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의 화두는 지금 ‘호남’이다. 광주를 중심으로 호남 의원들이 잇따라 더불어민주당을 떠나면서, 분열한 세력들은 경쟁적으로 지역 민심 잡기에 나서고 있다. 분당 위기에 직면한 더불어민주당은 참신하고 유능한 인사를 공천하고 공동선대위원장에 호남 인사를 기용하겠다고 한다. ‘안철수 신당’은 호남지역 탈당파를 흡수하고, 이를 바탕으로 세력을 확산시킬 참이다. 가칭 ‘국민회의’ 창당을 추진 중인 천정배 의원은 광주를 찾아 2003년 새천년민주당 분당과 열린우리당 창당에 대해 사과했다. 이들의 ‘구애 경쟁’을 바라보는 심경은 착잡하다. 야권의 각 세력이 호남으로 대표되는 핵심 지지층의 요구를 제대로 읽고 있는지 의구심을 거두기 어렵다.
가장 우려되는 것은 호남 민심에 대한 아전인수식 해석이다. 더불어민주당은 “호남이 진정 원하는 것은 통합과 혁신”이라며 탈당파를 비난한다. 안철수 의원 측에선 기존 야당에 실망한 호남 민심이 ‘새 정치’를 기대한다며 신당 창당의 명분으로 삼는다. 천정배 의원은 ‘호남 정치의 부활과 복원’을 역설한다. 이들의 말을 종합하면, 호남은 통합의 명분이자 분열의 명분이 된다. 각 정치세력은 자신의 행동을 합리화하기 위해 호남 민심을 방패막이로 삼고 있다. 호남을 존중한다지만 말의 성찬일 뿐이다.
호남 시민은 어떤 사람들인가. 오랜 기간의 정치적 소외에도 불구하고, 한국 민주주의를 위해 헌신해온 이들이다. 여론조사와 언론 보도를 살펴보면, 호남 민심의 공약수는 나와 있다. 강력하고 유능한 대안야당에 대한 요구다. 호남이 제1야당에 실망한 이유는 간명하다. 선거에서 연전연패하면서도 변화와 혁신이 없기 때문이다. 박근혜 정권을 견제하기는커녕 무능과 무기력에 빠져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이를 야권 분열에 대한 승인으로 받아들여선 오산이다. 특정 개인에 대한 호불호 문제로 생각하거나, 총선 유불리로만 재단하는 것도 호남 민심을 협소하게 보는 일이다. 더불어민주당이든 안철수 신당, 천정배 신당이든 수권정당의 면모를 갖추지 못한다면 호남의 지지를 받기 어려울 것이다. 호남에만 국한된 이야기도 아니다. 지역을 불문하고 다수 시민이 현 정권의 오만과 독주에 진저리를 내고 있다. 야권은 이들에게 희망의 단서를 보여줄 책임이 있다. 과연 누가 민주주의 후퇴에 제동을 걸고, 고통받는 서민의 삶을 부축할 것인가. 주권자가 지켜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