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권상정된 테러방지법 제정안 표결 저지를 위한 야당 의원들의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에 시민들 반응이 뜨겁다. 지난 주말 본회의장 방청석은 필리버스터 현장을 직접 보려는 시민들로 가득 찼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도 ‘필리’라는 용어로 줄여진 필리버스터 소식을 주고받는 손길들이 바빴다. 필리버스터가 4·13 국회의원 총선거를 앞두고 정치에 대한 관심을 제고하는 ‘민주주의 학교’가 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시민들이 휴일인 28일 국회 본회의장 방청석에서 야당 의원들이 테러방지법 제정안 표결 저지를 위해 엿새째 진행 중인 필리버스터 현장을 지켜보고 있다. 권호욱 선임기자 biggun@kyunghyang.com
■ 전에 없던 1600여명 주말 방청
필리버스터 엿새째인 28일 국회 본청에는 함박눈이 내리는 가운데에도 방청객 발길이 이어졌다. 10·20대 젊은이들, 가족 단위 방청객이 많았다. 300명 수용 가능한 방청석에 지난 27일 662명에 이어 이날 1000명가량 입장했다. 본회의장 내 의원석은 대부분 비었지만, 방청석은 가득했다. 국회 경호기획관실 관계자는 “방청객이 주중에 단체로 오는 경우가 많았는데, 주말에 개인들이 이렇게 많이 몰린 것은 이례적”이라고 말했다.
남편과 함께 국회를 방문한 김예진씨(34·경기 고양시)는 “원래 정치에 관심이 없고 테러방지법이 뭔지 몰랐는데, 이번 필리버스터를 TV로 보고 지금까지 방관한 것에 반성하게 됐다”며 “직접 듣고 판단하고 싶어서 오늘 남편이 운영하는 식당 문도 닫고 방청을 신청했다. 현장에서 분위기를 느낄 수 있어 좋았다”고 했다.
가족 5명과 함께 온 정지웅씨(42·경기 과천시)는 “주말에 산에 가려다 트위터에서 방청 소식을 접하고 아이들에게 좋은 경험이 될 것 같아 왔다”며 “본회의장이 생각보다 작다. 발언석이 가깝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여당에서도 필리버스터에 의미를 두는 평가가 나왔다. 새누리당 이이재 의원(강원 동해·삼척)은 27일 SNS에서 필리버스터를 방청한 지역구 여고생 2명과 유익한 대화를 나눴다면서 “우리 지역 청소년들의 정치에 대한 열정을 보니 지역 미래가 기대된다”고 올렸다.
■ 젊은층 ‘수준 높은 지적 쇼’
인터넷에서는 주말 내내 필리버스터가 ‘핫이슈’였다. SNS에는 ‘정치가 이렇게 재미있는 것인지 몰랐다’ ‘필리버스터는 지적인 쇼다’ ‘대학 교양수업보다 수준이 높다’ ‘축제처럼 즐기고 소통하는 이 모습이 바로 정치의 본질 아닌가’ 등 시청 평이 줄줄이 이어졌다. 필리버스터 의원에게 “후원금을 보냈다”는 사연도 등장했다.
필리버스터 정보를 실시간 제공하는 ‘필리버스터 투데이(www.filibuster.today)’ 사이트는 지난 25일 개설 후 3일 만에 방문자 수가 27만명을 넘었다. 또 필리버스터 의원에게 하고 싶은 말을 전달하기 위해 개설된 ‘필리버스터 릴레이(filibuster.me)’ 사이트에 글을 남긴 누리꾼도 3만5000명에 달했다.
이택광 경희대 교수(경향신문 총선 자문위원)는 “필리버스터가 ‘일하는 국회’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젊은층 ‘엔터테인먼트’의 중심에 섰다. 여기에 현장 방문을 인증하고 싶어 하는 SNS 문화가 결합되면서 ‘민주주의 학교’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