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생 학생·교사들 대신 유족·시민 참석
“김담비, 김도언, 김빛나라, 김소연, 김수경….” 이름을 부르는 목소리가 가늘게 떨렸다. 호명된 학생을 대신해 자리에 앉아 있던 유가족이 손을 들거나 “네” 하고 대답하며 일어섰다. 왼쪽 가슴에는 학생들의 사진과 이름표가 달려 있었다. ‘담임선생님’은 교실을 천천히 돌며 한 명 한 명을 꼭 끌어안았다. “힘내세요” “고맙습니다”. 눈물 섞인 인사가 나지막이 오갔다.
10일 오후 경기 안산시 단원고등학교에선 2014년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262명의 학생과 교사들의 졸업식을 대신한 ‘겨울방학식’이 열렸다. ‘세월호 304 잊지 않을게’ ‘리멤버 0416’ 등 세월호 관련 시민모임이 준비한 행사다.
방학식은 오후 4시16분 시작됐다. 단원고 3층 2학년 3반(명예 3학년 3반) 교실에서 이 반 담임이었던 고 김초원 교사의 아버지 김성욱씨(54)가 교탁 앞에 섰다. 김씨는 딸을 대신해 담임 역할을 맡았다. 고 유예은양을 대신해 방학식에 참석한 예은양의 할머니는 김씨가 예은양 이름을 부르자 “우리 예은이 좀 보내주세요. 우리가 왜 여기 있어야 돼…”라며 오열했다. 3반 학생 26명의 이름이 불리는 동안 교실은 울음바다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