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 60년 전인 1956년 미국의 지질학자 킹 허버트는 “미국의 석유 생산량은 1970년대에 정점을 찍었다가 감소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1973년 1차 오일쇼크가 일어나자 국제적인 미래연구기관인 로마클럽은 “석유는 이제 약 30년간 쓸 정도의 매장량만 남았다”고 비관적인 전망을 내놨다. 사우디아라비아에서는 “아버지는 낙타를 탔고, 나는 자동차를, 내 아들은 비행기를 타겠지만 손자는 다시 낙타를 탈 것”이라는 우습지만 슬픈 이야기가 돌았다.
이 예측대로라면 2000년대 들어 석유자원은 완전히 고갈됐어야 한다. 한데 이상한 일은 무슨 화수분도 아닐진대 석유의 확인매장량은 해마다 늘고 있다. 영국국영석유회사(BP)의 자료를 보면 2014년 현재 전 세계 석유의 확인매장량은 1조7000억배럴이었다. 연간 생산량(324억배럴)을 계산하면 향후 52년은 끄떡없다는 뜻이다. 매장량 1조2379억배럴로 42년은 걱정없다던 2007년보다 오히려 10년이나 더 늘어났다. 대체 무슨 조화인가. 일단 2013년 호주에서 2330억배럴 규모의 새로운 유전이 발견된 것처럼 매장량이 계속 늘고 있다는 점을 꼽을 수 있겠다. 미국지질조사소는 지난 2000년 석유의 궁극매장량(경제성과 상관없이 묻혀있는 양)을 3조배럴로 추정했다. 석유추출 기술이 향상되면 확인매장량(현재의 기술로 경제적으로 뽑을 수 있는 양)도 늘어날 수밖에 없다. 예전에는 경제성이 없어 확인매장량으로 계산되지 않았던 석유의 매장층도 개발되고 있다. 퇴적암의 한 종류인 혈암(셰일)과 기름을 머금은 모래에서 추출하는 셰일 오일과 오일샌드 등도 있다. 당장 석유고갈을 염려하는 것은 ‘기우(杞憂)’일지 모른다.
하지만 인류는 그 석유를 얻기 위해 너무나 많은 피를 흘렸다. 아메리카 원주민들이 ‘땅의 피’라 했던 것은 놀라운 혜안이었다. 게다가 석유는 대기오염의 주범이라는 오명을 쓰고 있다. 요즘 석유의 미래를 논하면서 ‘어디 돌멩이가 없어서 석기시대가 끝난 것이냐’고 비유하는 전문가들이 있다. 창의성을 발휘해서 삶의 가치에 알맞은 더 좋은 도구를 찾아낸 것이 바로 인간이다. 그 후손 역시 더 이상 다투지 않고도 깨끗한 에너지를 찾아야 할 책무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