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당, 국민회의 흡수 모양새…‘호남 물갈이’ 등 공감
더민주와 양자구도 형성…‘이합집산 구태’ 반복 땐 역풍
국민의당과 국민회의의 통합은 1박2일 밤샘 협상 끝에 25일 전격적으로 결정됐다. 각각 양측의 최대 주주인 안철수 의원(54)과 천정배 의원(62)이 직접 협상을 주도했다.
이로써 야권은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양강 구도를 형성하게 됐다. 그러나 국민의당 참여 세력 간 정체성이 이질적인 데다 공천 문제 등 이해관계도 엇갈려 ‘화학적 통합’까지 진통도 예상된다.

창당준비위원회 단계인 국민의당과 국민회의 지도부가 25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통합 발표 기자회견에서 손을 맞잡고 있다. 왼쪽부터 국민의당 안철수 인재영입위원장, 한상진 공동창당준비위원장, 국민회의 천정배 창준위원장, 국민의당 윤여준 공동창준위원장, 김한길 상임부위원장. 김창길 기자 cut@kyunghyang.com
■안·천의 밤샘 협상
양측 통합 논의는 지난 24일 저녁부터 급물살을 탔다. 이날 밤 광주에서 KTX를 타고 상경하다 안 의원 측 연락을 받은 천 의원은 서울에 도착한 뒤 안 의원, 김한길 의원과 만나 밤을 새우다시피 하며 협상을 벌였다.
천 의원과 김 의원은 25일 오전 8시 의원회관 김 의원 사무실에서 만나 문구를 조율했다. 천 의원은 국민회의 운영위원회의에 20분 늦은 오전 9시25분쯤 참석했다. 천 의원은 “국민의당과 협상을 벌이고 있다. 10시 협상이 재개된다”고 한 뒤 자리를 떴다. 국민회의 관계자는 “국민의당과 협상을 벌이고 있다는 얘기만 했다. 내용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고 했다. 오전 10시, 안·천·김 의원과 국민의당 윤여준·한상진 공동 창당준비위원장이 만나 합의문을 확정했다. 오전 10시30분 통합이 발표됐다.
천 의원 측 관계자는 “천 의원은 호남세력을 소통합한 뒤 다음 단계로 나갈 생각이었지만 호남세력 간 입장차가 갈려 ‘이렇게 하다가는 죽도 밥도 안되겠다’고 판단했다”며 “어제 광주를 떠나면서 국민의당과 통합할 마음을 먹었다”고 전했다.
앞서 천 의원은 더민주와도 통합 논의를 벌였다. 천 의원 측 핵심 관계자는 “더민주도 상당한 제안을 했지만 한 발 늦었다. 호남 민심이 떠난 상태라 더민주와 함께하기 힘들었다”고 했다. 더민주에선 천 의원이 “비상대책위원장과 비대위원 5 대 5 배분, 광주 공천에 대한 전권 부여 등을 조건으로 제시했다가 문재인 대표에서 김종인 선대위원장으로 권력이 넘어가는 기간에 결렬 선언도 없이 신의를 저버렸다”는 주장이 나왔다. 천 의원 측은 “허무맹랑한 주장”이라고 반박했다.
■당명 주고, ‘호남 물갈이’ 받고
양측 통합은 국민의당이 국민회의를 흡수한 모양새에 가깝다. “헌법적 가치와 민주개혁적 비전을 국민의당 정강정책에 명확히 담기로 한다”는 합의문 2항은 국민의당이 통합의 중심임을 분명히 했다. 통합 정당 이름도 국민의당이다.
대신 천 의원은 “국민과 당원이 주인이 되는 민주적 당 운영을 위해 선진적 제도를 마련하기로 한다”는 조항을 넣어 ‘안철수 사당화’를 견제했다. “개혁적 가치와 비전을 지닌 참신하고 유능한 인물들을 총선 후보로 공천하기 위해 규칙과 절차를 마련하기로 한다”는 조항은 ‘호남 의원 물갈이’ 구상과 닿아 있다. 천 의원은 “호남에선 새로운 인물이 공정한 기회를 가질 수 있는 절차와 제도를 마련하는 데 특별한 관심을 기울이기로 했다”고 말했다.
■‘물리적 통합’은 했지만…
국민의당은 ‘반문재인 연대’ 그릇으로 확실히 매김되면서 더민주와 양자 구도를 형성하게 됐다. 그러나 최근 천 의원이 한상진 위원장의 ‘이승만 국부론’을 강도 높게 비판한 데서 보듯 양측은 정체성이 다르다. 천 의원의 ‘호남지역 물갈이’론은 국민의당 내 호남 의원들을 직접 겨냥한 것이어서 갈등의 뇌관으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
야권 영입 경쟁 과정에서 천 의원 영향력이 과대 포장됐다는 시각도 없지 않다. 양측 통합이 이해관계에 따른 이합집산이라는 ‘구태’로 비칠 경우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
김한길 의원이 “통합을 논의하면서 지분 얘기는 꺼내지 않기로 했다”고 한 것도 이를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