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간 김종인 “정치 정상화 기여하겠다”
2012년 대선 당시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 ‘경제멘토’였던 김종인 전 의원(76)이 더불어민주당의 ‘구원투수’로 등판하게 됐다. 14일 전격적으로 4·13 총선 선거대책위원장 자리를 맡으면서다. ‘경제민주화’와 ‘공천혁신’, 탈당·분당 위기 극복 등 3가지를 겨냥한 영입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김종인 전 의원이 14일 밤 서울 구기동 자택으로 들어서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 전 의원 역할은 크게 3가지로 요약된다. ‘경제민주화 전도사’인 김 전 의원을 통해 문재인 대표가 추진해오던 ‘소득불평등 해소를 통한 새경제’ 기치를 실현하겠다는 것이다. 김 전 의원은 1987년 개헌 당시 ‘경제민주화’ 조항을 입안한 주역이다. ‘낡은 경제세력과 새 경제세력 대결’이라는 총선 구도에서 확실한 우위를 보이는 데 김 전 의원 역할을 기대하고 있다.
김 전 의원은 당 혁신안에 따른 ‘시스템 공천’ 관리도 맡게 된다. 문 대표가 대표직까지 걸었던 공천혁신 ‘관리자’로 추대된 것이다.
당 내홍 수습도 기대하는 분위기다. 다음주 박지원 의원 등 호남·수도권 의원들의 연쇄 탈당이 잇따를 수 있는 만큼 본격적인 선거체제로 전환해 잡음을 줄이겠다는 의도도 있다. 김 전 의원 영입을 박영선 의원 거취와 연동해서 보는 시선도 있다. 김 전 의원은 영입 발표 전 박 의원과 따로 만나 탈당하면 안된다고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전 의원 개인으로선 ‘안철수·박근혜 멘토’ 때 못 이룬 ‘경제민주화’를 실현할 3번째 기회를 맞은 셈이 됐다. 김 전 의원은 2012년 새누리당 국민행복추진위원장 겸 경제민주화추진단장을 맡아 박근혜 대통령 승리에 기여했다. 2011년엔 무소속 안철수 의원의 정치적 멘토 역할도 했다.
김 전 의원은 이날 밤 자택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2012년 대선이 끝나고 정치에 관여하지 않을 생각이었는데 한국 정치가 이렇게 가서 안되겠다고 판단했다. 야당이 이런 모습(분열)으로 가면 정치 발전에도, 민주주의 발전에도 굉장히 좋지 않은 결과가 나올 것 같아 어느 정도 정상화하는 데 좀 기여해야겠다 해서 결심했다”고 선대위원장직 수락 이유를 밝혔다.
당 일각에선 2014년 보수 성향 이상돈 중앙대 명예교수의 비상대책위원장 영입 시도를 떠올리는 쪽도 있다. 당시 박영선 원내대표의 추대에 의원들이 연서명까지 하며 반대해 무산됐다. 문 대표도 이런 비판을 예상한 듯 “ ‘소득불평등 해소’라는 시대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모셨다”고 이해를 구했다.
호남 출신 공동 선대위원장이 누가 될지에도 관심이 집중된다. 문 대표는 ‘국민회의’ 신당을 추진 중인 천정배 의원과 통합하겠다고 밝혔다. 천 의원은 통화에서 “무엇을 위한 통합인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통합 원칙을 강조하며 다시 문 대표에게 공을 넘긴 것이다.
안 의원이 주도하는 ‘국민의당’ 측은 복잡한 속내를 감추지 못했다. 안 의원은 “야권에서 건강한 경쟁관계가 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국민의당 창당준비위원회 측도 “다른 당 인선에 할 말이 없다”고 했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훌륭한 분을 모셔갔다. 대어를 가져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