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민주화운동의 참상을 촬영해 서방 언론에 공개해 전 세계에 광주의 진상을 알렸던 위르겐 힌츠페터씨(79)가 지난달 25일 독일에서 별세했다. 장례식은 오는 5일 독일에서 열릴 예정이다.
광주시와 5·18기념재단은 고인이 “광주에 묻히고 싶다”는 뜻을 밝히며 10여년 전 광주를 방문해 맡겨뒀던 손톱과 머리카락 등을 5·18희생자들이 처음 안장됐던 망월동 옛 묘역에 묻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1980년 5월 독일 공영방송(ARD-NDR) 소속 카메라기자로 일본 특파원이었던 힌츠페터는 5월18일 광주을 찾아 이튿날까지 계엄군의 참상을 취재했다. 도쿄로 돌아간 그는 이 영상을 독일 본사로 보내 5·18이 폭동이 아닌 ‘광주시민의 위대한 항거’였다는 사실을 알렸다.
5월23일 다시 광주를 찾은 그는 계엄군이 잠시 외곽으로 후퇴한 사이 시민들의 이룬 자치공동체도 영상에 담았다. 같은해 9월에는 김대중 전 대통령에게 사형이 선고되자 <기로에 선 한국>이라는 50분짜리 다큐멘터리를 제작해 신군부의 만행을 고발했다. 국내에 비밀리에 반입된 이 영상은 대학생들 사이에서 널리 퍼지며 5·18의 진실을 알리는 역할을 했다. 그는 불굴의 기자정신을 평가받아 2003년 제2회 송건호언론상을 받기도 했다.
2005년 5월15일 5.18 광주민중항쟁 25주년을 맞아 광주를 방문한 고 위르겐 힌츠페티가 15일 옛 상무대터를 찾아 당시 계엄군의 만행과 시민들의 처절한 투쟁을 증언하고 있다. 힌츠페터는 최근 몇차례나 심장수술을 받아 거동이 불편한데도 ‘제2의 고향’인 광주를 찾았다. 경향신문
2005년 5월 5·18기념재단의 초청으로 광주를 찾았던 고인은 당시 경항신문과 인터뷰를 갖고 “자유·평화·민주주의를 위해 숨진 사람들을 우리는 기억해야 한다”며 “처참했던 그날의 항쟁이 한국의 민주주의 이뤘다를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또 “죽으면 광주에 묻히고 싶지만 가족들의 만류로 쉽지 않을 것 같다”며 자른 손톱과 머리카락을 광주 땅에 묻기 위해 봉투에 담아 가져왔었다. 고인의 손톱과 머리카락은 그동안 5·18기념재단 수장고에 보관돼 왔다.
광주시와 5·18기념재단은 고인의 뜻에 따라 5·18당시 희생자들이 처음으로 안장됐던 망월동 옛 묘역에 손톱과 머리카락을 묻고 추모비를 세우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조문단을 독일에 보내는 방안도 유가족과 상의하기로 했다.
고 힌츠페터씨가 2005년 광주를 방문해 맡겨둔 자신의 손톱과 머리카락을 담은 봉투. 밀봉된 봉투에 고인의 명함이 함께 있다. 5.18기념재단 제공
윤장현 광주시장은 “고인은 민주를 갈망하며 독재에 저항하던 광주에 뛰어들어 비극의 현장을 세계에 알렸다”며 “불의에 저항하고 민주화를 지향했던 유지를받들어 광주를 민주와 인권, 평화의 도시로 굳건하게 세우겠다”며 애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