했다. 지난해 3월 민주당과 통합하면서 새정치연합에 합류한 지 1년9개월여 만의 결별이다.
안 전 대표 탈당 명분은 ‘제1야당 내 혁신 불가능’이다. 그는 지난 6일 문재인 대표에게 ‘혁신 전당대회’ 제안을 최후통첩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안 전 대표는 이날 새벽 탈당을 만류하기 위해 서울 상계동 자택을 찾아와 40분간 기다린 문 대표를 악수만 하고 돌려보냈다.
안 전 대표는 회견에서 “지금 야당은 국민에게 어떤 답도 드리지 못한다. 세상을 바꿀 수도, 정권교체의 희망을 만들지도 못한다”면서 “그런데도 더 큰 혁신은 배척당하고 기득권 지키기에 빠져 있다”고 주장했다.
총선을 넉 달 앞둔 이날 안 전 대표의 탈당으로 야권 내 지각 변동이 불가피해졌다. 안 전 대표가 “정권교체를 이룰 수 있는 정치세력을 만들겠다”고 밝혀, 새정치연합과 경쟁하는 야당이 출현할 것으로 보인다. 문병호 의원이 “이르면 14일 탈당”을 예고하는 등 일부 비주류 의원들, 지역으로는 ‘반문재인’ 정서가 강한 호남 의원들이 탈당 행렬에 가세할 것으로 관측된다. 안 전 대표가 무소속 천정배 의원이 주도하는 가칭 ‘국민회의’와 통합할지 여부도 주목된다.
그러나 ‘안철수 정치’의 미래는 불투명하다. 그 스스로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캄캄한 절벽 앞에서 가장 어려운 길을 나서려고 한다”고 했다.
문 대표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아무리 파도가 높고 바람이 강하게 불어도 총선 승리에 이르는 새정치연합의 항해는 멈추지 않을 것”이라는 글을 올려, 정면 돌파 의지를 밝혔다. 문 대표 주재로 열린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는 안 전 대표 탈당에 대해 안타깝고 유감스럽다는 입장과, 당 혁신을 흔들림 없이 추진할 뜻을 모았다고 김성수 대변인이 전했다.
4·13 총선이 야권 난립으로 새누리당에 절대 유리한 구도가 형성될 것이란 전망이 많아지고 있다. 야권이 참패하면 안 전 대표가 야권 분열 책임론에 직면할 가능성도 있다. 총선 성적표는 2017년 대선 구도와 결과에까지 영향을 줄 공산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